인천 부평구청 비정규직 25명 해고 통보

비정규직 "계속 일하게 해달라" 억울함 호소

등록 2007.08.31 11:24수정 2007.08.3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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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구청에서 지난 24일 비정규직들에게 보낸 해고예고 통지서. 사유는 사업목적 완료와 예산부족으로 밝히고 있다.
부평구청에서 지난 24일 비정규직들에게 보낸 해고예고 통지서. 사유는 사업목적 완료와 예산부족으로 밝히고 있다.장호영
공공기관에서 해고된 4명의 비정규직노동자가 '공공기관이 비정규직 해고에 앞장서고 있다'며 30일 국가인권위원회 농성에 들어간 가운데 부평구청 내에서 행정보조로 근무하던 비정규직 25명이 최근 해고예고 통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또한 해고 대상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인천지역의 시민사회단체 홈페이지에 "계속 일하게 해달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고 있어 지역사회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부평구는 짧게는 2년, 길게는 17년 동안 부평구청에서 행정보조로 근무해오던 일시사역인부(비정규직 노동자) 120여명 중 25명에게 '2007년 9월 30일자로 해고된다'는 해고예고 통지서를 지난 24일 전달했다.

부평구가 밝힌 해고 사유는 올 초 이들 25명의 비정규직에 대한 인건비 등을 9월 말까지만 예산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구는 또 12월까지 예산이 세워진 나머지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일부 외주화하는 부서를 제외하곤 11월경 해고예고를 통보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6월 26일 발표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안과 7월 시행된 비정규직법안이 대량해고를 야기한다는 지적이 실제로 확연하게 드러난 것이라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평구는 12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 중 56명이 2년 이상 근무자임에도 불구,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안에 발표된 무기계약 전환 대상자가 1명밖에 되지 않아 대량해고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부평구는 비정규직법안 시행으로 인해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정규직(무기계약)으로 채용해야 하는데, 총액인건비제 실시로 더 이상 인건비를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 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평구 인사팀 관계자는 "원래 단기적인 사업에 해당하는 예산만큼만 각 과에서 일시사역인부(비정규직)를 고용해야 했는데 비정규직법안 이전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그들을 계속 고용해왔던 부분은 있다"며 "올해는 예산이 잡혀진 기간만 고용이 가능하고 이후에는 계약해지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같은 업무를 진행했던 43명의 비정규직은 이미 3~4년 전부터 외주화를 추진해왔으며, 나머지 비정규직은 비정규직법안 통과와 총액인건비제로 내년 신규 사업이 생기더라도 다시 고용하는 것은 쉽지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고 대상이 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홈페이지에 호소문을 올리며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예산부족으로 인한 사업목적 완료라는 사유로 4년에서 길게는 17년을 근무한 사람들이 24일 해고예고 통지를 받았다고 밝히고, "그동안 계속 같은 과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이유도 모르고 쓰라고 하니까 3개월마다 근로계약서를 썼고 이번에도 9월 말이면 또 계약서를 쓰겠지 했는데 해고통지서를 받았다"며 "그 분통을 지금도 삭힐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한, 일급제로 교통비와 식대 빼면 50~60만원밖에 안 되고 보너스도 없는 박봉이지만 묵묵히 일해왔는데 이제는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하다며,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세워 우리를 구제하겠다고 했는데, 부평구청은 그것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고 우리의 존재 또한 인천시와 행자부에 알리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17년간 열심히 일한 대가가 해고라니 도대체 사회의 정의는 어디 갔냐"며
"우리는 거창한 계획이 있는 게 아니라 지금처럼 이 직장에서 소신껏 일하고 동료들과 웃으며 근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 부평구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호소문 전문

저희는 일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부평구청에 짧게는 4~5년, 길게는 17년씩 근무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8월 24일에 해고예고통지를 받았습니다.
사유는 예산부족으로 인한 사업목적 완료라는 것입니다.

부평구에 같은 이유로 30여명이 예고통지를 받았습니다.
저희는 3개월마다 근로계약서를 썼습니다. 어차피 계속 같은 과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왜 3개월에 한번씩 근로계약서를 써야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쓰라고 하니까 계속 썼고 이번에도 9월말이 되면 또 3개월로 계약서를 쓰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해고통보를 받았습니다.
해고통지서를 받았을 때의 분함은 지금도 삭힐 수가 없습니다.

저희를 해고하면서 그 누구도 해고 이유를 설명해 주거나 저희의 의견을 들어준 적이 없습니다.
저희는 공무원 신분은 아니지만 관공서에서 일한다는 자긍심으로 성실히 일했는데 저희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 통지였습니다.
누구의 말에 의하면 저희의 업무가 불필요하기에 예산을 안 세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5년 이상 10년 이상 해온 업무가 필요가 없다는 말을 수긍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는 일급제로 교통비와 식대 빼고 나면 50~60만원 밖에 안 되고 보너스도 없는 적은 월급이었지만 주5일 근무에 정시 출퇴근하는 게 주부에게는 박봉이지만 다닐 만한 직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제자리에서 묵묵히 일해왔는데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 지 정말 가슴이 답답하고 막막합니다.

처음에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했을 때 2년 넘게 근무한 우리는 3개월마다 계약서 안쓰고 평생 직장을 얻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지만 부평구청은 인천시와 행자부에 우리의 존재조차 알리지 않았습니다.
여태껏 저희 일용직 직원들은 주5일제로 인하여 급여가 적어졌을 때도, 공공근로보다 임금이 작았을 때도 3년 동안 일급이 동결이 됐을 때도 군소리 하나 없이 근무했습니다.
상여금이 없어도 계속 근무할 수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저희는 성실히 일했습니다.

그렇게 일한 댓가가 고용해지라니 너무나 억울합니다.
정부에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세워 우리 비정규직을 구제하겠다고 했는데 부평구는 그것을 이유로 우리를 고용해지 했습니다.
저희 동료 중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0년, 15년 근무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곳, 부평구청에서의 사회생활을 통해 세상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사회라는 것이 정의는 온데간데 없고 약자는 세상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정작 15년간 열심히 일한 댓가가 이것일까요?

부평구청에서 동고동락하며 함께 근무한 직원들께 호소합니다.
저희는 거창한 계획도 없습니다.
소박하게 지금처럼 이 직장에서 소신껏 일하고 동료들과 웃으며 근무할 수 있기만을 희망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upyeongnews.com)에도 일부 실릴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upyeongnews.com)에도 일부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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