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 엇갈린 초록식물과 회색도로

비온 뒤 활기를 찾은 식물과 붕괴된 비탈

등록 2007.09.04 12:12수정 2007.09.0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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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뒤의 모습은 어떨까요?


비가 잠시 주춤했던 4일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주변은 명확하게 명(明)과 암(暗)으로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활짝 핀 꽃들과 신록의 정점을 향해 푸르름을 더해가고 있는 나무의 잎들이 비로 지친 마음을 조금이나마 밝게 만들어주고 있는 반면, 한켠에서는 도로 위를 점유하고 있는 밀려든 흙더미와 쌓아둔 나무와 함께 붕괴된 비탈이 마음을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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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이

명(明)

여름 장마에 비해도 손색없을 만큼 많은 비를 뿌린 이번 폭우는 영글어가는 곡식과 식물들에게는 '가뭄의 단비'가 되었을 것입니다.

비가 그친 주변은 마치 청소라도 한 듯 말끔이 정리된 모습 속에서 더욱 싱그럽게만 보이는 식물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 식물들을 보며 어느덧 성큼 다가온 가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먼저, 가을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밤과 대추, 감은 며칠 못 보는 사이 알이 더욱 굵어져 있었습니다. 못생긴 모과도 이들을 시샘이라도 하듯 제법 크게 자라 있었습니다.

작은 은행나무에는 결실의 계절을 알리듯 나뭇가지가 휘어지도록 많은 은행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마치 대추와 '누가 더 많이 달렸는가?' 내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푸른 열매가 맺힌 이들 나무 옆에는 젊음을 시샘이라도 하듯 늙은 호박이 호박잎을 방패로 숨어 있습니다. 늙은 게 창피한 모양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동요 한 곡이 떠올랐습니다.

가을이 오면 항상 제일 먼저 생각나는 노래이기도 한 '노을'이라는 동요입니다.

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 연기
색동옷 갈아입은 가을 언덕에
빨갛게 노을이 타고 있어요
허수아비 팔 벌려 웃음 짓고
초가지붕 둥근 박 꿈꿀 때
고개 숙인 논밭의 열매
노랗게 익어만 가는
가을바람 머물다 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 연기
색동옷 갈아입은 가을 언덕에
붉게 물들어 타는 저녁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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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이

암(暗)

가을이 오는 소리를 뒤로 하고 산책을 하는데 종전의 모습과는 상반된 흉측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많은 비로 인해 붕괴된 모습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이곳은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지로 지금은 문화재 지표조사를 하고 있으며, 일부 벌목한 나무들이 쌓여있어 자칫하면 쌓아놓은 나무들이 굴러 떨어지면 밤에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위협요소가 되기도 했던 지역입니다.

다행스럽게도 굴러 떨어진 나무가 도로까지 굴러오지 않아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공사를 진행하던 곳이었으면 비가 오기 전에 안전조치를 이미 취해 놓았어야 했습니다.

내일모레까지 비가 예고된 상태에서 위험하기 때문에 지금 안전조치를 취하기가 어렵다면 안내간판이라도 설치해서 저녁에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우회해 걸어 다닐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곳을 지나 운동코스를 따라 걸어가다 보니 산에서 밀려 내려 온 흙이 퇴적되어 도로 위를 점유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런 것들은 신발로 밀어내면 그만이지만 혹시나 모를  큰 비를 대비해서 산에 나무를 더 심는 등 대비를 미리 해놓아야 더 큰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보인 이날 명과 암의 두 가지 얼굴을 보았습니다.

우리 인생에도 이와 같이 명과 암이 있습니다. 술술 일이 잘 풀려서 밝은 날도 있을 것이고, 생각한대로 일이 잘 안돼서 어두운 날도 있을 것입니다. 밝은 날은 그날을 자기의 날로 만들어 더 힘을 내서 일을 하고, 어두운 날은 일이 잘 안풀린다고 해서 풀죽어 있지 말고 밝게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서 우리 인생에는 언제나 밝은 빛이 비출 수 있도록 살아갑시다.

명(明)은 명(明)으로, 암(暗)은 명(明)이 될 수 있게 말이죠.
#명암 #폭우 #가을 #비 #계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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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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