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 중 한 분이십니까?"

추리무협소설 <천지> 268회

등록 2007.09.07 09:03수정 2007.09.0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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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공은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다시 물었다.

“그럼 두 분께서는 구룡어르신들의 제자이거나.... 그 분들의 시종이 되시는 모양이오만…? 물론 구룡어르신 같은 분들은 제자를 두신 적이 없다고 들었으니 시종이 되리라 짐작은 가오만…"


그러자 오른쪽 아이를 말렸던 아이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감히 우리를 능멸하려는 게냐? 고연 놈 같으니라고. 우리로 말하면 구룡 어르신 중 한 분의 제자로…"

그러다 갑자기 말을 멈췄다. 상대의 충동질에 스스로 모든 것을 발설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은 모양이었다. 지공의 얼굴에 약간은 놀라는 듯한 또 한편으로는 이제 뭔가 알겠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놀란 것은 구룡의 제자라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구룡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죽기 전에 저 아이들을 제자로 거둔 것일까? 사부와 사저 운운하는 것을 보면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더구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동정오우가 만든 운중보에 구룡의 잔재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뭔가 알았다는 표정은 저 아이들이 진짜 아이들이란 사실을 눈치 챘기 때문이었다. 반로환동이란 피부나 몸이 다시 젊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몸집이 작아지면서 어린애로 변한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저 아이들이 반로환동한 기인이라 해도 동안이라거나 피부에 주름살이 없어졌다면 이해를 할 수 있었지만 몸집이 적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저 아이들은 분명 겨우 열 살 전후의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이놈들… 어른들을 잘도 놀렸겠다.”


갑자기 지공이 몸을 날리며 두 아이를 향해 쏘아가며 낚아채고자 했다. 일단은 저 아이들을 잡는 것이 급선무였다. 저 아이들을 구슬려 내용을 알아내기 보다는 혹시 이 안에 정말 구룡 중 한 명이라도 살아있다면 살아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저 아이들을 생포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네놈들이 일백십삼 세나 일백이십일 세라면 노부는 오백사십팔 세다. 이놈들아.”

교묘한 금나수법으로 왼쪽 아이의 완맥을 잡으며 오른쪽 아이의 하체를 발로 갈겼다. 허나 아이들의 움직임은 놀랄 정도로 빨랐다. 마치 원숭이처럼 폴짝폴짝 뛰는 것 같았는데, 지공이 의도했던 결과는 여지없이 빗나갔다.

“무슨 소리냐? 이놈아…저 녀석 입으로 네 나이 사십 몇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아이들은 빠르게 몸을 이리저리 날리며 지공의 공격을 피하면서 소리쳤다. 지공이 멍청하게 서있는 손번에게 눈짓을 했다. 어서 아이들을 잡으라는 신호였다. 그러면서 지공은 붉은색의 옷을 입고 있는 아이만을 노리며 소리쳤다.

“네 녀석들의 나이 계산에 다르면 그렇다는 것이다. 너희들은 일년에 한 살을 먹는 것이 아니라 한 달에 한 살을 계산하지 않았느냐?”

마치 아이들과 장난을 치듯 말을 하면서 한 아이만 붙잡으려 했는데도 아이는 금방 잡힐 듯 하면서도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잡혔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느새 손아귀에서 스르륵 빠져 나가는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 당연히 해와 달이 서른 번 뜨고 지면 한 살을 먹는 것이 아니냐?”

요리조리 피하면서도 붉은색을 입은 아이는 당연한 것을 모르냐는 듯 소리쳤다. 지공은 자신의 짐작이 맞았음을 알았다. 아이들은 한 달에 한 살씩 먹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백 십삼 세라면 겨우 아홉 살 오 개월 된 아이인 것이다.

그들이 머리가 희어진 것은 약물 때문이거나 특별한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머리가 희어지자 누군가가 나이를 먹어서 희어지는 것이라 알려주었을 것이다. 이 지하 석실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을 것이니 누군가 그렇게 가르쳐 주었다면 아이들은 그렇게 알고 있었을 게 틀림없었다. 

“요놈!”

아이들은 교묘한 보법(步法)과 경공만큼은 정말 놀라울 정도였지만 무공은 아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여느 아이들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무공을 배운 아이들 수준을 말함이었다. 발이 빠른 손번이 파란색 옷을 입고 있는 아이의 발목을 낚아채고 있었다.

퍼퍽--!

왼쪽 발목을 잡힌 아이가 오른 발로 손번의 어깨를 쳤다. 아이가 찬 것과 같지 않은 적지 않은 충격이 느껴졌으나 손번은 아이의 발목을 놓치지 않았다. 아이의 얼굴에 당황함이 스치며 다시 오른발로 손번의 가슴을 차려고 했지만 손번은 몸을 비틀며 피하면서 잡고 있는 손아귀에 힘을 쥐었다. 갈고리 같은 손이 아이의 발목을 더욱 죄자 아이가 비명을 질렀다.

“아악---”

그 순간이었다. 손번은 갑자기 예리한 무언가가 자신의 가슴을 파고들면서 양쪽 어개에 무언가 족쇄를 채운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앙 팔에 힘이 쭉 빠지며 잡았던 아이의 발목을 놓쳤다.

“이곳이 어디라고 날뛰는 것이냐!”

목소리가 어디서 들리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마치 바위덩어리에 가슴이 깔린 듯한 답답함과 충격이 밀려들었다. 지공 역시 붉은색을 입은 아이를 막 잡으려는 순간이었는데 갑자기 전신이 마비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부님....!”

아이들이 지공과 손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며 한쪽으로 달려갔다. 지공과 손번이 고개를 돌렸다. 어디에서 나타난 것일까? 아주 괴상한 모습의 인물이 모습을 보였는데 지공과 손번은 그 인물을 보는 순간 질식할 것 같은 위압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 아이 말대로 사부....라면..... 구룡 중 한 인물.....?’

하지만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리 늙었다 해도 구룡이 부조되어 있어 비슷하게라도 누군지 확인할 수 있었겠지만 나타난 인물은 놀랍게도 얼굴에 무수한 도검의 흉터로 덮여있었기 때문이었다.

날카로운 칼로 얼굴을 가로와 세로로 무수히 그은 것 같은 파면(破面)의 인물. 허나 사람을 압도하는 위엄과 기세는 파면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구.... 구룡 중 ..... 한 분이십니....까?”

지공의 목소리가 저절로 떨려나왔다. 그 누구 앞에서도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무수히 그어진 상흔 사이로 보이는 눈빛은 동공이 파괴될 것 같아 감히 마주 바라볼 수 없었다.

“그렇다.”

입술을 달싹거린 것 같지도 않았는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것이 얼굴에 그어진 상흔 때문인지 아니면 복화술(複話術)이나 심어(心語)를 사용하는지 구별할 수 없었다.

“너는 실수를 했구나. 그 사실을 묻는 것이 아니었다. 너는 노부의 대답을 들음으로 해서 영원히 이곳을 나갈 수 없을 것이다.”

그 말과 동시에 마치 무형의 그물이 자신을 덮쳐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과 함께 지공과 손번은 옴짝달싹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잠룡이다!’

무형의 기로서 상대를 제어하는 인물은 구룡 중 잠룡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천지 #무협소설 #추리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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