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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끼리끼리 재미있는 우리말사전, 재고 세고!> 박남일 글, 문동호 그림, 길벗어린이
ⓒ 길벗어린이
▲ 책 표지 <끼리끼리 재미있는 우리말사전, 재고 세고!> 박남일 글, 문동호 그림, 길벗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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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온 나라는 영어 열병에 빠져 버렸다. 영어를 배우려고 조기유학을 하는가 하면, 고액과외를 하고, 원어민 선생이 마약을 하는 줄도 모르고 그에게서 영어를 배운다. 지방자치단체는 큰돈을 들여서 영어마을을 짓고, 영어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도시도 만든단다. 영어를 잘해야 먹고산다는 강박관념이 빚은 일이지만 어쩌면 문화사대주의와 관련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말글을 잘 모르고서야 영어만 잘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바에야 영어를 다시 우리 말글로 번역·통역하거나 그 역으로 해야 할 터인데 국어 공부가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그건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 때부터 우리 말글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참으로 좋을 일이다.
최근 아이들에게 토박이말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 말글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이끄는 책이 나와 화제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을 펴냈던 박남일이 쓰고, 문동호가 그림을 그린 <끼리끼리 재미있는 우리말사전, 재고 세고!>(길벗어린이, 대표 이호균)가 그것이다.
"말린 고기나 김 같은 것도 세는 말이 다 달라.
날마다 먹는 고소한 김은
백 장씩 도톰하게 묶어서 '한 톳, 두 톳……'
구워먹으면 고소한 굴비는
열 마리씩 두 줄로 엮어 '한 두름, 두 두름……'
시원한 국 끓이기에 좋은 북어는 스무 마리씩 꿰어
'한 쾌, 두 쾌……' 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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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비 한 두름 책 내용 중 먹거리를 세는 단위를 그림으로 재미있게 설명했다. 문동호 그림 ⓒ 길벗어린이
▲ 굴비 한 두름 책 내용 중 먹거리를 세는 단위를 그림으로 재미있게 설명했다. 문동호 그림
ⓒ 길벗어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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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룻강아지 책 내용 중 짐승의 나이를 세는 말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했다. 문동호 그림 ⓒ 길벗어린이
▲ 하룻강아지 책 내용 중 짐승의 나이를 세는 말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했다. 문동호 그림
ⓒ 길벗어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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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이렇게 수와 양에 대해 쉽게 서술하고, 재미난 만화를 덧붙여 아이들이 토박이말을 배우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한다. 책에선 톳, 두름, 쾌 말고도 뼘, 아름, 푼, 자밤, 홉, 짐, 사리, 손, 타래, 한소끔 따위의 잊혀가는 옛 토박이말 도량형들을 일깨워준다.
정부는 요즘 도량형을 통일한다고 우리가 흔히 쓰던 평이나 치, 돈 같은 전통적인 단위 대신 미터나 그램법을 쓰도록 했다. 물론 상품을 팔고 사거나 학문과 관계있는 것들이야 통일된 도량형을 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일일이 정확한 수치를 재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놀이를 하면서 한 뼘 두 뼘이 아닌 10센티미터, 20센티미터를 쓸 수는 없다. 몇 그램보다는 한 움큼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따라서 예부터 우리 겨레가 재고 세면서 썼던 단위들을 새롭게 살려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훨씬 운치가 있을 것 아닌가? 또 아이들에게도 토박이말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 우리 말글에 대한 애정을 가지도록 할 수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전혀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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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자밤 역시 책 내용 중 양을 재는 단위를 그림으로 설명했다. 문동호 그림 ⓒ 길벗어린이
▲ 한 자밤 역시 책 내용 중 양을 재는 단위를 그림으로 설명했다. 문동호 그림
ⓒ 길벗어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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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유창하게 쓰고, 어려운 한자말을 자랑하는 것이 절대 그 사람의 유식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름다운 토박이말을 적절히 쓰는 것이 훨씬 말과 글을 더 돋보이게 하고, 품격을 높이는 일일 것이다.
사람은 한 살, 두 살 먹는다. 하지만, 강아지나 소, 말 같은 짐승들은 하릅, 두릅, 세습 나이를 먹는다. 그래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도 원래는 "하릅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였다나? 짐승의 나이를 사람 나이와 같이 셀 수 없다는 말씀! 올가을엔 우리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사주어 우리 말글을 사랑하는 아이가 되도록 도와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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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중인 지은이 박남일
ⓒ 김영조
▲ 대담 중인 지은이 박남일
ⓒ 김영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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