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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1
매 신학기가 되면 아이들의 하교 길에는 OO교회 이름이 새겨진 띠를 두른 아주머니들이 아이스크림 통을 갖다 놓고 고기 집에서 공짜로 주는 것과 똑같은 작은 아이스크림을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공짜 마다할 일 없는 아이들은 길게 줄을 서서 아이스크림 한 개씩을 챙겨먹고는 득의만만하게 집으로 돌아오곤 하였다.
그런가 하면, 커다란 아이스크림 통을 준비할 수 없는 그보다 더 작은 개척교회의 사모님은 가방에 사탕을 준비한 후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한 두 개씩 나눠주시며 교회 나오기를 다정스레 권하였다.
# 풍경2
어쩌다 동네시장을 가는 길에 보면 고운 옷을 차려입고 밝은 미소를 띠우면서 파라솔 밑 '길 카페'를 열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커피 한잔 하고 가세요?" 하면서 팔을 잡아 끌 때가 있다. "집에서 마셨어요" 하면서 지나 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면 아주머니들의 대답은 한결 같은 동문서답으로 화답하였다.
"예수 믿고 구원 받으세요!"
# 풍경3
한눈에 뵈기에도 정중함이 몸에 베인 한 신사분이 세일즈를 처음 나서는 사람처럼 수줍은 듯, 그러나 용기를 내어 내게 명함 한 장을 건네주었다. 명함을 살피니 그분은 부연 설명을 해 주었다.
"저기 보이는 2층의 00교회가 저희 교회입니다. 교회 나오셔서 구원 받으세요."
"아? 예…."
위의 경우들은 그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일 년에 몇 번 정도 마주치는 경우이다. 그러나 휴대용 휴지를 선물하며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분들은 수시로 만나게 된다. '딩동' 초인종을 눌러서도, 시장을 가다가도, 버스 정류장에서도, 놀이터에서도 쉽게 마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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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 화장지 휴지 안쪽에는 예수님 말씀과 전도 문구가 씌여 있다. ⓒ 정명희
▲ 휴대 화장지 휴지 안쪽에는 예수님 말씀과 전도 문구가 씌여 있다.
ⓒ 정명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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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 들이 나눠주는 휴지의 경우, 보통 휴지 겉면에는 교회이름과 예배시간이 적혀있고 안쪽 면에는 예수님을 믿으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는지 간절한 문구로 적혀있다. 왜 그렇게 생고생을 하며 전도를 하는 걸까?
그렇게 일방적 전도를 할 경우 피전도자의 기분이 어떨지 개신교인 분들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몰라도 내 경우는 개신교인들이 전도하지 않고 티내지 않을 때 오히려 더 새롭게 보였다. 그러면 참다못한 내 선에서 먼저 "아니, 왜 전도를 안 하는 겁니까?"라며 윽박지르곤 했다. 그래도 그분은 그냥 사람 좋게 웃을 뿐이었다.
그러면 나는 이내 꼬리를 내리고 "교회는 못 나가지만 예수님 말씀대로 좋은 삶을 살도록 노력 할 게요" 하면서 정말 진심으로 다짐하곤 하였다. 그분이 나를 교회로 까지 인도하지는 못했지만 예수님의 마음은 충분히 전하게 된 것이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통성기도, 방언기도, 부흥회, 대단위 도심 집회 겸 예배 등은 비 개신교인에게 더욱더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개신교인들은 좀 인지 하셨으면 싶다. 그것은 그들만의 공명은 될지언정 비기독인들에게는 아무런 울림을 주지 못한다.
누구보다도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다 가신 권정생 선생은 '천당' 가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따뜻한 삶'이라 하였다. '따뜻한 삶'은 굳이 전도 행위를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이룰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따뜻한 삶' 그 자체가 전도가 아닌가 말이다.
일개 무신론자가 남의 종교에 뭐라 하는 것이 외람되지만, 개신교인들도 나 같은 무신론자 혹은 타종교 인들이 많다는 것을 한번쯤 고려해 주었으면 싶다.
2007.09.14 19:59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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