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하지 말고, 립서비스 하지 마라"

창조한국 광주ㆍ전남본부 합동 출범식 스케치

등록 2007.09.16 22:39수정 2007.09.16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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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예비후보를 기다리는 사람들. ⓒ 임현철

문국현 예비후보를 기다리는 사람들. ⓒ 임현철

 

최근 가파른 여론 상승세를 타고 있는 문국현 예비후보에 대해 주위로부터 “어떤 사람인가?” 하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사실 그를 알지 못해 하는 대답이라야 궁색할 수밖에 없다.

궁금증 해소 등을 위해 문국현 예비후보 인터뷰를 기대하고 15일 창조한국 광주ㆍ전남본부 합동 출범식이 열리는 전남 화순으로 향했다. 저녁 7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진행되는 행사에는 8시부터 참여했다.

 

행사장 입구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인사를 나누며 대화를 하고 있다. 한쪽에선 참석자 명찰을 적고, 참가비를 내며 행사내용들을 살펴보고 있다. 문함대(문국현과 함께하는 대한 사람들) 회원들은 녹색 셔츠를 구입해 입고 있다. 이학영 전국YMCA연맹 사무총장 등 시민단체 관계자가 많아 참가자들의 성향은 금방 드러난다.

 

문국현 예비후보의 합류는 밤 11시. 그를 만나려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시간을 달래기 위해 1부에 풍물공연, 댄스스포츠 공연, 지역별 소개, 이두협 교수의 ‘21C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 특강, 희망 띠잇기 운동 제언 등을 배치했지만 참석자들의 눈길을 그다지 끌지 못한다.

 

사회자 임낙평씨의 “우리나라를 위해 토요일 저녁에 모여 우리의 정치를 바로 세우려는 열정 아래 이렇게…”라는 말도 공허하게 느껴진다. 지루함을 달래려 메인 인터뷰에 앞서 미니 멘트를 딴다. 광주에서 아이, 주위분들과 함께 온 현아무개씨가 애꿎은 타킷이 된다.

 

- 어떻게 오셨어요?
“여자가 집에서 저녁밥 안 차리고 여기 앉아 있으니까 이상해요? (웃음) 정책이 어떤지 알고 싶어서. 경제나 환경은 알지만 교육, 외교 등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모르니 직접 들어야죠. 잘 알아야 책임을 실을 수 있고, 마음에 들면 뛰어야죠. 다른 곳(후보)이 마음에 들지 않고, 대안이 없어 찾기 위해 여기까지 오게 됐다.”

 

- 본인이 지지할 후보의 조건은?
“모든 부분에서 진보의 색깔이 확실해야 한다. 그리고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소극적 참여에서 적극적인 참여를 할 것이다. 한나라당에 가면 어쩔 것인지 걱정 안할 수가 없다.”

 

- 포용력이라면 어떤 포용력인가?
“보수와 진보를 다 아우르는 포용력이 아니다. 이게 열린우리당, 민주신당 아닌가? 내가 말하는 포용력은 진보세력을 감싸 안는 포용력이다.”

 

이 정도면 그가 왜 왔는지 알 수 있다. 그가 문국현 후보에게 기대는 건 보수를 대변하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대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진보의 위기의식이라 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다른 참석자들의 생각도 이와 대동소이할 것이다.

 

밖에 나가 담배를 꼬나물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도 시간은 더디기만 하다. 모두가 한 사람만 기다리는 판이다. 문국현, 그를 왜 민주화의 성지라는 광주ㆍ전남 사람들을 장장 4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대체 뭣이 있길래?

 

2부 본 행사에 출범선언문 낭독, 운영위원 소개, 외부 참여인사 소개, 운영위원장 인사 등의 프로그램이 배치되어 있지만 무표정 속에 ‘언제 오지’란 기대를 감추고 있다. 지리한 기다림의 연장이다. 이번에는 창조한국 이수원 정무위원을 붙잡는다.

 

창조한국 이수원 정무위원 ⓒ 임현철

창조한국 이수원 정무위원 ⓒ 임현철

 

- 전체적인 선거 분위기는 어때요?
“분위기가 좋다. 대기업만 관심이 없지, 자영업자나 비정규직이 많아 호응이 크고 계속해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후보도 지칠 정도로 뛰고 있다. 당초 부산과 대구 등을 우려했는데 굉장히 괜찮다. 추석 후 (지지도가) 10%로 오를 것이다.”

 

- 만나는 사람들은 무엇을 요구하나?
“대략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말로만 하지 말고, 립 서비스 하지 마라. (지지자들을) 제발 버리지 말고 진정성을 보여라. 둘째, (이념적) 좌ㆍ우 필요 없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길 수 있게 해 달라. 셋째, 교육문제로 더 이상 힘들게 하지 마라. 넷째, 취업문제다. (정치권이) 치고 박고 싸우지 말고 경제가 잘되게 해라는 요구가 대부분이다.

 

이수원 위원이 문국현 후보를 모시러 떠나간다. 뒷모습에서 자랑과 당당함이 느껴진다. 밀만한 사람을 민다는 자부심으로 읽힌다.

 

행사장 안으로 옮긴다. 사회자 정용식 씨 “밤 10시에, 그것도 토요일 야밤에 출범식 하냐? 고 욕도 많이 먹었다. 토요일 야밤에 이런 행사를 할 수 있는 열정이면 못할 게 없다”고 한 마디.

 

밤 11시, 행사장에 긴장이 흐른다. 문이 열리고 “후보님 오셨습니다”란 말고 함께 기립박수 속에 문국현 후보가 들어선다. 문 후보는 인사와 악수를 하며 단상으로 올라간다. 꽃다발이 전달되고, 손을 들어 화답한다.

 

“밤늦은 시간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송구스럽다. 전국의 대학신문 편집장들과 토론을 하다 보니 늦었다. 추석이 왜 중요한가 했더니, 부모들이 자녀 말을 잘 듣는다 한다. 투표 성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란 말로 축사를 시작한다. 분위기가 일시에 반전된다. 의자를 당겨 앉아 눈을 둥그렇게 뜨고 귀를 쫑긋한다. 여기저기 플래시가 터진다. 축사가 끝나자 3부 어울림 마당이 진행된다. 노래를 부르는 중에 문국현 후보가 테이블을 돌며 악수를 한다.

 

차례를 기다린다. <문국현 솔루션> 책 사인과 기념사진 촬영이 추가되어 시간이 길어진다. 12시 20분 참가자들이 손에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른 후 ‘만세’를 외치며 출범식이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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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과 기념촬영. ⓒ 임현철

참가자들과 기념촬영. ⓒ 임현철
2007.09.16 22:39 ⓒ 2007 OhmyNews
#창조한국 #문국현 #출범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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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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