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는 무조건 친해야 한다

[아가와 책 87] 소아정신과 노경선 박사의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등록 2007.09.21 11:34수정 2007.09.2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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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 예담

이제 두 돌이 되는 딸이 가끔 떼를 쓰며 무언가를 해달라고 짜증 낼 때면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조그만 녀석의 버릇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도 모르겠고 혼을 내면서 교육하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인가 의문도 든다.

책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이처럼 아이와 부모의 관계가 힘들 때 도움이 되는 책이다. 갓난쟁이 시절부터 시작하여 사춘기 이후의 청소년까지 광범위한 아이들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 쯤 읽어 볼만하다.


책의 첫 장은 ‘부모는 어떤 존재인가?’ 라는 화제로 시작한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전한 항구 같은 엄마 품에서 위안을 얻기 위해 애착 행동을 보인다. 이를 눈치 챈 엄마가 아이를 안아주고 위로해 주면 아이는 금방 엄마라는 항구에 닻을 내리고 평화를 찾는다. 또한 마음 속 안전 기지로 엄마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어 엄마가 없더라도 불안한 상황을 헤쳐 나간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가 엄마를 찾으며 불안해 할 때 엄마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주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아이의 요구를 무시하는 무시형 엄마, 지나치게 받아주며 과보호를 하는 집착형 엄마 등은 아이의 정서를 해치고 떼쟁이 아이, 외로운 아이, 내성적인 아이를 만든다.

책에 따르면 아이는 어린 시절 부모와 상호 작용한 경험을 기억으로 저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애착 패턴을 형성한다. 이는 12개월 무렵 시작되어 만 3세 전후에 고정되는데, 이렇게 고정된 애착 패턴은 다른 사람을 대할 때마다 작동되어 그대로 행동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우리 아이가 사회성도 좋고 밝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면 이 시기의 아이에게 적절한 반응을 보여 주고 충분하고 풍부한 자극을 주어야 한다. 아이의 요구를 너무 자주 무시하거나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이며 과보호하는 건 아닌지 항상 엄마의 반성이 필요하다. 저자는 행복한 아이를 만들기 위해 ‘엄마는 무조건 아이와 열심히 놀아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엄마는 아이를 사람으로 만드는 모든 자극을 제공하는 주체이며, 과장된 표현을 빌리자면 아이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절대적 존재입니다. 엄마로부터 좋은 자극, 풍부한 자극을 받은 아이는 신체의 모든 기관이 놀라울 정도로 발달하며, 그 모든 경험이 뇌에 기억으로 남아 이후 감정이 풍부한 아이,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 머리가 좋은 아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갓난아기의 뇌는 항상 자극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이때에 애착 관계가 형성된 엄마의 자극이 가장 중요하다. 엄마가 맞벌이를 하여 아이를 자주 돌볼 수 없을 지라도 항상 마음에 주 양육자는 자신이라고 생각하며 퇴근 후 아이와 열심히 놀아주면 아이는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다. 만약 아이를 타인에게 맡겨 길러야 하는 경우라면 그 양육자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우리 아이처럼 울면서 자신의 분노를 표현하는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일단 화가 나 있는 아이의 마음에 반응하고 공감해 줄 것을 권한다.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서 화가 났음을 인정해 주되,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이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 상대방이 자신의 분노를 알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적절한 수준에서 분노를 표현하게끔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 나온 방법대로 아이가 무언가에 화를 내며 짜증을 부리자 “울면서 이야기하면 안 되지. 뭐가 하고 싶었어? 이 뚜껑을 열려고 했는데 잘 안 됐구나! 엄마가 도와줄까?” 그랬더니 금방 울음을 그친다. 그리고는 “뚜껑 열고 싶으면 울지 말고 ‘엄마, 뚜껑 열어주세요’ 라고 말하는 거야. 한번 얘기해 보세요.” 그랬더니 금방 “엄마, 뚜껑 열어주세요” 한다.

아이도 뭔가 일이 잘 안 풀려 짜증이 잔뜩 나 있는데 거기다 대고 같이 화를 내는 건 좋지 못하다. 일단 왜 화가 났는지 이유를 찾고, 그게 합당한 것이 아니면 ‘그렇게 울고 화내는 게 아니야’ 라고 말해 주며 타임아웃 등의 방법으로 떼쓰는 걸 줄이는 게 필요하다. 타임아웃은 세 살 정도의 아이에게는 1분 정도의 시간을 주어 반성하도록 한다.

세 살이면 무척 어린 나이인 것 같지만 이 시기면 아이들은 웬만한 눈치가 다 생기고 떼쓰면 뭔가 해결된다는 것도 영특하게 알아차린다. 아이가 운다고 하여 뭐든지 들어줄 필요는 없다. 왜 그걸 하면 안 되는지 이유를 설명하고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는 일에는 엄격하게 대하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잠깐 동안 벌을 주고 나서는 항상 사랑의 마음으로 아이를 안아주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

저자는 이런 방식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이가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많이
칭찬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이라고 말한다. 아이의 떼쓰는 행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떼 쓸 때 혼내는 것보다 그렇지 않을 때 “우리 딸이 떼쓰지 않고 말하니까 아주 착하고 예쁘네”라고 말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

“아이의 버릇을 고치려면 나쁜 버릇을 없애려고 하기보다 좋은 버릇을 칭찬해 주는 것이 보다 효과적입니다. 보통 아이가 엄마에게 혼나는 경우는 욕을 하거나 숙제를 하지 않았거나, 동생과 싸우거나 엄마 말을 듣지 않을 때입니다. 그렇다면 엄마 말을 잘 들을 때 칭찬을 많이 하고, 좋아하는 반찬을 해주는 등 상을 줘보세요.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칭찬해 줄 만한 일이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엄마들은 동생과 사이좋게 지낼 때는 쳐다보지도 않다가 동생과 싸우면 벌을 줍니다. 아이가 동생과 잘 지낼 때마다 상을 준다면 동생과 싸우는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들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새삼 느끼는 것은 역시 ‘아이들은 칭찬을 먹고 자라는 존재’라는 것이다. 아이가 좀 컸다고 어른스럽게 행동하길 기대하다가 그만큼 해내지 못하는 아이를 혼냈던 나를 반성해 본다. 잘못된 행동을 꾸짖기에 앞서 예쁜 행동 하나하나에 칭찬해주고 사랑해주는 엄마 되기를 다짐한다. 사랑하는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고 있는지 책을 통해 다시금 생각할 기회를 얻었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노경선 지음,
예담Friend, 2007


#육아서적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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