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의 북동쪽으로 가자!

[마다가스카르 여행기 18] 안타나나리보 가는 길

등록 2007.09.25 10:44수정 2007.09.2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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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나나리보 가는 길 ⓒ 김준희


피아나란츄아(피아)에서 안타나나리보(타나)로 가는 버스는 아침 8시에 출발했다. 소요 시간은 대략 10시간 정도라고 한다. 그러니까 도착하는 시간은 저녁 6시 정도가 될 것이다. 지금은 겨울이라서 6시면 어두워질 텐데, 그 넓고 복잡한 타나에서 어두워진 다음에 숙소를 찾아가는 것도 문제다.

타나에 도착해서 하루 이틀 쉰 다음에는 마다가스카르의 북동쪽으로 갈 생각이다. 인도양에 접한 도시 타마타브, 거기서 좀더 북쪽으로 올라간 폴포인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다시베 국립공원이 목적지다. 타마타브와 폴포인트에도 큰 볼거리는 없을지 모른다. 타마타브는 항구도시고 폴포인트는 휴양지다. 이 두 곳에서는 모두 인도양을 볼 수 있다. 마나카라에서도 인도양을 보았지만, 폴포인트의 인도양은 조금 다른 모습이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마다가스카르 북동쪽 여행의 시작

마다가스카르의 모든 도로가 그렇듯이, 피아에서 타나로 가는 길도 온통 구불구불하다. '구절양장'이라는 표현을 이럴 때 쓰면 좋을 것이다. 포장도로지만 산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급회전을 많이 한다. 그때마다 내 몸도 요동을 친다. 어린아이들이라면 그 요동을 견디지 못하고 구토하기에 딱 적당한 길이다.

버스 창 밖으로는 마다가스카르의 멋진 경치가 펼쳐진다. 이 멋진 경관을 훼손 시키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길을 구불구불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논에서 일하는 사람도 보이고 수레를 끄는 소들도 보이고 특이한 울음소리를 가진 새도 있다.

이살로에서도 라노마파나에서도, 아침에 잠을 깨우는 것은 언제나 새소리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들을 수 없는 희한한 울음소리를 가진 새들이 이곳에는 많다. 아니 원래 외딴 섬에는 특이한 새들이 많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고립된 섬에서 자신들만의 진화 과정을 거쳐온 희귀종들이다.

그리고 그 종의 상당수는 인간이 그 섬에 상륙하면서 멸종해 버렸다. 마다가스카르뻐꾸기, 모리셔스청비둘기, 세이셸잉꼬, 하와이뜸부기, 솔로몬왕관비둘기 등이 그렇게 멸종해 간 새들이다. 멸종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모리셔스의 '도도' 역시 마찬가지다. 도도는 날지 못하는 새라서 멸종했다 치더라도, 날 수 있는 새들은 왜 멸종했을까?


물론 그 새들이 멸종한 데에는 인간의 책임이 크다. 인간이 섬에 상륙해서 그 새들을 잡아먹어 버렸기 때문이다. 조류학자들의 통계에 의하면 대략 2천 종 가까운 종을 인간이 먹어치웠다고 한다. 뛰어난 항해술을 바탕으로 전세계의 섬에 상륙했던 인간들이 역시 그 뛰어난 사냥기술을 이용해서 섬의 새들을 잡아먹은 것이다.

그 중에서도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들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했다. 하와이, 크리스마스섬, 세이셸제도 등이 그런 곳들이다. 이렇게 외딴 섬에서는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량이 바로 새알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섬에 상륙한 인간들도 문제였지만, 그들이 함께 데리고 갔던 개와 고양이, 돼지 등도 커다란 문제였다.


특히 고양이의 상륙은 새들의 입장에서 보면 직격탄이나 마찬가지였다. 고양이는 새의 둥지를 뒤져서 알을 먹고 어린 새들까지 잡아먹었다고 한다. 새의 둥지를 파헤치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입가에 시뻘건 피를 묻히고서 어린 새를 잡아먹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 정말 괴기스럽지 않을까?

외딴 섬에서 멸종해간 수많은 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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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나나리보 가는 길 길가의 화장실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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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에서는 이렇게 생긴 새를 종종 볼 수 있다. ⓒ 김준희


"우웩~~"

내 옆자리에 있던 아이가 또 구토를 한다. 한 5살이나 되었을까. 아이를 안고 있는 아저씨는 그때마다 비닐봉지를 아이의 입에 대어준다. 워낙 굽은 길을 달리기 때문에, 버스 안에는 이렇게 비닐봉지들을 상비해 둔다. 누군가가 구토를 할 기미가 보이면 운전사에게 말해서 그 비닐봉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구토를 마치고 나면 창문을 열고 그 비닐봉지를 밖으로 던진다.

저 아이의 심정을 나도 알 것 같다. 어린시절에는 나도 차를 타기만 하면 구토를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택시건 버스건 마찬가지였다. 한번 구토를 하고나면 먹은 것을 전부 게워내기 때문에 속은 텅 비고 머리는 어질어질하다. 구토를 한다고 해서 속이 편해지는 것은 아니다. 뱃속은 쓰리고 위장은 뒤틀리는 느낌이다. 그런 습관이 없어진 것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다음일 것이다. 그리고 대학교에 입학한 다음부터는 술을 마시고 나서 구토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저 아이도 좀 나이를 먹고 나면 버스에서 구토하는 습관이 없어질까. 아니면 그 전에 마다가스카르의 도로 사정이 좀더 좋아질까. 어느 쪽이건 시간이 필요한 문제다. 마다가스카르가 가지고 있는 자원과 인력을 동원한다면 산을 뚫고 숲을 밀어서 직선도로를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구토를 마친 아이는 콜라를 마시고 있다. 아이의 부모는 1.5리터짜리 코카콜라 한 병을 들고 있다. 그리고 아이가 갈증을 느낄 때마다 물 대신에 그 콜라를 먹인다. 코카콜라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외딴 섬, 그중에서도 작은 시골마을에도 코카콜라와 환타가 없는 곳이 없다.

"그거 먹이지 마세요. 아이들 몸에 안좋아요."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이 통하지 않는 나는 그냥 앉아서 마음만이라도 전달되길 바라는 수밖에.

안타나나리보에서 호텔을 찾아 헤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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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나나리보 가는 길 안치라베에서 잠시 멈춰선 버스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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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작은 상점들 ⓒ 김준희


한참을 달린 차는 안치라베 터미널에서 잠시 멈추었다. 버스가 터미널에 들어서면 장사꾼들이 모여든다. 과일, 빵, 과자 등을 들고와서 판다. 그리고 버스 위로는 현지인 한두 명이 올라가서 짐을 푼다. 이들이 샌들만 신은 채로 순식간에 버스 지붕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여우원숭이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들은 아마 이 버스운송회사에 소속된 직원일 것이다. 한 대의 미니버스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동원된다. 기본적으로 운전사가 있어야 한다. 터미널에 있는 작은 사무실에 상주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터미널마다 손님들을 호객하는 '삐끼'들도 많다. 그리고 버스가 드나들 때마다 지금처럼 지붕에 올라가서 짐을 풀고 다시 묶는 사람도 필요하다. 터미널에서 물을 길어다가 일일이 손세차를 하는 직원도 있다.

피아에서 타나까지 버스요금은 1만8천 아리아리다. 우리나라 돈으로 9천원이다. 15인승 미니버스지만 기본적으로 20명은 탄다. 1만8천 곱하기 20하면 36만 아리아리가 된다. 마다가스카르 현지인들의 월수입은 대략 10만에서 20만 아리아리 사이다. 즉 이 버스가 한번 움직이면 현지인들 월수입 두 배에 해당하는 현금이 들어온다는 얘기가 된다. 이 정도면 꽤 짭짤한 일이 되지 않을까?

물론 이렇게 간단하게 계산할 문제는 아니다. 버스가 한번 움직이려면 운전사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의 일손이 필요하다. 게다가 마다가스카르의 휘발유 값은 싼 편이 아니다. 우리나라보다 약간 싼 가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차가 낡았기 때문에 연비가 그다지 좋은 편도 아니다.

이렇게 들어온 36만 아리아리의 현금에서 기름값과 기타경비를 제외한 나머지를 운송회사 직원들이 일정 비율로 나누어 가질 것이다. 운전사의 몫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마다가스카르에서 이 미니버스를 운전하는 일은 다른 일에 비해서 꽤 수입이 좋은 일이 되지 않을까. 터미널마다 수많은 버스회사들이 경쟁하듯이 모여 있는 것도 아마 그런이유 때문일 것이다.

버스는 안타나나리보에 저녁 6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이미 사방이 어두워진 상태다. 나는 택시를 타고 시내중심가에서 내렸다. 이제부터 걸어서 <론리플래닛>에 나와 있는 작은 호텔을 찾아가야 한다. 나는 배낭을 메고 중심가 뒷골목에 있는 작은 호텔 '문라이트(Moonlight)'로 걸어갔다.

"방 있어요?"
"아니요. 지금 방 다 찼어요. 위쪽에 있는 호텔로 가보세요."


나는 다시 걸어서 위쪽에 있는 '세이 프랜시즈(Chez Franciz)'로 향했다. 그런데 여기에도 빈방이 없다. 점점 불안해진다. 이러다가 타나에서 노숙을 하게 되는 것 아닐까? 나는 다시 걸었다. '르 카탈(Le Khathal)'이라는 호텔에는 빈방이 있다. 그런데 무지 비싸다. 하룻밤에 4만7천 아리아리라고 한다. 나는 다시 길을 걸었다. 노숙을 하면 했지 그렇게 비싼 곳에서 잘 수는 없다.

이제 어디로 간다? 나는 중심가에 서서 지도를 들여다 보았다. 중심가에서 문라이트호텔 맞은 편에 위치한 골목에도 싼 호텔이 있다. 난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라보르드(Laborde)'라는 호텔 겸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여기에도 빈방이 없다면 어떻게 할까.

"방 있어요?"
"예. 있어요. 그런데 화장실이 방에 없으니까 좀 불편할 거예요."
"그래도 괜찮아요. 하룻밤에 얼마예요?"
"2만 아리아리요."


역시 배낭메고 발품을 판 보람이 있다. 혼자 쓰기에 적당한 방이다. 무릉다바, 마나카라에서 묵었던 호텔보다는 약간 비싸다. 하지만 여기는 수도 아닌가. 수도에서 중심가 부근에 이렇게 싼 방을 구했다는 것이 어찌 보면 행운일 것이다. 방에 화장실은 없지만 샤워 시설은 있다. 난 씻고 나서 레스토랑 테이블에 앉아서 다시 지도를 펼쳐들었다. 마다가스카르의 북쪽 여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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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나나리보 많은 배낭여행자가 모이는 호텔, 문라이트. ⓒ 김준희

덧붙이는 글 | 2007년 여름, 한달동안 마다가스카르를 배낭여행 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2007년 여름, 한달동안 마다가스카르를 배낭여행 했습니다.
#마다가스카르 #안타나나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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