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시리아 핵 커넥션 의혹의 진실은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이란 때리기 위한 성동격서?

등록 2007.09.27 18:01수정 2007.09.28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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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끝난 후 며칠 만에 발행되는 신문들의 주요 뉴스 가운데 하나는 '북한 관련 뉴스'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재개된 북핵 6자회담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신문들은 각기 다른 분석과 해석을 내놓고 있어 여러 개 신문을 동시에 읽는 독자들로서는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런 헷갈리는 상이한 분석과 해석의 근저에는 최근 야기된 이른바 '북한-시리아 핵 커넥션 의혹'이 자리 잡고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25일 베이징에 도착하면서 "미친놈들이 지어낸 것이니 미친놈들에게 물어보라"고 격하게 반응했던 북한-시리아 핵 물질 이전설이 바로 그것이다.


북한-시리아 핵 이전설의 진원지는 미 고위 관료다. 영국의 BBC 방송의 조나단 마르쿠스 기자는 그 진원지로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를 지목했다. 존 볼튼 전 대사는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 기고한 글에서 시리아가 북한에서 핵프로그램 관련 기술과 물질들을 수입해 보관하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는 글을 기고했다.


마르쿠스 BBC 기자는 존 볼튼 전 대사로부터 직접 이런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그러나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정보 출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북한-시리아 핵 커넥션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한 편의 미스터리물을 연상케 하는 이스라엘 공군의 비밀스런 시리아 공습작전이었다. 이스라엘은 9월 6일 새벽 최신예 기종인 F15, F16 등 전폭기 8대를 발진시켜 시리아 영내를 침투해 공습을 단행했다. 터키 영공을 통과했으며, 최첨단 공중경보기 ELINT도 작전에 참가했다.


전폭기들은 마베릭 공대지 미사일과 각각 500파운드의 폭탄들로 중무장했다. 무장 상태로 보았을 때 지상 공격 목표를 타격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작전명 '오처드(Orchard : 과수원)'라고 명명된 이 작전은 그러나 지금까지도 온통 베일에 가려져 있다.


'오처드'로 명명된 작전, 온통 베일에 가려... 이스라엘 '보도통제' 실시


이스라엘군으로는 1981년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의 원자로를 공습해 파괴한 이후 최대 규모의 전격적인 타국 영공 침공 작전이었지만, 이스라엘은 그때와는 달리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작전도 극비리에 진행됐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전투기 비행사들조차 이륙 후에나 비로소 목표지점과 목표물을 통보받았을 정도라도 보도했다. 이스라엘 각료 중에서도 에후들 올메르트 총리와 국방장관 등 단 3명만이 이 작전을 알았다는 말도 있다. 이스라엘은 국내 언론들에 대해서는 아예 단 한 줄도 보도하지 못하도록 '보도통제'를 실시하고 있다.


수상쩍기는 시리아도 마찬가지다. 시리아는 이스라엘 폭격기가 초음속으로 영해를 침범했으며, 군수품을 투하했지만, 피해는 없었다고 밝히고 있을 뿐이다. 자국의 방공망으로 이들 이스라엘 폭격기들을 공격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UN에 이 문제를 제소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지만, 이스라엘의 명백한 '전쟁행위'에 대한 반응 치고는 지극히 소극적이고 제한적이다. 이스라엘 폭격기들의 공습으로 인한 피해 장면도 전혀 밝히고 있지 않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영국의 <더타임스> 같은 경우는 시리아가 은밀하게 들여온 북한의 핵물질이나 핵장비를 폭격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고위 관계자의 전언에 따른 보도다. 핵물질이나 핵장비가 아니라, 이란이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에게 제공하려 비축해둔 각종 미사일과 재래식 무기고를 공습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상 목표물의 타격보다는 장거리 침투 폭격 그 자체에 더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리아의 방공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것과 함께 이란의 핵시설 가동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이 언제든가 '폭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그 중 하나다. 나아가 미국의 이란 공격을 위한 사전 연습의 성격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스파이 영화보다 더한 음모와 공작의 냄새도 짙은 의혹, 진실은 무엇일까?


피터 뷰몬트 <가디언> 기자는 지난 16일자 '이스라엘의 공습은 이란 공격을 위한 예행연습인가'라는 기사에서 그런 점에서 북한과 시리아 핵 커넥션 의혹은 이스라엘이 제공한 시리아 관련 정보를 장악했던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비롯해 일부 네오콘들이 의도적으로 북한 핵문제를 증폭시키려는 '숨은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에 영국의 <더타임스> 같은 경우는 북한과 시리아의 핵 커넥션 의혹을 잇달아 단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북한이 북핵 6자회담에 따른 핵시설 봉인 및 비핵화 조치로 북한에 둘 수 없게 된 핵물질과 핵시설을 시리아에 은밀하게 옮겨 두려 했다는 추정까지 나오고 있다. 주로 워싱턴과 텔아비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보도들이다.


진실은 무엇일까? 북핵 문제가 이란 핵문제는 물론 중동 문제, 그리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외정책과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한 단면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스파이 영화보다 더한 음모와 공작의 냄새도 짙다.


한국 언론의 시야가 더 넓어져야 한다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거기에 보다 정치한 분석력도 함께 필요한 때다. 잔혹한 정권에 북한도 포함시킨 부시 미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흥분해 이를 1면 머리기사로 올리거나 하는 바보짓들은 이제 그만 둘 때가 됐다. 그래서야 이 복잡한 국제정치의 함수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이며, 어떻게 독자들에게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인가.

2007.09.27 18:01 ⓒ 2007 OhmyNews
#북핵 #북한 시리아 커넥션 #이란 핵 #이스라엘 #시리아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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