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한복판 '성황당 투쟁'을 아시나요

[현장] 코스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 파업 17일째

등록 2007.09.28 19:36수정 2007.09.28 19:47
0
원고료로 응원

 

"비정규직 투쟁의 희망으로서, 전국의 모든 비정규직을 대표해서 싸우겠다."

 

이은순 민주노총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이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삼보일배가 끝난 후 외친 말이다.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이 사라진 신문지면과 방송화면에는 새로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들은 바로 코스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100여명이다.

 

코스콤에서 일하지만 도급회사에 소속돼 있는 이들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신관 1층 로비를 점거한 후 지난 12일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0일에는 그곳에서 쫓겨나 거래소 앞 거리로 내몰렸다.

 

코스콤은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자회사로서 증권시장의 IT 인프라 구축 업무를 맡고 있는 곳이다. 현재 기획예산처로부터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다.

 

날씨가 부쩍 쌀쌀해진 28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앞을 찾았다. 거래소 정문은 '정문폐쇄'라는 팻말과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굳게 닫혀 있었다. 그 안쪽의 경찰과 경비업체 직원들은 문 너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농성하고 있는 천막과 컨테이너 박스를 주시하고 있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천막은 거래소 담벼락에 투명한 비닐 천을 덧댄 것에 불과했다. 비닐이 바닥에 닿지 않은 천막이 많았다. 비바람을 제대로 가리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김유식 증권산업노조 코스콤 비정규지부 대외협력국장은 "비가 오던 어제(27일) 밤은 인근 증권사 건물에서 눈을 붙여야 했다"고 밝혔다.

 

증권거래소 앞에는 나무에 걸려 있는 여러 색깔의 띠들이 눈에 띄었다. 그 띠에는 '노예가 아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망을 담은 것이다. 김 국장은 이를 두고 "성황당 투쟁이다"라며 "거래소 주변을 모두 띠로 둘러 비정규직 철폐 문화의 거리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점심시간, 노동자 70여명은 거래소 인근 증권회사들이 모여 있는 '증권타운'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이들은 삼보일배를 진행했다. 이들의 모습은 점심을 먹기 위해 쏟아져 나오는 증권회사 직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노동자들은 40여 분간 "코스콤 각성하라 1배, 비정규직 철폐하자 1배, 인간답게 살아보자 1배"를 외치며 증권타운 거리를 가로질렀다. 김 국장은 "생각보다 힘들긴 하지만, 무엇보다 내 스스로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은순 부위원장이 "한발 한발 디디면서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고 밝혔다.  

 

또한 정인열 부지부장은 "(삼보일배를) 엄숙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본다"고 밝혔다. 정인열 부지부장의 옷자락에 달린 종이학이 눈에 띄었다. 지난 12일 취재 당시 이들은 "우리는 비정규직 투쟁의 파랑새"라고 밝혔다. 차가운 날씨를 보인 파업 17일째, 파랑새는 아직도 건재해 보였다.

2007.09.28 19:36 ⓒ 2007 OhmyNews
#코스콤 비정규직 #코스콤 #비정규직 #증권선물거래소 #간접고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