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종전선언'이 최우선 의제다

정전체제 종식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등록 2007.09.28 19:01수정 2007.09.29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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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마크 더블유. 클라크’를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일성’과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 ‘팽덕회’를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이하 정전협정)이 체결되었다. 6월 25일도 아니고 정전협정 체결일이 아님에도 반세기도 지난 일을 지금에 와서 뜬금없이 거론하는 데에는 물론 이유가 있다. 바로 남북정상회담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의 첫 걸음을 떼게 될 것인지, 아니면 또 한 번의 의미 없는 정치 쇼를 구경하게 될지 국민들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몇 달 뒤에는 17대 대통령 선거라는 중요한 정치 일정이 다가오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수많은 정치인들은 모두들 앞 다투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렇듯 너도나도 이야기를 꺼낼 정도이면 한반도에 평화체제는 이제 먼 미래에 대한 헛된 기대가 아닌 임박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반세기도 지난 정전협정을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거론하는 이유이다. 한반도의 평화체제는 누구처럼 말로만 떠들어댄다고 될 일이 아니다. 정말로 한반도 평화를 절실히 원한다면, 현재를 진단하고 그 진단에 따른 대안을 수립하고 실행가능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정전협정에는 한국이 없다

 

정전협정은 ①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설치, ②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독위원회 설치 및 직책과 권한, ③ 전쟁포로 교환 등 대략적으로는 3개의 군사부문과 정치회담 소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차적으로는 전쟁을 중지하고 평화체제는 차후의 정치회담으로 논의하자는 것이 정전협정의 주요한 요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모두 63개항으로 구성된 정전협정은 체결 직후부터 쌍방에 의한 위반사례가 속출했기에 그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사문서에 불과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한국 역외로부터 군인의 증원, 무기・장비 등의 반입을 중지한다는 규정을 비웃으며 1953년 10월에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비롯하여, 1954년 4월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정치회담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어떠한 성과도 남기지 못한 채 끝이 났다. 더불어 1990년대 들어와 북한이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독위원회의 권한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실질적인 조치들을 취함으로써 정전협정은 그야말로 길바닥에 버려진, 더 이상 의미 없는 종이쪽에 불과했다. 이러한 정전협정에 한반도는 아직도 묶여 있다. 더구나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네오콘의 예방전쟁론이 미국의 공식적 국가안보전략으로 채택된 이후로 한반도의 평화는 정전협정 체제와 같은 역내 기구로 관리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에 정전협정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한국전쟁의 정전협정에는 한국이 없다. 정전협정은 ‘국제련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정전협정을 체결했던 당시의 주체들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는 문구이다. 국제연합군에 한국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는 있으나 정전협정문 어디에서도 한국이 명주체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정전협정 체결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정전협정의 주체로 한국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상태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함에 있어서 한국의 역할을 제한한다. 평화체제 수립에 있어서 한국의 주체로서의 역할이 분명히 명시된 것은 오히려 남북미중 4자의 별도 포럼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한다는 9.19 합의일 것이다.

 

정전협정 체제를 종식해야 할 두 번째 이유는 정전의 의미와 관련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정전은 전쟁이 끝난 상태인 종전과는 달리, 전쟁을 중지한 상태를 말한다. 하기에 종전이 아닌, 정전이 유지되고 있는 현재의 한반도를 조금 극적으로 표현한다면, 전쟁 발발의 가능성을 끌어안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논리적인 수준에서는 분명 그렇다. 게다가 정전협정의 체결 이후에 남과 북, 서로에 의해 속출했던 정전협정에 대한 위반사례들을 떠올린다면 극적인 표현도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전협정이 아닌, 공식적인 종전선언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부터 담배를 끊겠다고 누군가 말한다면, 그 순간부터 그는 자기 자신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금연의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암묵적인 관심을 받게 된다. 이처럼 남과 북이 종전을 선언한다면, 한반도 스스로 그리고 주변국들로부터 한반도에 전쟁이 공식적으로 종식되고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과정을 함께 책임져 나갈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발상의 전환! 북한은 국가다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함으로써 완료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전환은 한꺼번에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다. 첫 걸음은 종전선언이다. 그 다음 단계는 남북과 북미 간의 국가 대 국가 패러다임의 수립일 것이다. 우리는 국가 대 국가 패러다임을 통해 평화협정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종전선언은 첫 단계에 해당되는 만큼 매우 결정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종전선언에 대한 의미 부여이다. 만약 종전선언이 민족통일 담론의 틀 안에서 이해된다면, 그것은 평화 프로세스에 역행할 수 있다. 전쟁종결은 곧바로 통일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사이에 긴 기간의 평화번영 프로세스가 있어야만 통일이 가능할 것이다. 전쟁종결을 곧바로 통일로 이해하는 일은 실질적인 평화구축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필요한 것은 평화담론과 통일담론의 선순환이지 통일담론의 비대칭적 과잉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미수복지역으로 간주하게끔 하는 1민족 1국가 모델도 평화 프로세스에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 정반대로, 북한의 국가적 실체의 인정은 통일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 헌법도 통일지향 평화체제를 분명히 밝히고 있고, 설령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하는 헌법상 영토조항을 수정하여 “통일 이후”라는 문구를 삽입한다고 해서, 통일이 헌법상의 국가목표라는 점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종전선언과 더불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울러 남북간 경제동반자적 관계의 형성을 통해 한반도 경제의 틀을 만들고 경제와 평화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경제협력은 군사적 신뢰를 구축하고 포괄적인 군축으로 나아가는 수단이 될 것이며, 군축을 통해 얻어진 평화배당금은 또 다시 경제에 도움을 줄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정상회담과 같은 호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2.13 합의대로 북한 핵문제는 연내에 해결하면 된다.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공동의 입장이 마련된다면 핵문제의 연내 해결에도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부터는 9.19 합의대로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남북미중의 4자 포럼을 통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프로세스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남북 쌍방에 의한 종전선언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 금민 기자는 한국사회당 대표입니다.

2007.09.28 19:01ⓒ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금민 기자는 한국사회당 대표입니다.
#남북정상회담 #한국사회당 #금민 #정전협정 #평화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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