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캠프 선배 부탁으로 전화 돌렸다"

부산 동원선거 의혹 관련 이모씨 혐의 일부 시인

등록 2007.10.01 18:08수정 2007.10.0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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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냉장고에 숨겨졌던 선거인 명부 9월 30일 오후 부산 금정구 선관위와 경찰이 이모씨의 학원 원장실 간이냉장고에서 찾아낸 금정구 선거인 명부.

냉장고에 숨겨졌던 선거인 명부 9월 30일 오후 부산 금정구 선관위와 경찰이 이모씨의 학원 원장실 간이냉장고에서 찾아낸 금정구 선거인 명부. ⓒ 오마이뉴스

▲ 냉장고에 숨겨졌던 선거인 명부 9월 30일 오후 부산 금정구 선관위와 경찰이 이모씨의 학원 원장실 간이냉장고에서 찾아낸 금정구 선거인 명부. ⓒ 오마이뉴스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과 관련, 불법 동원선거 의혹을 받고 있는 정동영 후보측 한 지지자가 "정 후보 캠프 인사의 부탁을 받았다"고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부산시 금정구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는 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동영 후보 캠프에 있는 선배가 선거인 명부를 주면서 '전화를 걸어서 투표를 많이 하게 하면 된다'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절친한 선배가 와서 도와달라고 하는데 못 할 게 뭐가 있냐"고 항변했다. 그는 이어 "선거인단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 불법인지 몰랐느냐"는 질문에는 "몰랐다"고 답했다. 

 

냉장고에서 쏟아져나온 선거인 명부

 

앞서 부산-경남 경선 투표일인 9월 30일 오후 이씨의 학원 원장실 간이 냉장고에서 선거인단 주소와 연락처, 차량지원 계획서 등 동원선거 물증이 발견돼, 경찰에 압수됐다. 또 부산 금정구 선관위와 경찰이 학원을 조사하기 앞서 원장실에서 4명의 여성이 선거인 명부를 놓고 전화를 돌리는 모습이 손학규 후보측 관계자들에게 목격됐다.

 

특히 '구별차량지원 현황'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차종, 차량번호, 탑승인원, 운전기사 성명, 운전기사 휴대폰, 차량 배치 시간 등의 항목이 기록돼 있다.

 

그러나 이씨는 '차량을 동원해 선거인단을 투표소까지 동원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화를 걸어 '투표 합시다' 하면서 '어디서 만나서 같이 가자'고 했을 수는 있지만, 차량을 동원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학원 원장실에서 차량지원 계획서를 비롯해 특정 지역에서 특정 시간 대에 차량을 준비한 흔적이 기록된 메모가 발견됐지만 이씨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정동영 후보 캠프의 선배'라는 인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씨는 이와 같은 내용을 경찰에서도 진술했다고 밝혔다.

 

a 구별차량지원 상황 9월 30일 이모씨의 학원 원장실에서 발견된 이 문건으로 인해, 정동영 후보측이 차량을 이용해 선거인단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구별차량지원 상황 9월 30일 이모씨의 학원 원장실에서 발견된 이 문건으로 인해, 정동영 후보측이 차량을 이용해 선거인단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오마이뉴스

▲ 구별차량지원 상황 9월 30일 이모씨의 학원 원장실에서 발견된 이 문건으로 인해, 정동영 후보측이 차량을 이용해 선거인단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오마이뉴스

손학규-이해찬측 "불법 부정선거 입증"... 정동영측 "열혈 지지자 개인의 문제"

 

이와 관련 손학규 후보측 정봉주 의원은 "(9월 29일) 새벽 2시에 부산 북구에 위치한 산업인력공단 지하실에서 정동영 지지자들이 전국에서 백대의 차량을 모아 약 3백명 모인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에 갔더니, 약 150~200명의 지지자들이 선거구별 동별 선거인 명부를 배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이어 "당시 선거인 명부를 배부한 것은 엄밀히 따지면 선거법 위반이 아닐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명부를 배부하고 그것이 금정구에서 어떻게 쓰였나 하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에 이것은 차량을 이용한 조직 동원, 차량 편의를 제공한 불법 부정선거임이 입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학규 후보측 의원들은 1일 오전 당 지도부를 항의 방문, "불법 부정선거로 경선을 더럽히고 실망시킨 정동영 후보는 공개 사과하고, 당 지도부는 전국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 부정선거 행태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조사결과 정동영 후보가 불법 부정선거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되면, 후보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후보가 직접 동원선거를 지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도 "그러나 여러 차례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이를 관리하지 못하고, 오히려 방관했다면 미필적 고의"라고 주장했다.

 

이해찬 후보 캠프 역시 이날 당 지도부를 항의 방문한 데 이어 '정동영 후보측 불법선거 사례'를 발표했다. 특히 김형주 대변인은 "경선이 다 끝나고 문제제기를 하면 경선 불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경선 일정을 잠시 중단해서라도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정동영 후보측은 "열혈 지지자 한 개인의 문제를 후보 문제로 끌어들이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노웅래 대변인은 "캠프 차원에서 한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자가 경선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 한 것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며 "자발적 지지자들이 자기의 필요성에 의해 선거인 명부를 보고 전화를 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동영 후보측은 "지지자 개인 차원의 문제"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선거인 명부를 후보 캠프에서 건네받았다는 진술이 나온 이상, 캠프 차원의 조직적인 동원선거 의혹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8번의 지역 경선을 거의 '싹쓸이'하며 1위를 달리고 있는 정동영 후보가 결국 불법 동원선거 의혹이라는 진흙탕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올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손학규-이해찬 후보측은 '경선 중단'이라는 배수진을 치며 정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코너'에 몰린 정 후보의 선택이 주목된다.

2007.10.01 18:08ⓒ 2007 OhmyNews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 #불법 동원선거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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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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