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빛의 축제, 진주 남강을 물들이다

의령 자굴산과 2007진주남강유등축제를 다녀와서

등록 2007.10.06 14:31수정 2007.10.0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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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남강 음악분수에서.   ⓒ 김연옥

▲ 진주 남강 음악분수에서.   ⓒ 김연옥

 

나는 지난 3일, 가까이 지내는 콩이 엄마와 지긋한 나이에도 마음은 늘 청춘인 김호부 선생님과 함께 경상남도 의령군 자굴산(897m) 산행을 떠났다. 오전 9시에 마산을 출발한 우리 일행은 의령군 칠곡면 내조리에서 9시 40분께 산행을 시작했다.

 

간밤에 비가 내렸는지 숲길은 물기를 머금고 촉촉히 젖어 있었다. 숲속의 공기는 싱그럽고 깨끗해 마음이 편안해진다. 더욱이 몇몇이 어울려 하는 산행은 느긋해서 참 좋다. 걸어가다 쉬고 싶으면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앉아 시원한 과일 등을 먹으면서 한참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1시간 남짓 걸어가자 너덜겅이 나왔다. 김호부 선생님 말로는 할망구 너덜겅이라 부른다고 했다. 그렇게 이름을 붙인 사연이 궁금한데 싱겁게도 모른다는 거다. 그런데 그 할망구 너덜겅의 풍경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묘하게 끌어당긴다.

 

10분 정도 더 걸어가면 예쁜 절터샘이 나온다. 절집은 온데간데없고 그곳이 절터였음을 말해 주는 작은 샘만 남아 있다. 번듯한 건물도 어느날 그렇게 사라져 버리지만, 사람도 이세상에 왔다가 가고 만다. 그러니 무슨 큰 욕심을 부리겠나. 그저 소박한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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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자굴산 바람덤.   ⓒ 김연옥

▲ 의령 자굴산 바람덤.   ⓒ 김연옥

절터샘에서 자굴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1.2km. 바람이 머물다 가는 바람덤을 거쳐 오르게 된다. 바람이라 하면 격정, 상쾌함, 스산함 등의 단어가 떠오른다. 산행을 할 때 초록빛 나뭇잎들이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에서도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이따금 속상한 일을 겪을 때면 마음 바닥까지 상쾌해지는 듯한 바람 속으로 막 뛰어들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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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자굴산 정상.   ⓒ 김연옥

▲ 의령 자굴산 정상.   ⓒ 김연옥

 

우리가 자굴산 정상에 오른 시간은 낮 12시께. 그곳에서는 벌써 도착한 많은 등산객들이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우리는 도시락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남은 과일 등을 먹으면서 한참 이야기하다 오후 1시께 하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굴산에서 내려와 의령읍에 있는 50년 전통의 국밥집으로 가서 허기를 채웠다.

 

물·불·빛의 축제, 진주남강유등축제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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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교 쪽 부교를 건너가는 사람들.   ⓒ 김연옥

▲ 천수교 쪽 부교를 건너가는 사람들.   ⓒ 김연옥

 

우리는 의령에서 가까운 진주로 가서 남강유등축제를 보기로 했다. 그런데 행사장에 도착해서 주차하는 데 30여분이 걸렸을 만큼 사람도 붐비고 차량도 많았다. 진주의 유등놀이는 1592년 10월 임진왜란 때 김시민 장군이 3800여 명의 적은 병력으로 2만의 왜군을 무찔렀던 진주성 전투에서 기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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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경쾌함이여!   ⓒ 김연옥

▲ 삶의 경쾌함이여!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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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의 창작등 전시장에서.   ⓒ 김연옥

▲ 고등학생들의 창작등 전시장에서.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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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을 예쁘게 적어요!   ⓒ 김연옥

▲ 소망을 예쁘게 적어요!   ⓒ 김연옥

 

그 전투에서 성 밖 의병 등의 지원군과 연락하는 군사 신호로 풍등(風燈)을 하늘에 올리며 횃불과 함께 남강에 등불을 띄웠다고 한다. 그리고 남강을 건너려 하는 왜군을 저지하기 위한 전술과 진주성의 병사들이 성 밖의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통신수단으로도 이용되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1593년 6월 또다시 공격하기 시작한 왜군에 의해 진주성이 함락되어 버렸다. 그 전투에서 의롭게 순절한 7만 병사와 사민(士民)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유등 풍습이 오랜 세월 이어져 오다  유등놀이로 정착되었고 이제 축제로 자리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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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진주남강유등축제.   ⓒ 김연옥

▲ 2007진주남강유등축제.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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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옥

  ⓒ 김연옥

 

우리는 일단 부교를 건너서 진주성 맞은편 남강 둔치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편도 통행료로 1000원을 받는데다 부교 밑바닥이 자꾸 흔들려 속이 울렁울렁했다. 그곳 둔치에는 남강에 띄워 놓은 세계 각국의 등과 한국 등에 불이 환하게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우리는 고등학생들이 만든 창작등, 그리고 진주 시민과 관광객들이 가정의 행복을 빌며 달아 둔 소망등을 구경하며 다녔다. 얼마 후 강에 띄워 놓은 여러 형상의 등에 하나씩 불이 켜지면서 화려한 빛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이 땅을 지키다 목숨을 바친 의로운 넋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또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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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시민과 관광객들의 소망등도 눈길을 끈다.   ⓒ 김연옥

▲ 진주 시민과 관광객들의 소망등도 눈길을 끈다.   ⓒ 김연옥

 

천수교 쪽에 있는 음악분수의 화려한 쇼도 아주 볼 만했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분수가 춤추듯 움직였다. 마치 한밤의 야외무대에서 감동적인 콘서트를 보는 느낌이다. 그 분수 쇼의 경쾌함에 마산으로 돌아가는 내 마음도 한결 즐거웠다.

덧붙이는 글 지난 10월 1일부터 시작된 2007진주남강유등축제는 14일까지 계속됩니다.
#자굴산 #유등축제 #음악분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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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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