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원전> 다빈치에서 파인만까지

등록 2007.10.11 13:44수정 2007.10.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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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이 계절이다. 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까지 발표되었다. 문학상, 경제학상, 평화상이 있다. 6종류 상 중에 과학 분야가 절반이나 차지한다. 노벨상이 생긴 연유가 과학을 통한 인류의 진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받은 평화상을 제외하고는 노벨상을 전혀 받지 못했다. 과학분야가 얼마나 취약한지, 특히 기초과학분야가 얼마나 열악한지 보여준다. 노벨상이 그 나라 과학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을 받는 나라 면면을 보면 과학 분야에서 앞서가는 나라다. 아직 우리나라가 노벨상을 타기 요원함을 깨닫게 한 책이 있다. 존 캐리가 편저한 <지식의 원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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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원전 ㅣ존 캐리 편저 ㅣ 이광렬 외 6인 번역 ㅣ 바다 출판사 ⓒ 바다출판사

지식의 원전 ㅣ존 캐리 편저 ㅣ 이광렬 외 6인 번역 ㅣ 바다 출판사 ⓒ 바다출판사

<지식의 원전>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서 파인만까지 과학과 의학에서 인간의 생명과 번영을 위하여 실험실과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연구하고, 어떤 때는 우연하게 발견한 과학문명의 진보를 이룬 102가지 인간지식 근원을 편저했다.

 

과학이 어려운 학문이지만 7쪽 안팍의 짧은 분량을 읽다가 보면 과학과 수리적 능력이 부족해도 재미있는 책읽기가 되며, 과학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 7쪽 안팎에 그 과학자가 이룬 모든 내용을 접할 수 없어 깊이 있는 읽기는 못하는 부족한 점은 있지만 과학이 머리 아픈 학문 분야로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많은 도움을 준다.

 

<지식의 원전>에서 좋은 점 하나는 각 발췌문 앞에 그 분야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 것이다. 어떤 경우는 시인이나 소설가들의 글을 모아놓았다. 과학과 문학이 전혀 다른 분야가 아니라 그 시대에는 같은 흐름을 타고 간다는 것을 색다르게 느낄 수 있다.

 

한 사람 모세혈관을 한 줄로 연결하면 대서양을 건널 수 있다, 사람 뇌의 대뇌피질 신경세포 숫자는 지구상 모든 사람 숫자보다 많다는 설명은 복잡한 과학을 흥미 있게 설명하고 있다. 과학을 흥미로 표현하는 것은 문제다. 해설방식이 과학서를 저술하는 핵심이다. 하지만 과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반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서를 저술한다면 해설과 흥미가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요즘 '파인만'이 쓴 책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유는 설명을 위해서 애니미즘을 들어 설명한다. 러스킨은 철의 부식을 설명함에 있어 '철이 숨쉰다'고 했다.

 

<지식의 원전> 속으로 들어가보자. '왼손잡이, 채식주의자, 동성애자, 서자' 요즘도 이런 사람은 조금 이상한 눈으로 본다. 500년 전이라면 그를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누구일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다.

 

"다 빈치는 과학과 예술분야 모두에서 탐욕스러울 정도로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맸던 사람이다. 미술분야에서 그가 처음으로 시도한 것은 모두 서양미술사에 기록될 만한 기념비적인 것들이다. 그는 성서 속 인물들을 그릴 때 머리 뒤에 후광을 그리지 않은 최초의 화가였다."(본문 35쪽)

 

모든 학문이 독창적이지 않듯이 다 빈치가 발명한 것들, 이룬 업적들이 다 빈치가 이룬 독창적인 것은 아니다. 엉뚱했다. 대수학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집요했고, 기록을 남기는 데 탁월했다. 그가 남긴 기록은 새로운 과학 시대를 열었다.

 

천연두는 지금 사라진 질병이지만 백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에게는 공포였다. 살아 남아도, 얼굴에 남은 흉터는 죽음까지 가지고 가야할 고통이었다. 에드워드 제너는 천연두 예방접종을 실하여 유럽을 구한 사람이다. 에드워드 제너는 시골의사다. 제너는 우유를 짜는 어린 소녀들이 젖소 젖꼭지에 감염되어 우두를 앓지만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우두를 통하여 천연두 예방접종을 시도한다. 우연이 나은 의학 발전이지만 인체실험 대상자로 나섰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제너 같은 실험정신을 가졌기에 천연두에서 인류를 구한 것이다.

 

<지식의 원전>에는 산소를 발견한 생쥐 두 마리, 지뢰와 기관총, 인공안구 만들기, 원자폭탄, 블랙홀, 세포 발견 따위들이 102가지 소개되었다. 재미있는 것 중 하나를 더 소개하고 싶다. 엘.오 하워드는 사마귀는 교미하는 동안 암사마귀가 수사마귀를 잡아 먹는 것을 관찰했다. 그가 본 끔찍한 장면을 보자.

 

"며칠 전 나는 암사마귀 한 마리를 애완용으로 키우고 있는 친구에게 캐롤리나의 수사마귀 한 마리를 가져다 주었다. 한 병에 그들을 같이 넣자 수놈은 공포에 질려 도망치려 했다. 몇 분 되지 않아서 암놈은 수놈을 잡는데 성공했다. 암놈은 먼저 수놈의 왼쪽 앞발을 먹어치우고, 곧바로 뒷다리 전체를 먹어버린 다음 왼쪽 눈을 쪼아먹었다, 이때 수놈은 암놈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 짝짓기를 위한 공허한 노력을 해댔다,"(본문 292쪽)

 

하워드 글은 지금 우리에게는 생소하지 않다. 다 알고 있다. 하지만 하워드가 관찰하고 그 관찰을 기록으로 남겼을 때 사람들은 지금까지 본 것이지만 새롭게 느낄 수밖에 없다. 자연현상은 항상 있었다. 그것은 기록으로 남기고, 과학으로 승화시키는 일을 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지식의 원전>을 읽으면서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은 과학자들이 발견한 모든 것은 항상 있었다는 것이다. 뉴턴의 만유인력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모습은 모든 사람이 눈으로 직접 보았다. 제너가 발견한 천연두 예방접종인 우두도 많은 사람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관찰과 실험을 통하여 인류에게 희망을 주었다. 관찰과 실험정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관찰과 실험정신으로 집요한 인생살이도 재미있는 인생살이니 이런 실험정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 번 도전해보자.

덧붙이는 글 <지식의 원전> ㅣ존 캐리 편저 ㅣ 이광렬 외 6인 번역 ㅣ 바다 출판사 

지식의 원전 - 다빈치에서 파인만까지 인류 지성사를 빛낸 원전 기록들

존 캐리 엮음,
바다출판사, 2015


#과학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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