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달라고 떼 쓰는 이기심과 언론, 국회의원들..."

어느 연금관리공단 직원의 자조와 반박

등록 2007.10.16 17:14수정 2007.10.1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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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국민연금관리공단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

국민연금관리공단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

국민연금관리공단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

 

"기금 고갈을 염려하지만...자신이 낸 보험료에 비해 훨씬 많은 연금을 받으면서도...더 많이 달라고 떼를 쓰는 이기심과 언론, 국회의원을 보면서 나는 치열하게 자신에게 반문한다.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가"

 

지난 11일 국민연금관리공단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는 공단 직원인 정아무개씨다. 그는 최근 국민연금과 공단에 쏟아지는 각종 비판에 솔직하고, 담담한 어조로 이를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대표적인 예가 공단 신입사원에게 지급되는 성과급 문제.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장경수 의원(대통합민주신당)은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냈다.

 

연금관리공단에서 업무성과도 없는 신입직원에게도 성과급을 주고, 추가예산까지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방만한 경영을 했다는 것이다. 언론들은 별다른 검증없이, 앞다퉈 이를 그대로 보도했다.

 

실제로 연금관리공단은 실제로 지난 2005년도 신입사원 309명과 지난해 신입사원 175명에게 모두 3억2564만원을 지급했다.

 

"오히려 아름다운 사연을 파렴치한 집단으로 누가 몰고 가나"

 

정씨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그의 말이다.

 

"기존 직원들은 실적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받는다. 그런데 해당 년도에 들어온 신규직원들은 전년도에 근무한 적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성과급을 받을 수 없다. 한번 생각해 보라. 선배는 입에 맛있는 떡을 물고 있는데, 후배가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다. 멀뚱멀뚱 바라보며 침을 삼키고 있는 후배를 두고, 그 떡이 술술 넘어간다면 인정있는 선배는 분명 아니다."

 

결국 연금관리공단에서 자체적으로 기존 직원들의 성과급을 후배들에게 일정 부분 돌려주는 방식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단은 지난 2005년부터 노동조합 등과 협의를 거쳐 성과급 지급에 신규직원들도 포함시켰다. 공단 관계자는 "신규직원들의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각 직급별로 선배 직원들이 금액 일부를 모아서 지급하고 있다"면서 "따로 예산을 만들어서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이를두고 "오히려 아름다운 사연을 파렴치한 집단으로 몰고가는 사람은 누구인가, 미필적 고의인가, 아니면 무지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있다. 공단에서 사망자 확인을 제대로 못해 수십억원의 돈이 사라졌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비판의 칼을 세운다.

 

국회 보건복지위 전재희 의원실에서는 연금공단에서 지난 2004년이후 올 6월까지 잘못 지급된 국민연금 액수가 568억원에 달하고, 아직도 140억원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료를 내놨다.

 

특히 사망, 재혼 등 국민연금을 받을수 없는 상황에서도 공단에서 확인을 소홀히 해서 38억2000만원이 잘못 지급됐다고 전 의원실은 밝혔다. 이 역시 언론들은 '줄줄 새는 국민연금'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정씨는 "과거에는 예를 들어 8월분 연금을 9월 말에 지급했다"면서 "이것이 잘못됐다고 해서, 국회에서 법을 바꿔 8월분 연금을 8월말에 지급하게 됐다. 말이야 분명 맞다"고 소개했다.

 

"예견된 부작용에 대한 경고 무시해놓고, 이제와서 낭비 호도"

 

하지만 이 과정에 함정이 있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예를 들어 연금을 받던 사람이 8월30일에 사망했다고 치자. 장례를 치르고, 망자를 예의를 갖춰,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에 호적정리하는 것이 우리의 정서다. 그렇지 않으면 호로자식이다. 당신 부친이 사망하자마자, 사망진단서 가지고 동사무로 달려가진 않을 것이다."

 

이 사람에겐 8월분 연금만 지급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9월이나 10월까지 연급이 지급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 나중에 연금공단에서 사망사실을 알게된 후에 이를 환수하게 된다고 정씨는 설명했다.

 

지난 2000년 국회는 국민연금법을 바꿨다. 연금이 1개월씩 늦게 나오는 것을 해당 월에 연금을 받을수 있도록 했다. 당시 공단쪽에선 현실적으로 불가피하게 연금 지급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씨는 "잘못 지급된 기금이 바로 국회의원들 때문이라면 아이러니"라면서 "이걸 다시 국회의원이 자료를 내고, 언론이 '줄줄'이라는 단어를 써서 공단이 마치 무책임한 집단인양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최근 국민연금과 관련된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들이 무분별하게 인터넷에 올라오자, 내부직원이 자신의 소회를 적은 것 같다"면서 "사회안전망으로서의 국민연금이 보다 확고한 자리를 잡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과 비판에도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7.10.16 17:14ⓒ 2007 OhmyNews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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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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