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노조가 있었다면 내딸 죽지 않았을 것"

[현장] 삼성노동자, 세번째 삼성 본관 앞 집회... "삼성민주노조 건설"

등록 2007.10.18 19:12수정 2007.10.1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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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황상기씨는 "삼성에 노조가 있었다면 내 딸은 백혈병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황상기씨는 "삼성에 노조가 있었다면 내 딸은 백혈병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삼성에 노조가 있었다면 내 딸은 백혈병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황상기(52)씨는 목이 메는 듯 계속 기침을 했다. 삼성 반도체에 다니던 황씨의 딸 고 황유미(22)씨는 지난 3월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3이었던 2003년 10월 삼성에 입사한 황유미씨는 기흥공장 3라인에서 반도체 세정작업을 했다. 그녀와 같은 생산라인에서 일했던 이아무개(31)씨 역시 같은 병으로 지난해 10월 세상을 떴다. 이씨는 아이를 낳은지 얼마되지 않은 신혼이었다.

황씨는 "딸이 죽은 후, 회사에서는 산재 처리도 안 해주고, '자연적으로 병이 걸린 것'이라고 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내가 밝혀낸 것만으로 그 라인에서 6명이 백혈병에 걸렸다"며 말을 이었다. 또한 "기흥공장의 김모 과장이 찾아와 '큰 회사를 이길 수 있으면 이겨보라'고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황씨는 이어 "아내가 충격을 받고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치료비 때문에 가정이 파탄이 났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에 노조가 생겨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쩌렁쩌렁 울렸다. 18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앞에서다.

"삼성은 80, 90년대 노무관리방식에서 벗어나야"

a  '삼성 민주노조 건설' 팻말을 흔드는 한 노동자의 모습.

'삼성 민주노조 건설' 팻말을 흔드는 한 노동자의 모습. ⓒ 오마이뉴스 선대식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삼성노동자 공동투쟁 결의대회'에는 삼성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자 그리고 연대 단체 회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삼성본관 앞 집회는 이번이 세 번째다.


이들은 "정리해고 분쇄하고 민주노조 건설하자"는 구호를 외쳤고, '삼성민주노조 건설'이라는 붉은 색 팻말은 흔들었다. 삼성본관 앞 푸른색 삼성로고 깃발과 대비를 이뤘다.

먼저 발언대를 잡은 김갑수 '삼성그룹 해고자 원직복직 투쟁위원회' 의장은 "삼성의 민주노조 건설은 시급한 일로 모든 노동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직장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투쟁하자"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어 "(삼성본관 앞에서) 집회를 여는 것도 힘들다"면서도 "삼성이 바로서고 삼성에 민주노조가 건설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진호 금속노조 울산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삼성은 80, 90년대 노무관리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지금은 21세기"라고 꼬집었다.

"삼성은 모든 걸 자기 손에 쥐고 있지만 민주노조 건설하겠다"

현장에서 해고된 삼성노동자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함선주 삼성SDI 사내기업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1만명에 이르렀던 노동자들이 98년 구조조정으로 지금은 정규직 3300명, 비정규직 200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에 1700명에 이르는 노동자를 정리해고 한다는 얘기가 있어 사원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편에선 PDP 생산 인력이 모자르다"며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세진 금속노조 울산지부 삼성SDI 하이비트 대표는 "모두 3년에서 길게는 7년 간 일한 노동자들이 쫓겨났다"고 밝혔다. 이어 "어려울 때는 일 못하는 사람 나가라고 하고, 물량이 늘어나니 일 해달라고 했다"면서 "결국 계약해지 됐으니 나가라고 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200일 동안 투쟁하고 있고, 비닐 한 장으로 길거리에서 버틴지 56일째"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에서 해고당해서 울산시청 앞에서 천막도 못 쳤다"며 "삼성은 돈 많고 모든 걸 자기 손에 쥐고 있지만 민주노조를 꼭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김용한 민주노동당 경기도당 위원장은 "삼성은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노조를 안 하고 생존권을 박탈하고 있다"며 "법으로 처벌도 안 되기 때문에 삼성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a  18일 열린 '삼성노동자 공동투쟁 결의대회'에서 삼성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자 그리고 연대 단체 회원 등 200여명이 '삼성 민주노조 건설' 팻말을 흔들고 있다.

18일 열린 '삼성노동자 공동투쟁 결의대회'에서 삼성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자 그리고 연대 단체 회원 등 200여명이 '삼성 민주노조 건설' 팻말을 흔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삼성노조 #삼성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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