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

노점상 고 이재근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등록 2007.10.19 17:10수정 2007.10.1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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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해 2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청년진보당을 접한 이후, 한국사회당으로 당명이 개정된 지금까지 함께 해왔습니다. 이런 제가 처음으로 중앙당에서 많은 선배 당원들과 함께 대선에 뛰어든다니 한편으로 가슴 설레고 또 긴장도 됩니다.

 

16일. 저는 서울시당위원회와 일산으로 갔습니다. 일산 화정역에서 진행된 집회는 2천여 명이 넘는 전국의 노점상 연합 회원들이 참여했습니다. 고 이재근 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과 노점상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자리였습니다. 참여하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 많은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셨습니다.

 

길거리에서 노점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일상은 분명 일반 사무직보다 편한 일은 아닙니다. 단속에, 자릿세에, 날씨에. 좋은 길목에... 고려해야 할 상황과 대처해야 할 것들이 지붕아래서 일하는 것보다 분명 많고 고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직장을 잃고 다시 무엇인가 시작해야 할 때 마지막 남은 목돈을 털어 노점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날 집회에서 어떤 연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길거리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길거에서 번 돈으로 자식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노점으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경우가 많습니다. 노점이 아닌 다른 대안이 있었다면 굳이 노점을 했을까요? 물론 노점상 중에 고급차를 끌고 다니는 알부자도 있고, 명동인근의 길목 좋은 노점들은 사실 웬만한 샐러리맨보다 수입이 좋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점상인들에게 노점은 생계수단입니다. 목숨을 끊는다는 건, 내일에 대한 의지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고통이라는 건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절박함의 수준이 다른 것입니다.

 

강제철거와 단속에 절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절박함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터울 속에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말입니다. 절박한 생존의 조건입니다. 국민들의 선거로 뽑힌 고양시청장은 용역깡패를 동원해 무차별 단속을 진행했습니다. 생계형 노점은 보따리 할머니들 정도라며, 그 외의 노점을 폭력적으로 철거했습니다. 부녀자들의 폭행과 몰매, 구타가 벌건 대낮에 자행되었습니다. 철거가 진행되는 전날, 고양시 인근의 모텔은 동원된 용역깡패들로 자리가 없었다고 합니다. 용역을 고용하는 과정에서 조직폭력배의 개입이 있었고, 부녀자를 위협하는 과정에서 윗옷을 벗은 용역의 몸에 새겨진 문신이 사실을 말해줍니다.

 

비상식적인,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집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이고 자유민주공화국입니다. 고양시청장은 공직자입니다. 투표로 뽑혔고 국민의 혈세로 녹을 받는 사람입니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고양시의 노점단속 과정을 보면, 노점상인은 이 사회의 국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보건위생과 거리미화, 중요합니다. 깨끗한 거리와 깨끗한 도시에서 사는 것은 모두를 위해 좋은 것이니까요.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당사자에 속하는 사람에 대한 대비책도 보건위생과 거리미화를 위한 정책에 속하는 겁니다. 깨끗한 거리도 누리고 즐길 인간이 있어야 의미있는 것이니까요. 정부정책이라는 것이 서류상-절차상의 의미만이 아니라면 언제나 인간을 향해 있어야 합니다.

 

고양시청장은 분명 선거를 통해 당선된 사람입니다. 고양시의 노점상인은 투표권이 있는 유권자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그런데 노점상인들은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양시청장은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들을 배제하는 정책들을 집행하고 있습니다. 고양시의 주민인 노점상인들이 고양시청장에 의해 배제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아니,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 것일까요?

 

정당에서 활동한다고 하면, 으레 나오는 반응은 이런 겁니다. '순수하게 활동해야지 왜 정당에서 활동하나' 정당운동, 정치를 한다는 건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정치에 대한 환멸의 표현일 수도 있고, 권력의지에 대한 거부감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는 평범한 하루의 일상과 삶은 결코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 내가 사는 집과 동네, 먹는 밥과 쌀, 김치, 자동차, 기름값, 나의 직장, 나의 가족, 가족들의 건강과 교육, 복지, 등등... 우리의 평범한 삶의 영역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정치는 존재합니다.

 

다만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정치가 흘러가는지, 집행되는지 볼 여유가 없이 살아왔습니다. 지금은 더더욱 여유가 없는 사회입니다. IMF 10년의 한국은 먹고사는 문제가 턱까지 찬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졌습니다. IMF를 초래한, 그리고 결정한, 이후를 집행한 것은 이 사회에서 정치를 담당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국민의 혈세로 월급을 받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IMF로 인해 크게 고통 받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다수의 국민들은 IMF로 심화된 양극화의 벽을 하루하루 체감하며 살아갑니다. 정치는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우리 삶의 많은 영역을 결정합니다. 이번 2007년 대선은 IMF 10년 한국의 미래 전망을 결정하는 자립니다. 경제성장과 이후대안을 선택하는 자리고, 이 결정은 향후 한국사회 최소5년을 결정합니다.

 

'주권행사를 위한 사회적 조건의 확보'. 즉, 먹고사는 문제가 코에 걸린 상황에서 정치에 대한 고민을 할 여유도 시간도 통로도 막혀있는 우리의 일상입니다. 노점상인들이 고양시청장을 제대로 뽑고, 자신들의 요구 사안이 반영될 통로가 확보된다면, 쫓고 쫓기고 누군가가 죽는 이 쳇바퀴를 끝낼 수 있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 한국사회당 중앙당 상근자 입니다.

2007.10.19 17:10ⓒ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한국사회당 중앙당 상근자 입니다.
#한국사회당 #빈곤 #복지 #금민 #사회적공화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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