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정동영 후보! 부동산을 잡아라

부동산 정책이 대선의 승패를 결정한다

등록 2007.10.21 19:54수정 2007.10.2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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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신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정동영 전 의원의 지지율 상승세가 자못 가파르다. 물론 경선이 끝난 직후의 이른바 컨벤션 효과 탓이 크겠지만 아무튼 정 후보 진영으로서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유권자들 입장에서 중요한 건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 상승 추이가 아니라 정 후보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이고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정 후보의 행보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사라진 열린우리당 내에서 비교적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던 정동영 후보가 경제, 교육 등의 부면에서 상당히 진보적인 인식과 발언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후보 수락 연설 때부터 스웨덴 및 아일랜드 모델을 높게 평가해 신선한 느낌을 주더니 최근에는 경제, 교육, 남북관계 등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척점에 서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기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이미 보수적 가치 및 담론을 선점하고 있는 마당에 정동영 후보가 보수적 가치를 표방한다고 한들 선거에서 이 후보를 이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진보적 가치 및 담론으로의 이동은 정 후보에게 선거전략상으로도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a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매일경제 주최 '세계지식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매일경제 주최 '세계지식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매일경제 주최 '세계지식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정동영 후보의 이런 변신(?)이 가치관의 변화에 따른 것이건, 선거전략 상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건 간에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서는 크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만약 정 후보마저 보수적 가치와 담론을 들고 나왔다면 이번 대선은 누가 더 보수적인가를 놓고 다투는 싸움이 되기 십상이었을 테니 말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정 후보의 인식과 발언이 정책의 형태로 구체화되지는 않고 있어 긍정적 평가를 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정 후보의 인식과 발언이 진보적인 가치들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정 후보가 내놓을 정책들에 관심을 갖게 하기에 족하다.

 

그런데 정동영 후보가 유권자들의 삶과 직결돼 있는 부동산에 대해서 아직 이렇다할 발언을 하지 않고 있는 건 의아하다. 정 후보의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정책을 살펴봐도 별다른 부동산 정책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하긴 정 후보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정동영 후보 발언의 함의와 한계 

 

그는 8월 27일 열린 민주신당 예비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를 내리면서 개헌 시에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아래에 정 후보의 발언을 그래도 옮겨본다.

 

"공과 과가 모두 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과세를 투명화한 것, 보유세를 강화하고 종부세 신설하는 등 세제 개혁은 잘했다. 부동산 정책은 일관성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명박 시장이 되면 종부세 없애질 거니 해서 시장에 영향 미치고 있는데, 얼마나 정책 일관성이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핵심은 투기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열심히 성실하게 일한 서민들의 힘을 얼마나 빼놓고 있나. 국민 사기를 꺾지 않나. 공개념을 적극 확장해야 한다. 토지 공개념 명문화해서 근본적으로 투기 근절해야 한다."

 

위의 발언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정 후보가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이 지닌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점, 보유세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점, 부동산 문제의 핵심이 투기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점 등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줄만 하다. 

 

그러나 아쉬운 대목도 있다. 정동영 후보의 발언 가운데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토지공개념을 채울 내용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 만들지 않은 토지, 인간의 삶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토지에는 '사적(私的) 개념'이 아니라 '공적(公的) 개념'을 적용하자는 것이 바로 토지공개념인데, '공적 개념'을 어떤 정책 수단을 통해서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 후보에게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대안인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소개하고, 정의와 효율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의 정책 수단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을 알리고자 한다.

 

한국사회의 고질병, 부동산 문제

 

익히 알다시피 한국사회 구성원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이 바로 부동산 문제다.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사회적 양극화의 최대 원인도 부동산-토지-소유의 불평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래의 통계들이 이를 극명하게 증거하고 있다. 

 

2006년 10월 정부에서 발표한 '2005년 토지소유 현황 통계'를 보면 2005년 말 기준 우리나라 땅부자 가운데 상위 10%(약 500만명)가 차지하고 있는 토지 면적은 전체 개인 소유 토지의 98.3%이며, 상위 1%(50만명) 소유의 땅은 5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소득분포나 자산분포의 편중도를 표시하기 위한 지표로서 지니계수를 사용한다. 지니계수의 값이 1에 가까우면 편중도가 높고, 0에 가까우면 편중도가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상기 정부의 통계를 기초로 하여 토지 소유 세대만으로 지니계수를 계산하면 면적 기준으로 0.811, 가액 기준으로 0.644가 되고, 토지를 소유하지 않는 세대까지 포함하여 계산하면 지니계수 값이 더 커져서 면적 기준으로 0.887, 가액 기준으로 0.787이 된다. 이 때 토지는 개인이 소유하는 민유지를 가리킨다(경북대학교 행정학과 김윤상 교수 계산).

 

우리나라 소득분포의 지니계수가 0.3 전후이고, 금융자산 소유분포의 지니계수가 0.6 전후라는 사실과 비교하면 토지소유 분포의 편중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택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05년 현재 주택보급률은 105.9%로 집이 남아도는 시대를 맞이했지만 자가 보유율은 간신히 60%를 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소수의 사람들에게 주택 소유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a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려면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사진은 과천 정부종합청사앞에 건설하고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려면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사진은 과천 정부종합청사앞에 건설하고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 오마이뉴스 권우성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려면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사진은 과천 정부종합청사앞에 건설하고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 오마이뉴스 권우성

 

1990년에서 2005년까지 신규 공급된 주택 586만 채 중 54%만 집 없는 사람의 내 집 마련에 쓰였고 46%는 이미 집이 있는 사람의 집 사재기에 활용됐다. 또한 전체 가구의 1.7%인 29만 세대가 집을 5~20채씩 차지하고, 최고 집부자 열 명이 가진 주택수가 5500채가 넘는다. 또 100대 집 부자에 들려면 최소 57채의 주택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위에서 살핀 것과 같이 토지와 주택을 많이 보유한 자들은 얼마나 많은 불로소득을 얻은 것일까?

 

국토연구원 정희남·김승종 연구원과 박동길 한국토지공사 대리가 함께 추산한 데 따르면 1980년도에는 땅값 총액이 134조 원이었으나, 2001년도에는 1419조 원으로 증가하여 21년 동안 땅값이 올라 발생한 개발이익은 1284조 원에 달한다. 위와 같은 천문학적 개발이익조차 시가 현실화율이 매우 낮은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한편 앞의 연구가 토지매매와 상관없이 땅값 상승에 따라 단순 발생하는 개발이익 또는 자본이득 즉 미실현 이득에 대한 추산이라면,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1991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토지를 매각했을 때 물가상승분을 고려하고도 발생한 '실현된 자본이득'이 1979년부터 1990년까지 12년 동안 157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주택의 경우는 또 어떤가? <부동산뱅크> 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은 2000년 4월 조사 결과 353조였으나 5년 뒤인 2005년 4월 조사 결과 1000조가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불과 5년 사이에 전국 아파트 가격 시가 총액 변동에 따른 자본이득은 646조 원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아파트 매매와 상관없이 시세변동에 따라 발생한 미실현 자본이득이다.

 

자, 어떤가? 토지문제가 사회적 양극화의 최대원인이라는 주장이 실감나지 않는가? 또한 토지문제는 내수위축, 기업 경쟁력 약화, 실업, 무분별한 난개발, 각종 부정과 비리 등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결국 대한민국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토지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이를 위한 최선의 해법이 바로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이다.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이란?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은 토지와 자연자원이 모든 사람의 공공재산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그것을 보유하고 사용하는 사람은 토지가치에 비례해 사용료를 공공에 납부하게 하고, 사용료 수입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기본 원리로 한다. 또한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제도는 토지의 이용과 처분은 개인에게 맡기고(시장 존중)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데 집중(토지에 공적 개념 적용)한다.

 

그렇다면 토지공개념을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구현하는 정책수단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의 구체적 정책수단에는 크게 '패키지형 세제개혁’과 '토지공공임대제'있다.

 

첫 번째 정책 수단은 '패키지형 세제개혁'이다. '패키지형 세제개혁'은, 토지보유세 강화를 중심 수단으로 하고 양도소득세와 개발이익환수제를 보조수단으로 하여 토지문제의 원인인 토지불로소득의 환수비율을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건물분 보유세, 거래세, 부가가치세, 법인세, 근로소득세, 준조세 성격의 의료보험료 등)은 낮추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한마디로 '패키지형 세제개혁'을 조세용어로 말하면 '증세와 감세의 창조적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토지불로소득의 기대가 줄어들기 때문에 투기는 사라지고, 노력소득에 대한 기대는 커지기 때문에 경제는 활성화된다. 

 

두번째 정책 수단은 토지 비축 제도를 활용하여 국공유지를 확충하고 그 곳에 '토지공공임대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토지공공임대제' 하에서는 토지가 아예 국가와 공공의 소유로 되어있기 때문에 제도를 잘 운용하기만 하면 토지불로소득을 원천 봉쇄하고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수 있다.

 

최근 새로운 주택 공급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지임대부' 방식은 '토지공공임대제'의 일종이다. 또한 '토지공공임대제'는 주택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공단에도 적용할 수가 있고, 신도시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토지투기 없는 토지임대형 공단, 토지임대형 신도시가 가능해진다.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의 구체적 실천수단은 이외에도 단기정책으로는 미시적 금융정책, 주거복지정책으로는 '토지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의 공급 및 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 등이 있다.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은 통일한국을 위한 준비

 

한편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의 주요 정책 수단 가운데 하나인 '토지공공임대제'는 통일한국을 위한 준비기도 하다. 익히 알다시피 북한은 토지 국유화를 채택하고 있다. 만약 통일 후 북한에 남한의 토지 사유제가 이식된다면 통일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통일독일의 경험이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미리 '토지공공임대제'를 채택해 통일한국에 대비해야 한다.

 

북한 측의 동의가 있어야겠지만 개성공단과 장래 조성될 해주공단에서 '토지공공임대제'를 시험적으로 운영해 보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즉, 개성공단과 장래 조성될 해주공단 내에 입주하는 남한 기업들을 상대로 토지 임대료만 받고 나머지 세금은 전부 감면하는 방식을 적용한 후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면, 추후 북한 전역에 '토지공공임대제'를 적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토지공공임대제'를 북한 전역에 실시하게 되면 부동산 투기를 원천봉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토지 임대료 수입을 각종 인프라 구축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정책 수단을 도입하는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을 구현하면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화되기 때문에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이룰 수 있고, 부동산 문제 때문에 발생한 양극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며, 부동산 문제에서 기인한 고비용-저효율 경제구조는 해소되어 저비용-고효율구조로 탈바꿈 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 도시 내의 노는 토지가 최선으로 이용되고 토지불로소득을 노린 무분별한 개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환경을 보존하는 데도 크게 도움을 준다.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은 새로운 국가발전 전략

 

조금만 눈썰미가 있는 독자라면 금방 간파했겠지만, 위에서 설명한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은 단순히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이 아니다.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제성장담론이며, 신개념 국가발전전략이다.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안에서 자유와 평등, 정의와 효율, 개발과 환경보존 등의 가치들이 사이좋게 공존할 수 있다.

 

이처럼 중대한 함의를 지닌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정동영 후보가 알아볼 안목이 있을까? 분명한 건 부동산 정책이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라는 사실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애서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기사는 대자보와 뉴스앤조이, 다음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0.21 19:54ⓒ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애서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기사는 대자보와 뉴스앤조이, 다음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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