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피랍 어부, 종교계가 나서주세요

159일째 절망에 갇혀있는 24명의 눈물을 어찌할 것인가

등록 2007.10.20 11:50수정 2007.10.2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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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처럼 생활하고 있다.”
 - “식량과 물이 다 떨어졌는데도 해적들이 먹을 것도 안 준다.”
 - “배에 기름이 다 떨어져 깜깜한 생활을 하고 있다.”
 - “(유엔)배가 와서 대포를 쏴서 배(마부노)를 폭발시켜 죽여 달라.”

 

새벽에 눈이 떠졌습니다. 아파트에서 내려다보이는 도시의 풍경이 아직 잠에 취한 채 고즈넉합니다. 지난 밤 이역만리 소말리아 해역에 가랑잎같이 출렁이고 있을 마부노 1,2호의 선원들도 잠이 깼는지 모르지요. 어쩌면 꿈속에서 조국에 있는 가족을 만나 눈물의 상봉을 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그토록 무심한 대한민국, 올해 수출입 7000억 달러를 자랑하는 자랑스러운 조국을 그리워하고 있는지요. 24명의 목숨들이 159일째 절망의 공간속에서 오늘도 피눈물을 흘리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너무도 오랜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더 이상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정부의 대책이나, 돈 없는 선주에게 맡길 수는 없습니다. 다행스럽게 국민들의 성금이 모아지고 있으나 거기에 기대기에는 시간이 없습니다. 10억이란 돈이 있으면 당장이라도 해결될 수 있다고 합니다. 서울 강남에 있는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되는 이 돈으로 24명의 목숨을 건질 수 있다는데 원칙과 명분에 막혀 손을 쓰지 못하다니요.

 

아무래도 종교계가 나서서 구해주셨으면 합니다. 아니 꼭 그래 주셔야 합니다. 가장 핍박받는 자, 가장 곤궁에 처한 자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시고, 실천함이 종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과 자비의 자애로운 손길을 뻗어 절망과 고통에 빠진 24명과 그 가족들을 구해주세요.
    
지금 정부는 테러 집단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갇혀 답답한 행보만을, 궁색한 변명만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납치 사건에서 활약하던 그 높으신 분은 어디에 있나요? 연일 화면을 도배하던 방송 매체의 기자나 신문기자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나요? 방송을 보면서 함께 애태우던 국민들의 고운 마음들은 이제 지쳐버렸나요? 아무리 둘러봐도 하루라도 빨리 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줄 곳은 종교계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먼저 기독교계에서 나서주었으면 합니다. 23명의 아프가니스탄 선교사 납치 사건에서 정말로 국민들은 함께 걱정하고 애타게 풀려나기를 기원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두 분의 목숨은 건지지 못했지만 그래도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이 있었기에 해결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2일간의 고통스러웠던 그 기억을 잊지 마시고 역지사지 하는 입장에서 이번에는 기독교계에서 24명의 목숨을 구해주시기를 학수고대하겠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10월 21일이면 160일째입니다. 가족들의 마음은 그 해역의 바닷물빛처럼 시퍼렇게 멍들어 가고 있을 겁니다. 나는 종교계에서 10억이란 돈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고 봅니다. 국민들의 성금이 모아지고는 있으나 시간이 너무나 많이 흘렀습니다. 기독교와 불교 등 종교계에서 힘을 합친다면 종교계만이 아니라 전국민들이 하나가 되는 화합의 계기도 되리라 믿습니다. 언론에서는 4명의 우리 어부들을 구해야 한다고 하지만 다른 20명의 선원들도 국적은 다르지만 귀한 생명들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불미스러운 몇몇 사건 때문에 종교를 바라보는 약간은 차가운 시선도 따스하게 바뀔 것입니다. 물질적 욕망과 쾌락으로 소돔과 고모라로 변하는 어두운 현실에서 희망의 등불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절망과 고통에 빠진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종교라고 생각합니다. 아흔아홉 마리의 양보다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으라는 그분의 말씀처럼 이역에 떨고 있는 가엾은 24명의 목숨을 구해주세요. 그 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세요. 종교계의 높으신 분이 나서 주신다면 해결의 시간은 그만큼 빨라지지 않을까요?

 

새벽에 갑자기 눈이 떠졌는지 모르겠습니다. 거실에 앉아 글을 쓰는 동안 아침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거리를 달리는 차량들이 또 바쁜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속에서 아니, 무관심 속에서 두 척의 배에 갇힌 24명의 어부들은 또 공포의 하루를 시작하겠지요. 그들에게 죄가 있다면 먹고 살려고 배를 탄 것이겠지요. 오늘만이라도 쇠파이프로 맞지 않고 굶주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아직 조국이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차라리 죽여달라는 그 몸부림이 환영처럼 다가오는 아침입니다.

2007.10.20 11:50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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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이데아의 그림자라면 이데아를 찾기 위한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런 꿈마저 없다면 삶의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개혁이나 혁신이나 실은 이데아를 찾기 위한 노력의 다른 어휘일 뿐일 것이다. 내가 사는 방식이 교육이고 내 글쓰기가 문화라고 한다면 특히 그런 쪽의 이데아를 찾고 싶다. 물론 내가 찾는 것이 정답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정답보다는 바른답을 찾고 싶다. 이것이 내가 기자가 되고자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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