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쇼 가서 레이싱걸 찍는 난 이상한 사람?

취미 사진가의 각축 현장 '모터쇼'에서 느낀 이런저런 생각들

등록 2007.10.22 20:32수정 2007.10.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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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취미로 하는 일반 포토그래퍼가 대할 수 있는 최고의 포토 모델은 바로 '레이싱 걸' 이다. 유명한 포토그래퍼는 연예인, 가수, 모델 등을 놓고 마음껏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포토그래퍼들에게 비용을 적게 들이고 찍을 수 있는 모델은 바로 모터쇼와 자동차 레이스의 꽃이라 불리는 '레이싱 걸' 들이다. 

레이싱 걸들은 일반인들처럼 촬영 후 '뽀샵질'이 필요 없는 메이크업, 전문 모델들처럼 시시각각 취해주는 다양한 포즈, 연예인 못지않은 외모, 몸매, 매너를 지니고 있다. 그런 이유로 취미로 사진을 하는 포토그래퍼들은 '모터쇼'나 레이싱걸을 섭외한 스튜디오 출사(出寫)를 다닌다.


레이싱걸 출신 오윤아를 기점으로 치솟는 레이싱걸의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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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걸 출신 탤런트 오윤아가 찍은 청바지 광고 ⓒ 캘빈클라인 진


지난 2000년 제1회 사이버 레이스퀸 선발대회에서 1위로 뽑힌 후 모터쇼와 레이싱 대회 도우미를 시작한 오윤아. 이후 공중파 드라마로 진출한 뒤, <올드 미스 다이어리> 등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나왔던 그는 완벽한 몸매를 뽐내며, 청바지 광고 모델로도 활약했다.

올해 4월와 8월에 각각 열렸던 2007년 서울 모터쇼와 2007년 SAS 서울 모터쇼에는 전세계 유명 자동차 메이커의 신기종 차량과 평상시 보지 못하는 스포츠카, 바이크 등 관심있는 마니아들로 하여금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여 주었다.

또한, 자동차 경주와 모터쇼의 꽃이라고 불리는 늘씬한 모습의 레이싱걸들은 세인이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늘씬한 S라인, 과감한 옷차림, 전문모델 뺨치는 매혹적인 포즈, 이 모든 것이 사진모델로서의 최적의 조건이 아닌가 싶다.


이를 계기로 얼마 전까지 각종 사진 동호회 관련 사이트의 1면을 장식하는 사진은 항상 늘씬한 몸매와 요염한 포즈의 레이싱걸 사진과 레이싱걸을 섭외하여 모델출사를 했던 사진들이 대부분이이었다. 

모터쇼의 새로운 트렌드 '레이싱걸 모델 출사'


그와 더불어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가는 것이 모터쇼에서 차량을 홍보하는 레이싱걸을 촬영하는 이른바 '레이싱걸 출사'이다.

입장료 8000원 가량만 내면 평상시 보기 어려웠던 레이싱걸을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으며, 사진 촬영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제는 주최측에서도 사진가들을 위해 사진촬영을 위한 조명을 설치해주는 등 충분한 배려를 하고 있고, 캐논, 니콘, 소니 등 카메라 브랜드 업체도 모터쇼 현장에서 최신 카메라나 렌즈 홍보를 함께 하는 실정이다. 

이중 유명한 레이싱걸인 '이지우', '이가나', '임지혜' 등은 사진을 취미로 하는 이들 중에는 최고의 레이싱걸 모델로 통한다.

이들은 레이싱걸이라는 본연의 직업에서 벗어나, 각종 포토 스튜디오 및 동호회 촬영에서 섭외를 통해 모델로 이름을 날리고 있으며, 특히 '임지혜'는 TV프로그램에도 등장하였다.

유명한 레이싱걸의 인기를 반영하듯이, 이들이 서 있는 차량부스에는 많은 사진가들이 쉴 새 없이 셔터를 누르고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자리다툼도 치열하다. 모터쇼 이후 국내 최대 인터넷 사진 동호회 SLR클럽의 1면 사진란은 레이싱걸 사진으로 도배되기 일쑤다.

또한, 동호회 사람들 사이에서도 SLR클럽 1면에 가려면 예쁜 여자사진, 모델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온다. 사진을 좋아하는 필자도 사는 곳이 지방이라 모델출사 기회가 적기 때문에 "멋있습니다!", "부럽습니다" "저는 지방이라 안타깝습니다. 나중에 시간나면 꼭 찍고싶습니다" 등의 리플을 달아놓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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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서울 SAS 오토살롱 레이싱걸 이가나를 찍기위해 몰려든 사진사들. ⓒ 김동영



레이싱걸을 찍는 취미 포토그래퍼가 '좀비'라니....


그러던 중 우연치 않게 서울로 출장갔을 때, 경험이 있는 지인의 소개로  2007년 서울오토살롱(SAS) 서울 국제 모터쇼에 한번 간적이 있다.

동호회 주최 모델 출사경험이 있어 스튜디오에서 동호회 분들과 섭외된 모델을 대상으로 서로의 매너를 지켜가면서 사진을 찍고, 포즈를 연구하며 즐거웠던 기억과 마니아 수준은 아니지만 차량에도 관심이 있어 찾아간 모터쇼는 생각했던 모습과는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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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걸 이지우 ⓒ 김동영


입구 쪽에서 사진기 가방을 멘 여러 명의 사람들이 서로의 장비를 점검하며, 사진촬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진 찍으러 온 사람이 나 혼자는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카메라를 들고 모터쇼 현장에 들어가서 사진가들이 별로 없는 한가한 차량부스에서 모델을 대상으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말로만 듣고, 눈으로만 보던 레이싱걸 촬영을 하다니, 뿌듯한 마음에 가져간 카메라 두 대로 번갈아 가면서 레이싱걸 촬영에 몰두하였다. 그때, 한쪽에서 유명한 레이싱걸이 나오자, 사진가들은 우르르 몰리며, 한동안 소란스러웠다.

그 레이싱걸을 따라 이동하는 사진가들을 보고 어떤 여성이 하는 말이 나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또, 지랄들이네… 완전히 좀비야, 좀비! 차보러 왔지, 레이싱걸 보러 왔냐?"

그 여성이 조용한 목소리로 남자친구와 나눈 말이었다. 사진가들을 아무 생각없이 사람을 쫓아가는 '좀비'로 취급하다니, 그 순간 나는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별도로 가져간 작은 디카를 들고 모터쇼에 있는 차량을 찍었다. 사진이 좋아서, 사진 동호회 사이트에 있는 멋진 레이싱걸을 찍어보려는 욕심으로  찾아간 모터쇼에서 좀비로 취급받다니.

내가 몇 개월을 기다리며, 찾아간 곳에서 그런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 참으로 슬펐다.

사진찍는 취미에 대해 사회 일각에는 한가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고급 취미로 분류되며, '장비병'(사진을 찍는 것보다 새로운 카메라 기종이 나오면 아무 생각없이 구입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은어), '지름신'(신기종이 나오면 구입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나타내는 은어) 등 은어로 사회의 지탄을 받으면서도 뜻한 바 있어 꿋꿋이 시작한 사진인데 이런 곳에서 좀비라는 비유를 들어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나도 가슴 막히게 했다.

그후, SLR클럽, 300D클럽, D50클럽, 30D클럽 등 아마추어 사진가 인터넷 동호회 사이트
에서 모터쇼에서 찍은 레이싱걸 사진을 보면, 사이트 창을 닫게 되었다.

순수하게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의 공간이 늘씬하고 섹시한 레이싱걸의 사진으로 도배되어 갈 때마다, 모터쇼 현장에서 어떤 여성분이 나지막하게 한 이야기가 생각나 나도 모르게 사이트 창을 닫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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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걸 이가나 ⓒ 김동영


우리는 직업 사진기자가 아니다, 다만 취미사진가 일뿐

확실히 모터쇼에서의 레이싱걸 촬영은 이제는 모터쇼에 없어서는 안될 트렌드인 것만은 사실이다. 모터쇼니까 차가 좋은 사람들만 보러오고, 사진 찍는 사람들은 오지 말란 이야기가 아니다.

"염불에는 관심없고 잿밥에만 관심있다"는 식의 꼴불견이니, 좀비니 하는 말로 취미 사진사를 매도하는 것도 잘못된 사고라고 생각한다.

다만, 모터쇼의 많은 사진가는 직업 사진기자가 아니다. 즉, 생업이 아닌 취미로 카메라를 들고 모터쇼에 와서 레이싱걸 사진을 찍는다. 굳이 보도를 위해 연사를 날릴 필요도 없고, 엄청나게 멋진 포즈를 찍는다고 누가 돈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혼자 봐서 기분 좋거나 동호회에 올리니 남이 잘 찍었다고 칭찬해주면 기분 좋은 그런 취미사진사일 뿐이다. 취미생활을 하면서 왜 싸워야하고, 얼굴을 붉혀야하고, 지탄을 받아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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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걸 임지혜 ⓒ 김동영


오랫동안 동호회에서 모델만 전문으로 찍는 지인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즉, 사진촬영의 매너에 관한 이야기다

1. 한자리에 오래 앉아서 셔터를 날리지 마라.  좋은 포인트를 혼자서 찍기 위해서 자리에 계속 앉아 있으면, 다른사진사들은 찍을 방법이 없어 밀치고 싸우게 된다. 

2. 포토라인을 꼭 지키자. 카메라나 서로의 렌즈가 달라 남의 렌즈에 머리를 대는 것은 큰 실례이다.

3. 신체 일부분만 찍는 앵글은 잡지 마라. 신체 일부분을 찍어 자랑스럽게 남에게 보여주는 것은 비신사적이다.

4. 레이싱걸의 이상한 포즈나 얼굴 표정은 과감히 삭제해라.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얼굴에 플래시를 터트리면 눈을 감거나, 이상한 표정을 하게 된다. 그런 사진은 과감히 없애 주어야 한다. 

5. 레이싱걸(모델) 얼굴에 스트로브 배터리팩을 달고 연사는 금물.

이 정도만 지켜준다면 모터쇼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각광받는 레이싱걸 출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레이싱걸 #포토그래퍼 #오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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