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방으로 돌아가는,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슬럼가의 골목길에 왜 그다지도 서러웠는지 … <공선옥-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창작과비평사,2000) 34쪽
우리가 우리 말을 잊거나 잃은 까닭을 들자면 여러 가지입니다. 이 가운데 하나를 대자면 텔레비전입니다. 텔레비전 풀그림에서도 미국 사람과 삶터를 보여주는 풀그림이 또한 우리 말을 잊거나 잃게 합니다. 우리 이웃과 우리 삶터보다는 텔레비전에 보이는 미국 사람들과 미국 삶터에 넋이 빠지면서, 또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이 지껄이는 도시내기 말투에 미국말이 곧잘 섞이면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미국 문화와 미국말에 젖어듭니다.
하지만 아무리 어수선하고 엉터리인 말이 판치더라도, 제아무리 미국 문화와 말이 법석을 피운다고 해도, 우리 스스로 우리 줏대를 단단히 세워 놓고 있으면 흔들리지 않겠지요.
┌ 슬럼(slum) :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의 한 지역
│
├ 슬럼가의 골목길에
│→ 달동네(판잣집 / 가난한 동네) 골목길에
│→ 후미진 골목길에
│→ 꾀죄죄한 골목길에
│→ 어두운 뒷골목에
└ …
말 그대로 ‘가난한 마을-가난한 동네’라 했고, 도시에서는 ‘달동네-산동네-판잣집’이라고 했습니다. 미국이라는 사회에서는 ‘슬럼’일 테고, 그곳에서 그 사람들이 쓰는 말뜻은 그냥 “가난한 동네”일 테지만.
다만, 미국 사회에서 가난한 동네와 우리 사회에서 가난한 동네 모습이 다릅니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 삶터에서 느껴지는 어떤 모습을 우리 삶터에서도 느낀다면, ‘슬럼’이라는 낱말을 따 와서 쓸 수는 있겠지요.
그러면 우리 말을 미국말로 옮길 때, 우리 삶터를 미국사람들한테 알려줄 때, 우리네 ‘달동네’나 ‘산동네’를, ‘뒷골목’이나 ‘후미진 골목’을 미국말로 옮겨서 이야기할 때, 무슨 낱말로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2007.10.22 16:50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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