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국가조직처럼 운영한 그에게 나라살림 맡긴다면?

[서평] 문국현 외 몇 명이 함께 쓴 <사람이 희망이다>

등록 2007.10.23 13:39수정 2007.10.2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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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문국현의 〈사람이 희망이다〉 ⓒ 웅진윙스

▲ 겉그림 문국현의 〈사람이 희망이다〉 ⓒ 웅진윙스

IMF를 맞았을 때 우리나라 기업들은 모두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요구하는 흐름을 탔다. 이른바 정리해고를 통한 인원감축으로 기업의 활로를 모색한 것이다. 인맥이 두텁지 않거나 경쟁력 없는 사람들은 대거 사표를 써야 했다. 살길이 막막한 그들이 찾은 곳이라곤 공원 벤치나 지하철뿐이었다. 평생 몸바쳐 일한 그 직장에서 내쫓기는 허탈감을 무엇으로 채웠을까?


그와는 달리 그 IMF 때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기업을 이끈 사람이 있다. 바로 문국현이 그 사람이다. 그는 IMF 때 유한킴벌리의 인원을 더 늘려 4조 2교대로 공장을 가동했다. 그것은 많은 정규직 채용으로 인하여 직원들이 스스로 몸과 마음과 영원을 재충전할 기회였고, 학습효과를 통한 지식근로자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였고, 가정에서도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한 셈이었다. 근로자 모두에게 인간적인 삶을 살 기회를 제공한 것이었다.


물론 김천공장의 경우 여사원들의 산전산후 휴가로 공백기가 생길 경우 비정규직 파견사원을 채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규직과 전혀 차별이 없다. 식당 및 출퇴근 버스와 탈의장 이용, 근무복, 근무시간 및 급여 등 모든 면에서 정규직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당연히 회사매출도 꾸준히 증가했다. 1995년 유한킴벌리 여성용품 점유율이 19.9%였으나 2007년에는 57.0%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 때문인지 그들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국내기업만 해도 포스코 등 180개가 넘어서고 있다. 그야말로 '사람 중심'의 경영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그는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영업사원들의 술접대나 골프 접대 같은 모든 접대를 근절시켰다.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남들이 유흥이나 학연, 지연 등으로 접근할 때 오직 전문성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 때문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그 회사 제품을 가판대에서 끌어내려지는 수모와 고통을 당했지만, 그 제품의 질과 사람들의 요구로 다시금 신뢰성을 회복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1983년 기획실장 시절 그는 유한킴벌리의 광고비용을 줄여 국토 살리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른바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운동이 그것이다. 그 당시 문국현은 직원들과 함께 충북 청원군 백운면 화당리에 잣나무 묘목 1만 2천 그루를 심었다. 그때 당시에는 정부도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에 이르러 그 어떤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라고 이구동성 입을 모은다. 1997년 IMF 때만 해도 ‘생명의 숲 국민운동’ 일환으로 하루 3만 명 정도의 고용창출 효과가 일어난 것도 사실이었다.


이는 현재 '서울 숲'을 조성한 것과 상암동 난지도 골프장 개장을 둘러싸고 '난지도 공원을 서울 시민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모두 그 흐름에서 나온 일관된 견해였다. 바로 그것이 한때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유대감을 가졌던 그가 이 전 시장과 갈라지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그런 일관된 환경 철학 때문에 1998년 생명의 숲 운동, 1999년 평화의 숲 국민운동, 1999년 동북아시아 사막화 방지사업, 2000년 동북아산림포럼, 2006년 자연환경국민신탁설립 위원에 이르기까지 쉴 새 없이 그는 숲 운동에 매진해온 것이다.


더욱이 그 생각은 북·미 수교를 바탕으로 환동해 경제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이념 속에도 그것은 녹아 있다. 환동해 경제공동체가 될 때 남북의 길은 열릴 것이고, 남북의 길이 열려면 당연히 시베리아까지 육로로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는 것은 시간문제라 할 수 있겠다. 물론 그만큼의 북한 땅에도 나무를 심는 것처럼 기업과 환경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전략적 해법도 이미 구상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문국현은 기업의 수장으로 살았지만  국가적인 큰 틀을 가진 리더로서 기업을 공적 조직처럼 운영해 온 장본인과 다르지 않다. 이는 국가나 기업을 마치 개인의 재산 증식이나 친인척의 자리 제공하기 위한 도구로 사유하는 사람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지도자인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이미 그는 국가 최고 자리의 수장으로 나서도 손색이 없는, 나라와 백성을 위해 온몸을 바쳐 섬길 수 있는 준비된 지도자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


문국현 외 몇 명의 사람이 함께 쓴 <사람이 희망이다>는 바로 그와 같은 흐름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인간을 일회용품처럼 쓰다가 버린다'라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비용으로밖에 보지 못하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 리더라면 몇백 년이 지나도 고용안정과 지속적인 발전은 이룰 수 없다. 조금만 뒤집어서 생각해도 의외로 해결책은 가까운 데 있다. 더불어 함께 성장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평생 사회적 불안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59쪽)


그만큼 이 책은 인간 중심의 기업경영이 무엇인지, 기업 경영의 투명성 확립이 어떠한 것인지, 평생직장이라는 개념 도입으로 얼마만큼의 고용안정과 지속발전의 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는지, 미래형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로서 어떻게 하면 대화와 소통, 참여를 이끌어 내는 리더가 될 수 있는지, 여성들이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구조적 뒷받침은 또 무엇인지 등등 그 모든 경영 방침들이 이 책 속에 녹녹히 녹아 있다.


물론 거기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문국현은 그 누구보다도 사회적인 약자의 삶에 대해 공감적인 이해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것은 소아마비 장애로 어린 시절부터 고생하며 지낸 자신의 여동생을 들여다보며 가방도 들어다 주고 또 함께 울며 지낸 그 시절의 삶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요, 현재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두 딸의 고통스런 삶을 통해서 몸소 체득하고 있는 아픔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자신의 권리로 두 딸은 물론이고 어떤 친인척도 그의 주변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한다. 어쩌면 그것은 정문술 회장의 <아름다운 경영>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너무나 닮은 꼴이었다.


"아빠는 이러한 한국경제의 위기와 불안은 중국의 부상 등 외부적 요인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발전 패러다임의 위기에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부 특권층만이 배불리 먹고사는 과거의 개발주의전략, 토건국가 성장전략은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 지속적인 국가성장을 불가능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단다. 새로운 정부는 21세기 지식정보시대에 걸맞은 사람입국 발전전략, 사람중심체제, 창조경제, 신뢰경제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산업시대의 부동산경제라든가, 육체경제 등의 과거 패러다임에 머물러서는 한국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지." (둘째 딸 지원에게 쓴 문국현의 편지, 251쪽)


2007년 10월 중순 현재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그에 대한 여러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것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되지 않겠나 싶다. 하나는 뭐니 뭐니 해도 경제대통령을 통해 나라의 경제가 잘 굴러가길 바라는 기대심리요, 다른 하나는 검고 검은 세상에서 모나지 않고 그저 그럭저럭 한평생 살다가 마치자는 의미에서다.


이는 대운하건설이나 토건공사 같은 일을 추진하면 국영기업은 물론이고 일반 기업들까지도 그리고 일반 서민들이 운영하는 구멍가게에까지 그 콩고물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라 할 수 있다.


흔히 우리 사회가 20대 80의 사회라고는 하지만 실은 10대 90 혹은 5대 95를 이루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리 사회의 중산층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호재를 맛보길 염원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온통 검은 세상이 판을 치고 있다. 이 책에서도 밝힌 바 있듯이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윤리적으로 투명한 미국의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 간부들도 한국에 오면 그 거부할 수 없는 접대와 환대를 뿌리치지 못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것이 공무원 사회는 물론이요 이미 나라 안팎 곳곳에 만연해 있다. 그러니 굳이 맑은 물이 끼어들 필요가 있겠느냐는 속셈을 갖고 있다.


가히 그런 국민의식 수준이라면 어찌 우리나라가 참다운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겠는가? 그런 도덕성으로 어찌 투명한 국가 이미지를 만들 수 있겠는가? 그런 국가경영으로 어찌 민주주의 이후의 참된 민주주의 국가를 건립할 수 있겠는가? 그런 운영방식으로는 오히려 국가경영을 사기업화 하는 일밖에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세기 낡은 토건국가의 패러다임과는 달리 21세기 최전선에 있는 글로벌컴퍼니의 큰 시야로 지구 전체를 보는 문국현이야말로 준비된 국가 지도자요, 그야말로 사람만이 희망인 참된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참다운 리더가 아닐까 싶다.


당장은 그 맑은 물로 인해 쓰라림을 겪을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물로 인해 모두가 함께 맑아질 수 있는 것도 맛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기업의 한 수장으로 살았지만 이미 국가의 공적조직처럼 운영해 그에게 우리나라의 살림살이 그 열쇠를 맡겨도 되지 않을까 한다.

2007.10.23 13:39 ⓒ 2007 OhmyNews

사람이 희망이다 - 문국현의 희망 편지 : 우리가 함께 살아갈 세상을 위하여

문국현 외 지음,
웅진윙스, 2007


#문국현 #사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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