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베지강 래프팅 출발지점인 보일링 포트에서 내가 탄 보트가 뒤집히는 장면<래프팅 장면을 담은 디브이디 캡처>
김성호
첫 번째 시도에서 보트를 삼켜버리는 파도본격적인 래프팅은 오전 10시에 시작했다. 빅토리아 폭포 아래 두 번째 계곡이 시작되는 장소가 출발지점인데, 전날 철길 다리에서 본 위쪽의 물살이 회오리를 일으키는 '물 끓는 웅덩이'(Boiling Pot)다. 땅에서 자신의 노를 갖고 래프팅 출발지점까지 내려가는 데만 20여 분이 걸렸다. 그만큼 래프팅을 하는 잠베지강의 골짜기가 깊기 때문이다. 거의 수직으로 내려가는 느낌이 들 정도다.
잠베지 래프팅 코스는 24km의 계곡을 따라 모두 4시간 정도 보트를 타는 것으로 돼있다. 빅토리아 폭포 아래에서 시작해 바토카 계곡(Batoka Gorge)을 흐르는 잠베지강을 따라 즐기는 래프팅 코스는 각 지형의 특징과 물살의 속도에 따라 25개의 여울(급류)마다 독특한 이름이 있다. 비가 적은 건기인 7, 8월에는 여울 1에서부터 21번까지 보트를 즐긴다. 첫 번째 출발하는 '물 끓는 웅덩이'는 여울 1번으로 '부자에서 가난뱅이로'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름 그대로 고생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우리는 한 배에 6명씩 4개의 보트에 각각 나눠 탔다. 우리 배에는 아일랜드에서 온 20대의 젊은 남자 4명과 네덜란드에서 온 50대 중반의 남자 1명 등 6명이 탔다. 출발지점에는 우리 쪽 보트 4개뿐만 아니라 다른 래프팅 회사의 보트 4개 등 모두 8개의 보트가 북적거린다.
보트가 출발하기 전 현지인 조교가 노 젓는 방법과 물살이 덮칠 때 바닥으로 앉으면서 밧줄을 잡는 방법 등 기본 래프팅 기술을 가르쳐 주었다. 우리와 함께 보트를 타고 가는 안전요원인 조교는 40대의 '충고'(Choongo)라는 사람인데, 야무지게 생겼다. 조교는 한 사람 한 사람씩 직접 구명조끼를 검사했다. 거센 물살에도 벗겨지지 않도록 배가 아플 정도로 구명조끼를 꽉 매고, 헬멧도 머리가 아플 정도로 꽉 조인다. 워낙 물살이 세고 바위가 많은 잠베지 강이다 보니 안전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다.
"앞으로!"
조교의 출발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우리는 열심히 노를 저었다. 첫 번째 통과해야 하는 계곡은 폭포에서 내려오는 물이 급물살을 타고 파도를 만들며 회오리를 일으키는 곳이다. 힘차게 나아가는 듯 하던 보트에 갑자기 산더미 같은 파도가 밀어닥친다. 눈이 가려 앞이 보이지 않는다. 젖던 노에서 손이 떨어져 나가고, 배가 휘청거린다. 출발한 지 10초도 안되었다.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배가 뒤집어진 것이다. 험난한 출발이다.
나는 물을 조금 들이 마신 뒤 정신이 들어 빨리 헤엄쳐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물속에서 고개를 들어 나오려 하니 내가 뒤집힌 보트 안에 갇혀 있었다. 뒤집힌 배가 머리를 눌러 물속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러다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끔찍한 생각마저 스친다. 앞이 캄캄하다.
필사적으로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밖으로 조금 헤엄쳐 나와 고개를 드니 보트는 뒤집힌 상태로 그대로 있었다. 뒤집힌 배의 옆을 잡고 있으니 건너편 쪽에도 아일랜드 젊은이 3명이 나와 같이 보트 옆의 끈을 잡고 있다. 잠시 뒤 조교가 어디서 왔는지, 뒤집힌 보트 위로 올라가 정상으로 되돌린다. 그 때서야 우리는 밧줄을 잡고 다시 보트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나와 아일랜드 젊은이 3명만 보이고, 다른 두 명은 보트 위에 오르지도 못했다. 네덜란드 50대 남자는 물가 쪽으로 떠내려가고, 아일랜드 젊은이 한 명은 처음 탔던 뭍으로 올라가 피신했다. 두 명은 모두 잔뜩 겁을 먹은 표정이다.
첫 번째 여울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살이 급경사를 타고 내려오는데다, 계곡에서 회오리를 일으키며 바람처럼 돌아 다시 흘러가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코스다. 산더미 같은 파도와 회오리 물살에 걸려들면 악마의 입에 들어간 것처럼 쉽게 통과하기 어렵다. 우리의 실패는 파도가 덮치자 모두 놀라서 노를 젓지 않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바닥에 앉아서 그냥 밧줄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를 젓지 않고 있으면 물의 회오리 때문에 보트가 빨려 들어가 그 자리에서 빙빙 돌다가 커다란 물살을 맞으면서 배가 중심을 잃고 뒤집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