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각으로 테트리스 한 판 끝낼 수 있을까

비정규직 노동자 애환 다룬 연극 <7조각 테트리스>

등록 2007.10.27 18:00수정 2007.10.2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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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코아-이랜드 노동조합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비정규직법안 폐기와 박성수 회장의 구속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코아-이랜드 노동조합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비정규직법안 폐기와 박성수 회장의 구속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민정
뉴코아-이랜드 노동조합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비정규직법안 폐기와 박성수 회장의 구속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이민정

세상에는 아이러니한 것들이 많다.

 

사람들은 "사랑하니까 헤어진다"고 말하고, 진짜 기쁠 때는 웃음보다 눈물이 난다.

 

회삿돈을 몇억씩 횡령한 '회장님'은 자유 방면되고, 몇백만원 회사 기물을 파손한 노동조합 간부는 구속된다.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는 당당하고 피해자는 수치스럽다. "국민을 대표해 혈세의 용처를 감시하겠다"던 국회의원들은 그 혈세로 주색(酒色)을 제공받는다.

 

또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않는다. 이 법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는 방법은, 고작해야 그 수를 늘리고 이들에 대한 임금을 정규직의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앉히는 것이다.

 

실제로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570만3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만6천명(4.5%) 늘어났다. 정규직 노동자가 2.9% 늘어난 것에 비하면, 비정규직은 확실히 '보호'받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보호법'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칙은 살짝 비껴간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6월~8월 월평균 임금은 127만6000원으로, 정규직의 200만8000원의 63.5% 수준. 특히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파견 및 용역, 일용직 등의 임금은 111만2000원으로 더욱 낮다.

 

자고로 '재물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고 했던가. '비정규직 보호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시력을 지켜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테트리스 게임을 연상시키는 연극

 

 각기 다른 처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연극 <7조각 테트리스>의 포스터.
각기 다른 처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연극 <7조각 테트리스>의 포스터. '극단 현장' 제공
각기 다른 처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연극 <7조각 테트리스>의 포스터. ⓒ '극단 현장' 제공

'비정규직 보호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굳이 철학적 물음에 대한 거창한 답을 찾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 개인의 이야기로 들어가면, 되레 답은 쉽게 나온다. 그 답은 연극 <7조각 테트리스(극단 현장)>에서 찾을 수 있다.

 

<7조각 테트리스>는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는 여러 노동자 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파견 근로자, 노동조합 등 노동자들의 '신세타령'을 율동과 춤으로 풀어간다.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무거운 주제를 끌고 가지만, 결코 무겁지 않다. 게임 테트리스를 연상하면 된다.

 

게임 테트리스에서 각기 다른 모양의 7조각 블록이 차곡차곡 쌓이듯, 셋방살이 노동자나 과거의 동지에서 정규직-비정규직이 되어 만나는 노동자 등 각기 다른 처지의 노동자들의 고민이 쌓이면서 연극은 전개된다.

 

결국 7조각 다른 모양의 블록들이 빈 공간을 모두 메워서 한 게임이 끝날 수 있을지, 관객을 붙잡는 연극의 재미가 있다.

 

이 연극의 또 다른 특징은 모든 출연자가 노동자라는 것. 연극은 항상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팔뚝질만 하던 그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듣는다. 그들도 사람이며, 노상 길에만 드러눕는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연극은 이미 2006년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문화 향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돼 인천, 여주, 대전, 광주, 울산 등 전국을 돌며 총 21회 무대에 올랐다. 이번에는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에 자리를 잡는다.

 

배우들의 면면도 다채롭다. 2003년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한 여성문화 활동가 이혜란씨와 민중가수 류금신씨가 무대에 선다.

 

'극단 현장'은 "일하는 사람들의 환한 웃음이 극단 현장의 소망입니다"는 모토로, 지난 1988년 노동극 전문 단체로 출발했다. <횃불>을 시작으로, <노동의 새벽>(1988, 1994), <멋있는 동지>(1989), <지금 수술중>(1991) 등 노동자들의 삶의 현장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극단측은 "평범한 우리 삶의 이야기, 내면의 아픔과 좌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면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다보면, 지금의 힘겨움과 고통도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들의 바람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7조각으로 테트리스 한 판을 깰 수 있을까. 결과는 두 가지다. 블록들이 계속 쌓이다 판 깨기에 실패하든가, 혹은 한 판을 깨고 '업그레이드'하든가.

 

 <7조각 테트리스> 중 한 장면.
<7조각 테트리스> 중 한 장면. '극단 현장' 제공
<7조각 테트리스> 중 한 장면. ⓒ '극단 현장' 제공

덧붙이는 글 | *공연 장소 및 일시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 봄 
-10월 28일(월)~11월 2일(금) 
※ 28일 오후 4시, 7시 / 29일~11월 1일 오후 8시 / 11월 2일 오후 4시, 8시 

*문의 : 02) 765-3516. 747-3516

2007.10.27 18:00ⓒ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공연 장소 및 일시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 봄 
-10월 28일(월)~11월 2일(금) 
※ 28일 오후 4시, 7시 / 29일~11월 1일 오후 8시 / 11월 2일 오후 4시, 8시 

*문의 : 02) 765-3516. 747-3516
#7조각 테트리스 #연극 #비정규직 #극단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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