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환경이 열악하여 단풍 빛깔도 더 고울까?

서울 강북구 미아4동쪽 오동공원 절개지 절벽에 곱게 물든 단풍

등록 2007.10.29 16:57수정 2007.10.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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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쪽 경사지의 고운 단풍 ⓒ 이승철


단풍의 계절 가을이 깊어간다. 가을이 깊어가는 만큼 눈길이 가는 곳마다 고운 단풍이 점점 더 화사한 빛깔로 다가온다.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가을 산은 꽃으로 뒤덮인 봄의 빛깔보다도 더 화려하다.


화려하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인간들의 이기적인 표현일지도 모른다. 곱게 물든 단풍의 빛깔은 추운 겨울을 대비하는 나무들의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짓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속내를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마냥 화려하고 아름답기만 한 것을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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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아래쪽의 절개지 절벽 풍경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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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절벽의 단풍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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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립주택 뒤편 절벽의 단풍 ⓒ 이승철


그래서 이 계절 사람들은 고운 단풍을 찾아 멀고 가까운 산을 찾는다. 그러나 오늘 아침을 먹으며 식탁에서 마주 바라보이는 창밖의 풍경이 내 시선을 이끌어낸다. 사실은 날마다. 아침마다 바라보는 풍경인데도 새삼스럽게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부엌 창문을 열어젖히자 실상이 눈앞으로 성큼 한 걸음 더 다가온다. 오동공원 벽오산 자락의 절개지 절벽풍경 때문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단풍색이 짙어가던 나무들 아래로 작은 나무들과 풀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그들도 계절의 감각에 뒤질세라 곱게 화장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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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 물든 단풍은 평지나 산위의 단풍과는 다른 모습이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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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가 불쑥 튀어 나온 곳의 단풍은 빛깔이 더욱 곱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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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개지 위쪽의 소나무낙엽과 단풍 ⓒ 이승철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아쉬움이 있어서 그렇지 근접 촬영을 할 수 있다면 그 어느 단풍보다도 더 곱고 화려한 빛깔일 것 같다. 절벽에 붙어 어렵게 자란 나무와 풀들은 모두 작고 초라하다. 마치 굶주려 자라지 못한 사람들처럼, 저렇게 사람이나 나무나 살아가는 환경이 열악하면 삶도 그만큼 더 치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위절벽에서 물든 나무와 풀들의 빛깔이 저리 고운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일 것이다. 삶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서리서리 맺히고 얽혀 저리 고운 빛으로 피어났을 것이다. 극한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한 삶이 더욱 빛이 나는 것처럼, 도심 바위절벽의 한계상황을 극복하며 살아온 나무와 풀들이기에 단풍도 저리 고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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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산책로의 단풍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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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빛깔의 단풍나무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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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짙어가는 오동공원 벽오산 ⓒ 이승철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승철 #오동공원 #단풍 #벽오산 #절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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