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형광등 '번개표' 72년 자존심 지킬까?

[빛은 공공재다③] 김용원 금호전기 기술연구소 소장, LED 대세론에 거센 중국바람

등록 2007.10.31 18:06수정 2007.10.3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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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조명' 바람이 불고 있다. 여기에 올해 경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경관 조명' 역시 관심을 받고 있다. 이처럼 최근 '빛'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2007 국제조명산업전'이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대서양홀에서 열린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국내 조명의 현재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바를 모색하는 6부작 인터뷰 시리즈 '빛은 공공재다'를 연재한다. 조명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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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 생산 이미지 ⓒ 금호전기


금호전기는 몰라도 '번개표'까지 모르는 장년층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금호전기 주식회사(박명구 대표이사)의 '어제'는 눈부셨다. 여타 기업들이 중국으로 보따리를 싸서 떠난 상황에서 금호전기만은 토종기업으로는 유일하게 국내에서 생산라인을 가동시키고 있다. 72년 역사가 만들어 낸 "자존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존심만으로 버티기에 금호전기의 '내일'은 '깜박깜박하고' 있다. 중국산 형광등이 '강호 신흥 세력'으로 떠오른 지 오래인데다, '건강조명', '감성조명' 등 이른바 웰빙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여기에 LED 등 신광원을 이용한 조명 산업에 대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10년 후면 형광등이 사라질 것"이라는 산업자원부 '예언'이 허풍으로만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달 26일 김용원 금호전기 기술연구소 소장(상무이사)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어느 광원보다 효율과 밝기에서 우수하고, 경제적인 가격에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편리성까지 갖춘 형광등이 사라지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며 "신광원 조명 중심 정책으로 이끌어가려는 과정에서 나온 하나의 충격 요법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소장은 "물론 LED 조명이 일부 자리매김할 것이고, 이는 뒤로 돌릴 수 없는 흐름임에는 분명하다"면서도 LED 조명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일본 니치아(세계 최대 LED 생산기업)와 서울반도체(LED 제조업체) 소송에서 드러난 특허 문제와 아직 비싼 LED 가격 문제를 뛰어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니치아는 서울반도체를 상대로 지난 9월에 이어 다시 30억원 규모의 특허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김 소장은 이른바 LED 조명 대세론에 대해 "유럽이나 미국은 LED 조명 문제로 한국처럼 냄비 끓듯 하지 않는다"면서 "지금 한국 기업들이 덤벼들고 있는데 (특허나 가격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 제대로 상품화해서 돈을 벌 수 있는 회사가 얼마나 될 지 모르겠다"고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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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FL 제작 이미지 ⓒ 금호전기

또한 최근 조명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웰빙 트랜드에 대해서도 "색 온도가 낮은 따뜻한 조명이나 간접 조명 방식 등 서구식 조명을 업체나 학계가 받아들이면서 소비자 욕구가 생겨나는 단계"인 것은 사실이지만, "(꼭 그렇게 가야 한다는) 어떤 당위성이 있는 것은 아니며, 새로운 조명의 필요성을 느끼는 일반인들 역시 아직 별로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소장은 과거보다 금호전기 시장 점유율이 떨어진 원인을 "무엇보다 중국산 형광등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품질이나 가격경쟁력에서 조금 문제가 있었다"고 진단하고 "저수은 방식에 고효율 그리고 오랜 수명과 절전 기능까지 갖춘 신제품을 11월 또는 12월 중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

- 최근 이른바 '웰빙 조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번개표'는 어둠을 밝히는 조명 방식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이 같은 흐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물론 삶의 질이 높아지다 보니까, 조명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바뀌어나가는 단계임은 분명하다. 그 일환에서 사람 감성에 따라 색이 변하는 '감성조명'이나 형광등보다 따뜻한 색을 내는 조명을 선호하는, 다양한 빛 온도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만은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는 일부 조명회사나 학계에서 주도하는 것이다. 새로운 조명의 필요성을 느끼는 일반인들은 아직 별로 많지 않다. 잘 사는 나라에 많이 다녀본 사람들을 중심으로 서구 조명 문화에 맞춰 가고자 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 꼭 그렇게 가야 한다는 당위성 문제는 아니다? 서구 흐름을 따르는 걸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그런 쪽으로 옮기고 싶어 하는 시장 요구가, 소비자 요구가 슬슬 생겨나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 LED 조명(전기에너지를 빛에너지로 바꿔주는 광반도체 소자를 이용한 조명)도 화두다. 신광원 조명 사업에 대기업들이 뛰어들고, 산업자원부도 이런 추세를 반영하여 '10년 후면 형광등이 사라진다'고 전망한 바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실제는 그렇지 않다. 환경 차원에서 수은을 쓰지 않는 광원으로 LED 조명이 화두가 되면서 나온 말인데, 앞으로 20년이든 30년이든 형광등은 없어지지 않는다. 형광등만큼 경제적인 램프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밝다. 효율 또한 어느 광원보다 우수하다. 경제적인 가격에,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편리성도 갖추고 있다. 형광등 기준 조명기기 역시 상당수다. 물론 일부 새로운 조명으로 바꿔나갈 수는 있다. 허나 형광등이 10년 안에 없어진다? 신광원 조명 중심 정책으로 이끌어가려는 과정에서 나온 충격 요법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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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전기 오산공장 전경 ⓒ 금호전기


- 최소 20년?
"20년이 아니라 더 간다고 본다. 중국이 있는 한. 지금 중국에서 생산되는 형광램프가 전 세계 80%를 차지한다. 물론 선진국 규제는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지만, 그렇다고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선진국에서 백열전구는 아예 생산하지 않고 없애겠다고 공표했다. 열에 의한 전력 손실이 커서 에너지 절약에 역행하는 광원이기 때문이다. 형광등은 그렇지 않다. 급속하게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형광등은 없어지지 않는다."

- 그럼 LED 조명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물론 서서히 일부 자리매김할 것으로 본다. 이건 뒤로 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걸림돌 또한 여러 개 있다. 우선 LED 가격 자체가 비싸다. 아직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LED 조명이 좋은 줄 알지만, 선뜻 뛰어들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특허 문제가 제일 크다. 최근 일본 니치아(세계 최대규모 LED 생산 기업)가 서울반도체를 제소했다. 삼성전기와도 특허 문제가 쟁점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약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운데, 니치아는 원천 특허를 주장한다. LED 패키지 생산이 소량일 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 어느 정도 생산량이 나오는, 뭔가 받아낼 수 있다는 타이밍에 특허료를 내놔라, 더 지불하라고 제소하는 상황이다."

- LED 조명 '대세론'에 숨어 있는 위험 같다.
"큰 현안이다. 일반적으로 표출이 되지 않았을 뿐이다. 유럽이나 미국, LED조명 문제로 한국처럼 이렇게 그냥 냄비 끓듯 하지 않는다. '그쪽으로 진출하면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시장이 커지지 않을까'하는 가능성을 보고 지금 한국 기업들 덤벼들고 있는데, 실제 제대로 상품화해서 돈 벌 수 있는 회사가 얼마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원천 특허를 주장하는 회사 또는 그 회사에 원재료를 공급하는 곳만 재미를 볼 소지가 충분히 있다."

- 과거보다 금호전기 시장점유율이 많이 떨어졌다. 어떻게 해석하나.
"중국산 형광등에 큰 타격을 입었다. 금호전기 형광등 다섯 달 쓸 수 있고, 중국산은 석 달 정도면 수명이 다한다고 하자. 그래도 수입업자는 유통마진이 큰 중국산을 취급하게 마련이다. 건설회사도 보다 싼 중국산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고...품질 문제도 조금 있었고 필립스나 오슬람과 가격이 동일하다보니 경쟁력도 떨어졌다. 위기의식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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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에 들어가는 CCFL ⓒ 금호전기

- 그런데도 국내 생산라인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토종기업으로서의 자존심인가?
"올해 72주년이다. 자존심 문제도 있다. 지금 다 국내 생산을 포기했다. 이름만 걸어놓고 중국에서 생산하는 OEM(주문자 상표 생산) 방식을 택한 기업도 있고, 외국에서 수입해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는 형태도 있다.

기존 램프업체보다 빠른 사업 전환으로 생긴 이익으로 다소 여유도 생겼다. LCD(Liquid Crystal Display : 노트북 등에 많이 쓰이는 디스플레이) 안에 들어가는 CCFL(냉음극 형광램프 : 자체적으로 빛을 낼 수 없는 LCD에 많이 사용하는 광원으로 열 발생률이 거의 없다) 사업 전환이 발빠르게 진행돼서, 기존 조명 사업을 국내에서 계속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 자체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은?
"그래서 신제품 개발에 나섰다. 저수은, 열을 줄이고 밝기는 더 높은 고효율, 수명을 늘리고 절전 기능을 갖춘, 이와 같은 장점이 합쳐진 형광등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프리미엄 형광램프를 11월 또는 12월 중 시장에 내놓는다. 조금 비싸겠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다."
#형광등 #신광원 #조명 #번개표 #금호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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