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에 흔들리는 만추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등록 2007.10.31 19:41수정 2007.10.3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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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코스모스네.”

지리산의 단풍을 보기 위하여 달리다가 조우한 코스모스가 낯설다. 코스모스는 이미 모두 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만개하여 가을바람에 흔들리고 있으니, 생소하다. 깊어진 가을에 지지 않고 피어 있는 꽃이 유난하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접하게 되면 당혹스러워진다. 그런 와중에서도 고혹적인 모습에 마음이 쏠린다.

 

a 코스모스 만추

코스모스 만추 ⓒ 정기상

▲ 코스모스 만추 ⓒ 정기상

흔들리고 있는 코스모스에 만추가 걸려 있다. 하얀색의 꽃 이파리와 분홍색, 그리고 진한 홍색들이 서로 어우러져 흔들리고 있으니, 처녀가 유혹하는 손짓처럼 보인다. 화사하게 차려입고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웃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사내들이 어디에 있겠는가? 만약 그렇다면 사내가 아니라 돌이 분명할 것이다.

 

단풍의 화려한 모습과는 비교된다. 코스모스는 단아하다. 깨끗하니 더욱더 마음을 잡는다. 아마도 순수하고 청초한 모습이라 그러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추수가 끝난 들판의 한가운데에 활짝 웃고 있는 자태가 그렇게 우아할 수가 없다. 코스모스의 새로운 매력에 흠뻑 취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찍 핀 코스모스와는 또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된다.

 

일찍 핀 코스모스는 가을을 앞당겨주었다. 더위 속에서 조급함을 참지 못하고 피어난 코스모스를 보고 가을이 오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가을의 전령사였다. 귀뚜라미와 함께 가을이 오고 있음을 미리 알려주고 있었다. 땀을 주체하지 못하는 시기에 피어난 코스모스는 큰 위안이 될 수 있었다. 마음에 가을을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a 나눔 행복

나눔 행복 ⓒ 정기상

▲ 나눔 행복 ⓒ 정기상

가을의 어귀에서 함께 하였던 코스모스들이 멀어져갔었다. 아쉬움이 앞섰지만 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 없으니, 어쩌란 말인가. 그렇게 속절없이 코스모스와 이별을 하였었다. 서운한 마음에 곱게 물든 단풍들이 메워주었다. 빨갛게 익은 감들의 모습이며 노랗게 물들여지는 은행잎들이 대신 채워주었다.

 

빨간 단풍이 보고 싶어 지리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가는 길에 만난 코스모스를 보니, 그리움이 커진다. 그리움은 따뜻한 아픔이다. 가슴 한 언저리를 에이게 하는 고통이다. 그러나 아픔과 고통은 서로가 서로의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됨으로써 따뜻함을 창출해낸다. 그래서 그리움은 슬픔의 온기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코스모스를 통해 만추에 젖어 그리움의 따뜻함에 빠져든다. 슬픔과 아픔에서 배어나는 따뜻한 온기를 통해서 이웃을 생각하게 된다. 기대고 비빌 언덕조차 없어서 외로움에 떨고 있는 서성이는 슬픔을 생각하게 된다. 서로 의지하고 나누게 되면 그리움으로 승화될 수가 있지만 외로움이 커지면 차디찬 냉혹함을 주체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a 향 가을

가을 ⓒ 정기상

▲ 향 가을 ⓒ 정기상

코스모스 흔들리는 만추에 이웃을 생각하게 된다. 코스모스가 지고 단풍잎도 바람에 날리게 되면 차가운 기운은 엄습하게 된다. 하얀 눈이 내릴 때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작은 힘으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흔들리는 코스모스의 아름다움보다 더욱더 빛날 것이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지리산 가는 길에서

2007.10.31 19:41ⓒ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사진은 지리산 가는 길에서
#코스모스 #만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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