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납치사건 관련 마치무라 발언에 불쾌감

"왜 대통령 때 말하지 않았느냐" 발언에 재반박

등록 2007.10.31 21:56수정 2007.10.3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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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일본의 마치무라 관방장관이 31일 '김대중 납치사건'과 관련해 "왜 대통령 때 말하지 않았느냐"고 발언한데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측이 불쾌감을 표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경환 공보비서관은 이날 저녁에 발표한 논평에서 "일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그러한 말을 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강한 불쾌감을 피력했다.

최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은 야당 때부터 납치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인권보호 문제를 직간접으로 여러 차례 요구해 왔다"며 "대통령 취임 후 일본 정부의 초청으로 국빈방문까지 한 이상 마땅히 일본이 적절한 조치를 했어야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치무라 "왜 대통령 때 말하지 않았나"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치무라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김 전 대통령이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납치사건 처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제기한 것과 관련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왜 대통령 때 그 문제를 일본정부에 말하지 않았는지 오히려 이상하다"고 반박했다.

최 비서관의 논평은 이에 대한 재반박인 셈이다. 최 비서관은 일본을 방문중인 김 전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박지원 비서실장과 상의해 이날 논평의 수위를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최 비서관의 유감 논평은 사실상 김 전 대통령의 '유감' 표명으로 받아들여진다.

리쓰메이칸(立命館) 대학에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일본 교토를 방문중인 김 전 대통령은 3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 정부나 일본 정부나 내 납치사건에 대해서 진상을 밝힐 의무가 있다"면서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은, 일본 정부로서는 주권이 침해된 것이고, 나를 일본에서 보호해줄 의무가 있는데 그것을 안 해서 나의 인권이 침해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특히 "내가 일본에서 한 행동에 대해서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한일 양국이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한민통' 의장이 됐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았다"면서 "그때 당시 나는 일본의 그러한 노력을 얼마나 기대했던가, 당시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내가 얼마나 실망했던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참으로 슬펐다"고 30년 동안 품고 있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DJ "사형선고 받았을 때, 일본이 외면해 참으로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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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는 재일 '한민통' 회원들. ⓒ 김대중도서관 자료사진


전두환 정권은 80년 당시 이른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김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해
그가 납치사건 직전에 일본 체류중 '한민통' 의장을 지낸 반국가단체의 수괴라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지난주 '국정원 과거사위'의 김대중 납치 사건 발표 이후 일본 언론들의 회견 요청이 많아 30일 오후 호텔 숙소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가졌는데 간담회에는 일본 언론과 한국 특파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김 전 대통령이 제기한 ‘일본 정부 책임론’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전문을 싣는다.

- 24일에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한국 중앙정보부가 주도적으로 일을 꾸민 사건이었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이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조사 보고서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를 하시는지 어떤 점들에 대해서 납득을 못하시는지를 듣고 싶습니다.
"2가지를 지적을 했는데요. 하나가 납치가 살해목적이었냐 아니었냐 하는 것과 또 하나는 누가 시켰는냐 하는 것입니다. 그 점에 있어서 조사위원회는 조사를 해 놓은 것 가지고도 확실히 할 수 있었는데 결론은 제대로 내지 않은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의 납치목적은 살해가 분명합니다. 제가 납치해서 돌아온 후 기자들에게 발표한 내용을 봐서도 분명하고, 또 미국 정보기관이 하는 얘기를 봐서도 그러합니다. 그리고 나를 납치만 하려면 바다에서 그냥 팔목에 쇠고랑만 채워 묶으면 되는데, 칠성판 판자 위에다 묶어 놓고 또 입을 막고 눈을 가리고 발목과 팔에 물체를 달고 그리고 이불까지 달라고 했습니다. 죽이지 않으려면 무엇 때문에 그렇게 했겠습니까? 그런 문제가 미진하고, 분명한 살해 목적이었는데 그것을 지적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납치를 누가 시켰느냐 하는 것은 그 당시 납치의 책임자였던 이후락 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한 후에 과거 국회의원하신 분으로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최영근 의원한테 고백을 했습니다. (이후락 부장이) 처음 한달 동안은 움직이지 않았더니 다시 지시해서 나를 살해하라고 박대통령이 시켰다는 것을, 그리고 살해할 목적이었다는 것을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만일 박정희 대통령이 시키지 않았다면 이 사건이 터져서 한일관계와 전 세계가 모두 알게 됐는데 왜 이후락씨를 안 잡아들였겠습니까? 그러면서 납치에 가담했던 사람들을 처벌을 해야 했는데 안 했습니다. 그런 점만 보더라도 이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가 분명한데 이 점에 대해서도 심증만 있다고 하는 것은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납치에 가담한 사람 1명도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 보고서가 나온 후에 김대중 대통령님께서는 한국 정부에게 앞으로 어떤 대응을 바라고 계십니까. 보도에 의하면 유명환 한국대사가 일본정부에 유감표명을 할 것 같다는 보도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하튼 일본정부건 한국정부건 납치사건, 그리고 그 뒷수습에서 나의 인권을 무시한 것에 대해서 항의합니다. 그리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진상을 확실히 밝혀서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 대선과 관련하여 아까 강연문에서도 말씀하셨지만 대선 이후에 집권당이 집권을 누가 하든 대북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총괄적으로 대선과 관련하여 한국대선과 관련하여 기대와 전망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문이라고 생각이 되지만 현답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한국 대선 문제는 한국 가서 얘기를 해야지.(웃음) 나는 원칙적인 얘기인데 이번 대통령선거는 정말 건전한 정책대결로 했으면 좋겠고, 지금 국민들한테 남북관계나 경제문제가 관심이 제일 큰데 그 문제에 대해서 확실히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그래서 대통령후보를 자신을 가지고 선정할 수 있도록 그런 구체적이고 손에 쥐어주는 것 같은 그런 정책을 놓고 선거를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은 우리 국민은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흔들리지 않는 그러한 우수한 판단력과 정치적 신념을 갖는 국민이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도 유권자로서 자유롭고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국민들에게 기대를 주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납치사건과 관련해서 한국정부가 발표를 했을 때 일본정부는 마치무라 관방장관이 정례회견을 해서 왜 이 시점에 과거 34년 전 사건을 발표를 하는지 그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한국정부가 친일파 재산을 몰 수 하는 일본의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까지 비난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일본정부의 이러한 태도표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이에 앞서 NHK 기자가 질문을 했습니다만 답변을 하지 않으셨는데 한국이 일본에 대해서 일본정부에 사과표명을 하는 것이 옳은지 유감표명 정도로 족하다는 보시는 지 그것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지금 한국정부가 일본정부에 유감을 표시하느냐, 또 그것 가지고는 부족한가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얘기하는 것은 한국 정부나 일본 정부나 내 납치사건에 대해서 진상을 밝힐 의무가 있습니다.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은 일본정부로서는 주권이 침해된 것이고, 나를 일본에서 보호해줄 의무가 있는데 그것을 안 해서 나의 인권이 침해된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국정부는 그 당시의 정부가 한 일을 현 한국정부가 과거청산 하는 마당에 이것도 분명히 청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 있어서 관심이 있지, 나머지 사과 수준이라든가 뭘 해야 하느니, 안 해야 하는지 그러한 것은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고 친일파 재산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이 관여할 성질의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정부가 처리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가 한 가지 더 첨부하고 싶은 것은 나는 일본이 한국하고 내 문제를 가지고 정치결착을 할 때 내가 출국을 포함해서 행동의 자유가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 동백림사건에 의해서 납치돼서 한국에 왔던 사람들은 프랑스와 서독정부의 항의에 의해서 전부 프랑스와 독일로 돌아갔습니다. 나도 당연히 그렇게 될 걸로 알았는데 전혀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그것을 관철시키지 않았습니다.

또 그 다음에 나는 일본에서 한 행동에 대해서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한일 양국이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한민통 의장이 됐다는 이유로, 한민통은 반국가단체니까 반국가단체의 수괴다 해서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그 때 나는 일본하고 한국 사이에서 내가 일본에서 한 행동은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에 일본이 그것을 구실로 해서 적어도 내가 죽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었습니다.

물론 일본도 관심이야 있었겠지만 결국 내가 살아난 것은 카터 대통령과 레이건 당선자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그 때 당시 나는 일본의 그러한 노력을 얼마나 기대했던가, 당시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내가 얼마나 실망했던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참으로 슬펐습니다. 나는 이런 점에 있어서 당시 출국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 사형문제를 일본이 저지하지 못한 점, 이런 점에 대해서 나는 일본 정부의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

-  아까 대통령님께서는 한국 정부와 일본정부가 진상규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혹시 일본의 경시청에서 진상규명을 목적으로 해서 대통령님께 참고인 조사를 요청했을 시에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이번에도 내가 일본을 방문한다고 하니까 일본 경찰이 참고인 조사에 응해달라고 요청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내가 응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과거에 이 문제 가지고 조사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그렇게 되면 뭔가 수사가 진전이 될 줄 알았습니다. 일본 경찰이 수사를 진심으로 할 용의가 있다면 언제든지 한국에서건 일본에서건 진술할 용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경찰이 수사를 진심으로 규명할 의지가 있는냐, 그 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납치 #마치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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