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논에 물을 채워 놓으면 습지 역할을 하면서 철새들이 찾아든다. 또 지렁이 수가 증가하여 잡초 발아와 생육을 억제시키고 거미, 개구리의 증가로 해충 억제 효과가 있으며, 철새 배설물에 의한 비료 효과까지 있다."
일본에서 '겨울철 담수 유기농'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2008년 람사르총회'(2008년 10월 28일~11월 4일)가 열리는 경남을 찾아 습지전문가와 농민들을 만났다.
'일본 기러기 보호회' 쿠레치 마사유키 회장과 'NPO법인 민간쌀농사연구소' 이나바 미츠쿠니 이사장이 1일 경남 창원을 찾았다. 이들은 이날 오후 '환경부 UNDP/GEF 국가습지보전사업단'이 대한주택공사 울산경남본부 회의실에서 마련한 '습지포럼'에 앞서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개 겨울철 논에는 물을 빼고 마른 상태로 둔다. 봄철 경작을 쉽게 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기도 하다. 유명 철새도래지인 창녕 우포늪과 창원 주남저수지, 낙동강 하구, 구미 낙동강 습지 인근 논도 비슷한 상황이다. 습지 인근 논의 경우 철새들로 인해 농민들이 피해를 본다며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사례를 들어 보았다.
쿠레치 마사유키 회장은 "무논(겨울에 물을 채워 놓은 논)은 농지인 동시에 습지로서의 기능도 가지는 농업습지"라며 "세계 농경지 가운데 무논과 같이 습지로서의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극히 한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카부쿠리누마와 주변 논은 2005년 람사르협약 습지로 지정되었다. 세계적으로 논이 람사르협약 습지로 지정되기는 최초였다. '일본 기러기 보호회'는 물새와 논 농업의 공존은 겨울 무논을 통해 가능하다고 보고, 관련 활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다.
겨울 무논은 추수가 끝난 뒤부터 농한기 때 논에 물을 채워 놓는 것을 말한다. 쿠레치 회장은 "무논은 겨울 물새 서식 환경의 창출과 환경을 배려한 농법(유기재배)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농가의 대다수는 람사르협약 습지로 등재되면 농업에 대한 규제나 제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화를 거듭하는 사이 람사르협약을 환경·농업정책을 유도하는 도구로 적극 활용하였다. 지속 가능한 무농 농업을 지향하고자 하는 인식이 생겨났다"고 소개했다.
그는 "일본에서 기러기는 개체수와 도래지수도 많았으나 수렵과 생식습지 개발로 인해 격감했다"면서 "개최수 회복을 위해서는 서식지를 확대, 분산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인데, 무논이 그 대안 가운데 하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100년 사이 토목 기술이 발달하면서 논이 말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많은 생물이 멸종되었다"면서 "습지 복원 100년 계획을 위해서는 ▲경작방치 무논은 습지로 복원하고 ▲휴경 논은 물을 채워 매년 습지로서 관리하며 ▲물 함유량이 우수한 무논은 물을 채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물새가 농가에 피해를 끼치는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는 지역 '식해보상조례'로 손해를 보상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물새 살리기의 긍정적인 인식 조성을 위해 지혜를 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나바 미츠쿠니 이사장 "무엇보다 인식 변화가 중요"
이나바 미츠쿠니 이사장 일행은 이날 오전 주남 저수지와 우포늪 일대를 둘러본 뒤 "인근 농경지를 친환경 농작을 하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나바 이사장은 주남저수지에 대해 "수로 주변의 논은 겨울철에 물을 채워 놓는 게 가능하고, 담수 뒤 벼를 키울 때 농약을 사용할지 여부에 대해 갈림길에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포늪에 대해 그는 "따오기 방사 지역으로 절묘한 것 같다. 155ha에 걸쳐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대단한 농법이다. 그런데 쌀겨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동기담수'와 '건조담수'에 대해 그는 설명했다. 동기담수는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무리없이 담수가 가능하고 누수 염려가 없는 논을 선택해야 하고, 건조담수는 모내기 1개월 전부터 모내기 후 40일간 상시 담수가 가능한 논이어야 한다는 것.
이나바 이사장은 "이같은 담수를 활용한 농법은 5년 전부터 일본에서 일어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일본 전체에서 50~100ha 정도에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처음에는 조류인플루엔자의 위험으로 그만 두려는 농가가 있었으나 그것은 사육의 문제이지 야생 새의 문제는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서 안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유기농법을 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런 농가들은 생활협동조합이나 회원을 통해 생산된 작물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생산량은 다소 적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무논을 통한 농법을 하면서 논의 생태 변화도 조사를 한다. 그는 "생활협동조합 회원과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정기적으로 논의 생태를 조사해서 보고서를 낸다. 그렇게 하는 곳이 50군데나 이른다.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회원들한테는 신뢰를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런 유기농법을 하는 농가는 일반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쌀겨나 비지를 발효한 비료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쌀겨나 비지는 논에서 생산된 쌀과 콩을 통해 나온 것인데, 논에서 나온 생산물을 다시 논으로 되돌려 주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쌀겨를 투입하면 실지렁이 등 먹이동물이 증가하고, 백로와 황새가 먹이를 찾아 날아온다. 그야말로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게 된다"면서 "이같은 농법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07.11.01 16:20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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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논에 물 채워 습지 역할하도록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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