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결전- 103회(7화 8회)

쿠데타 - 8

등록 2007.11.09 13:40수정 2007.11.0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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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살려주시오!”
“제발 쏘지 마시오!”


쏘라는 명령이 떨어졌지만 병사들은 쉽게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아무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은 1초 남짓한 순간이 표신혁에게는 영원처럼 길게만 느껴졌다. 1.5초의 순간까지 밀려들어 갔을 때는 모두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는 것만 같았다. 팽팽하던 정적은 단 한발의 총소리에 깨져 버렸다.


-탕!


그 한발의 총소리를 기점으로 탄환은 사정없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탕! 타타탕!


표신혁은 자신이 방아쇠를 당겼는지 당기지 않았는지조차 금방 알 수 없었다. 거칠게 울린 총소리로 인해 그저 귀가 멍멍하기만 할 따름이었다. 사단장은 의원들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잘 보셨습니까? 순순히 협조 부탁드립니다.”


도처에서 사납게 군인들을 꾸짖던 국회의원들은 동료의원들이 총살당하자 손가락질 한번에도 순순히 알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 이리 와서 이것 좀 끌어내라.”


멍하게 서 있는 표신혁을 향해 간부 하나가 손짓을 하며 시체를 치울 것을 명령했다. 표신혁은 시체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살아 움직이던 그들은 총탄에 처참하게 찢긴 고깃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뭐해 임마.”


표신혁은 손에 든 총을 툭 떨어트렸다.


“더 이상은 못합니다.”
“뭐? 이 자식이 미쳤나?”


표신혁은 명령을 내린 중위 계급의 간부를 노려보았다. 중위는 순간 흠칫거렸지만 자신의 권위를 적극적으로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이 새끼가.”


중위는 군화발을 슬쩍 들어올려 표신혁의 정강이를 걷어차려 했지만 그보다 앞으로 내어뻗은 표신혁의 손길이 더 빨랐다.


“어이쿠!”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지는 중위를 뒤로 하고 표신혁은 달음박질을 치기 시작했다.


“탈영이다 탈영! 잡아!”


중위가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멀찌감치 달아나고 있는 표신혁을 잡으려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표신혁은 막 바리케이드가 세워지려는 곳을 지나쳐 국회의사당 앞을 미친 듯이 뛰어 가로질렀다.


“저 자식 쏴버려!”


누군가 고함을 질렀지만 뛰어나가는 표신혁의 뒤로 총을 겨누는 이는 없었다. 다만 표신혁을 잡기 위해 쫓아가는 병사 몇 명이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모두 표신혁의 고참들이었다.


“야 임마 표신혁!”
“신혁이 임마 돌아와!”


표신혁은 고참들의 고함소리를 애써 못 들은 척하며 머리에 쓴 방탄모와 탄띠를 벗어 던지며 그들의 추격을 멀리 따돌렸다. 그리고 표신혁은 잠시 숨을 몰아 쉰 후 서강대교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때 표신혁은 몰랐지만 서강대교의 진입로는 이미 병력의 통제를 받고 있었다. 표신혁은 서강대교 진입로에서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장교에게 잡혀 간이로 만들어 놓은 초소에 끌려 들어갔다.


“소위님! 이런 행위에 동조해서는 안 됩니다 이건 쿠데타입니다!”


표신혁의 고함소리에 소위는 약간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표신혁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덧붙이는 글 |
1.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2007.11.09 13:40ⓒ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1.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소설 #결전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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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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