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 장난감 예찬

장난감, 무턱대고 사주지 말고 생각해서 사주어야

등록 2007.11.12 17:01수정 2007.11.1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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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있어서 놀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놀이가 없는, 놀 줄 모르는 아이를 상상할 수 없다. 그래서 놀이는 아이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놀면서 배우고 성장하고 성숙하는 것이다. 어른들에게 노동이 일이라면 아이들에겐 노는 것이 일의 전부다.

a 블록 삼매경 '더아모의집' 막내둥이 둘은 벌써 '블록 장난감 놀이'에 푹 빠졌다.

블록 삼매경 '더아모의집' 막내둥이 둘은 벌써 '블록 장난감 놀이'에 푹 빠졌다. ⓒ 송상호


놀이의 중요함이 이렇다면 그 놀이의 수단인 장난감의 중요함 또한 그에 못지않을 것이다. 교구, 놀이감, 장난감 등으로 표현되는 놀이 수단은 아이들에겐 재산 목록 1호가 되는 것이다.

사실 한참 성장하는 자녀들 둔 일반 가정에 가보면 장난감이 많다. 로봇, 인형, 소꿉놀이, 기차 등의 구식(?) 장난감부터 원격조종되는 헬리콥터와 차, 첨단 게임기 등 신식(?) 장난감까지. 사실 집안에 장난감이 넘쳐 나지만, 아이들에게는 지속적인 만족을 주지 못한다.

어느 집에나 보면 이사 할 때나 방 청소 할 때 아이들 장난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처음엔 그렇게도 가지고 싶어하고 좋아하던 장난감이라도 며칠만 지나면 모두 시들해지기 마련. 그러다보니 아이들에게 사주는 장난감의 개수는 늘어나고, 따라서 아이들에겐 장난감 재산이 과도하게 늘게 되는 것이다. 

그 쌓인 장난감을 버리자니 아직 멀쩡하고 버리지 않자니 가지고 놀지도 않아서 짐만 되고. 아이들은 가지고 놀지 않으면서도 행여나 다른 아이가 와서 가져가려 하면 한사코 안 주려고 하고, 버리려고 하면 울고불고 난리고. 이래저래 부모들과 아이들의 장난감 전쟁은 심각해진다. 

사실 장난감 사주는 건 시작부터 잘해야 한다. 사달란다고 다 사주면 아이들은 분명히 계속해서 무리한 요구(어른 입장에선 무리하다 싶을 것이고 아이 입장에선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임)를 한다. 그렇게 길들여지면, 문방구나 장난감 가게에 부모가 함께 가면 사달라고 때를 쓰고 그것을 말리느라 진땀을 빼기 일쑤가 된다. 경제적 비용도 비용이지만, 아이의 습관이 더 문제가 된다. 아이들의 습관은 부모하기 나름이다.

a 중학생 동참 옆에서 지켜보던 누나(중학생)도 드디어 블록 쌓기에 동참했다.

중학생 동참 옆에서 지켜보던 누나(중학생)도 드디어 블록 쌓기에 동참했다. ⓒ 송상호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사실 아이들에게 장난감이 없다고 할지라도 아이들은 잘 논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심심하면 어떤 식으로든 거리를 만들어 놀게 된다. 우리가 어렸을 적을 봐도 그렇지 않은가. 아이들이 심심하다고 말할 때는 장난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또 다른 놀이를 하고 싶다는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장난감이 있든 없든 잘 논다. 장난감(수단)이 있어야 잘 놀고, 잘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은 순전히 어른들의 생각이다. 오히려 장난감이 없으면 아이들은 순수 창작을 해서 장난감이나 ‘놀이감’을 만들어 낸다. 아이들이 어떻게 하더라도 어른들이 야단만 치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창작 세계는 늘어갈 것이 분명하다.

특정 장난감은 아이의 상상력과 창조력을 한 곳에 머물게 하고, 능동적인 사람에서 수동적인(특정 장난감 조종 방식대로) 사람으로 커가기가 쉽다. 그래서 사실 장난감이 필요하면서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과연 모순된 논리일까.


그래도 장난감이 굳이 필요하다면 단연코 ‘블록 장난감’을 추천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블록 장난감은 고정된 모양이 있을 수 없다. 고정된 모양의 샘플 사진을 블록 장난감 제조사에서 보여주기는 하지만, 아이들은 그대로 몇 번 하고서는 그대로 따라 하지 않는다. 날마다 다른 작품을 만들어낸다. 모양을 창작해낼 뿐 아니라 그에 따른 이야기도 창작해낸다.

숲속 왕자 이야기, 작은 나라 전투 이야기, 아기자기한 소꿉놀이 이야기, 신나고 재미있는 로봇 나라 이야기 등등. 아이들의 상상에 끝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리고 누가 잘 만들었는지 내기까지 하면 재미는 배가 된다.

a 블록 완성 완성한 블록 앞에서 멋들어지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두 막내둥이들.

블록 완성 완성한 블록 앞에서 멋들어지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두 막내둥이들. ⓒ 송상호


손을 많이 사용하면 뇌가 좋아진다는 이론보다 더 좋은 것은 무엇인지 아는가. 블록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연령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기어 다니는 아기부터 어른까지. 실제로 우리 ‘더아모의집’엔 블록 장난감이 거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잘 논다. 유초등부 아이들은 물론 중고생과 20대 청년에 이르기까지. 아이들과 놀아주려고 하는 부모도 블록가지고 놀기 참 좋다.

“아빠, 지금 있는 블록 장난감 말고 좀 큰 모양의 블록 장난감 사줘요.”

이 이야기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아이가 한 이야기가 아니다. 중학생 딸아이가 한 이야기다. 평소엔 컴퓨터로 주로 놀던 딸아이가 오래간만에 블록에 관심을 가지고 한 말이다. 아직 블록 장난감을 더 사주지는 않았지만(그나마 지금 있는 블록 장난감도 산 게 아니라 이웃으로부터 얻었다), 블록 장난감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좋은지를 말해주는 증거라 할 것이다.

조금 세게 말하면 아이들의 장난감 중 블록 장난감보다 더 좋은 것을 본 적이 없다.

덧붙이는 글 | ‘더아모(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 집은 경기 안성 금광면 장죽리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cafe.daum.net/duamo 이며, 본인은 이곳의 목사이다.


덧붙이는 글 ‘더아모(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 집은 경기 안성 금광면 장죽리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cafe.daum.net/duamo 이며, 본인은 이곳의 목사이다.
#더아모의집 #송상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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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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