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고기와 피순대의 환상적인 '만남'

[쭉정이의 시장통 맛잔치②] 2007 전주 맛잔치

등록 2007.11.13 14:53수정 2007.11.1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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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화산체육관 맛잔치가 열리는 화산체육관 앞마당. 건너편 빙상경기장 유리벽에 비치는 모습

화산체육관 맛잔치가 열리는 화산체육관 앞마당. 건너편 빙상경기장 유리벽에 비치는 모습 ⓒ 이덕은

▲ 화산체육관 맛잔치가 열리는 화산체육관 앞마당. 건너편 빙상경기장 유리벽에 비치는 모습 ⓒ 이덕은

 

셔틀버스를 타고 맛잔치 행사가 열리는 화산체육관으로 간다. 실내로 들어가니 WWKF(World Wide Korea Food)선정경연대회는 거의 끝이 나고-이름도 거창하지-, 한쪽에선 학생들이 자신이 만든 음식을 전시물로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많은 노고가 들어갔음에도, 눈요기외에 미각과 후각을 거의 자극하지 못하는 이유가 음식을 덮어 놓은 포장용 랩 탓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쪽에 마련된 24절기 음식들과 보리밥, 시래기밥, 도토리밥 등 각종 밥들은 ‘역시 음식은 남도로구나’하는 감탄을 절로 자아내게 했다.

 

a 장아찌 김밥(입하) 전시된 음식물은  시간이 지나면 건조해져서 윤기가 없어지며 맛없이 보인다. 그래서 실물은 가끔 물을 분무하거나 그것도 귀찮으면 파라핀으로 모형을 만든다. 전시중 돋보인 24절기 음식.

장아찌 김밥(입하) 전시된 음식물은 시간이 지나면 건조해져서 윤기가 없어지며 맛없이 보인다. 그래서 실물은 가끔 물을 분무하거나 그것도 귀찮으면 파라핀으로 모형을 만든다. 전시중 돋보인 24절기 음식. ⓒ 이덕은

▲ 장아찌 김밥(입하) 전시된 음식물은 시간이 지나면 건조해져서 윤기가 없어지며 맛없이 보인다. 그래서 실물은 가끔 물을 분무하거나 그것도 귀찮으면 파라핀으로 모형을 만든다. 전시중 돋보인 24절기 음식. ⓒ 이덕은

 

온 시내를 헤집고 다니는 버스를 타고 전주 웬만한 거리를 다 거친 후 다시 한옥마을 입구에 다다른다. 화산체육관에 전시 나온 비빔밥집 부스에서 1인분도 해준다고 듣긴 했지만 왠지 그렇게 하긴 싫고 점심특선으로 생태탕을 써놓은 가정집 같은 음식점으로 들어선다.

 

실내는 손님으로 꽉 차있고 혼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느냐 묻는 나에게 죄송하다 한다.
원점 남부시장으로 다시 간다. 입구 콩나물국밥집에 동태내장탕이 그럴듯한 그림과 함께 걸려있다. 주방 위쪽에는 콩나물 효능과 동태는 강원도에서 직송해온다 적혀 있다. 동태를 직송해오거나 우회해 오거나 그게그거 아닌가 속으로 생각한다.

 

a 동태내장탕 의례 동태내장탕하면 칼칼하고도 담백한 국물일 줄 알았지만, 부대찌개를 연상시키는 얼큰하고 걸쭉한 동태매운탕. 간단히 허기만 채우려다 한그릇을 다 비운다. 남부시장 옆골목 전주1번가.

동태내장탕 의례 동태내장탕하면 칼칼하고도 담백한 국물일 줄 알았지만, 부대찌개를 연상시키는 얼큰하고 걸쭉한 동태매운탕. 간단히 허기만 채우려다 한그릇을 다 비운다. 남부시장 옆골목 전주1번가. ⓒ 이덕은

▲ 동태내장탕 의례 동태내장탕하면 칼칼하고도 담백한 국물일 줄 알았지만, 부대찌개를 연상시키는 얼큰하고 걸쭉한 동태매운탕. 간단히 허기만 채우려다 한그릇을 다 비운다. 남부시장 옆골목 전주1번가. ⓒ 이덕은

 

반찬가짓수는 적으나 꽤 정갈하다. 이윽고 나오는 펄펄 끓는 뚝배기. 명태를 별로 좋아 하지는 않지만 한숟갈 국물을 뜨니 칼칼하고 담백하길 기대한 국물과는 영판 다르다. 일하는 아줌마는 아니라지만 들깨 간것에 고춧가루 양념과 그외 치즈(?)와 같은 것으로 맛을 낸듯 국물은 약간 꺼륵하면서도 달싸하고 매콤하다. 내장은 그런대로 괜찮고 살점은 역시 동태라 약간 퍽퍽하다. 부대고기를 연상시키기는 하지만 독특한 국물의 동태내장탕을 비우고 나니 피순대에 '쐬주' 한잔 걸치고 서울로 올라가려던 계획에 차질이 온다

 

a 피순대 결국 배를 꺼치느라 시장을 한바퀴 빙돌고 '전주순대'라는 집에 든다. 눌린머리고기 작은 것 한접시 주는데 순대랑 섞어 달라 하니 머리고기는 찬 음식이고 순대는 더운 음식인데 어떻게 한 그릇 속에 들어 가냐고 따로 내온다.

피순대 결국 배를 꺼치느라 시장을 한바퀴 빙돌고 '전주순대'라는 집에 든다. 눌린머리고기 작은 것 한접시 주는데 순대랑 섞어 달라 하니 머리고기는 찬 음식이고 순대는 더운 음식인데 어떻게 한 그릇 속에 들어 가냐고 따로 내온다. ⓒ 이덕은

▲ 피순대 결국 배를 꺼치느라 시장을 한바퀴 빙돌고 '전주순대'라는 집에 든다. 눌린머리고기 작은 것 한접시 주는데 순대랑 섞어 달라 하니 머리고기는 찬 음식이고 순대는 더운 음식인데 어떻게 한 그릇 속에 들어 가냐고 따로 내온다. ⓒ 이덕은

 

아직 버스를 타려면 2시간 정도 남았다. 남부시장을 한바퀴 더 돌아보고 기어코 피순대집으로 들어간다. 전주 피순대는 어떤 맛일까? 사실 이곳저곳 순대국에 들어간 피순대를 맛보았지만 제대로 된 피순대의 맛을 모른다. 버스를 타고나면 또 언제 전주에 올 수 있을까나?


아줌마에게 눌린 머리고기와 피순대를 섞어 작은 접시로 하나 달라 청하니, 머리고기는 찬 음식이고 순대는 더운 음식인데 어떻게 한접시에 담냐고 구시렁대면서 따로 따로 담아 내온다. 우선 오돌뼈가 들어간 눌린 머리고기 한점과 소주로 준비운동을 한 후 피순대를 한점 든다.

 

a 시금자(검은깨)묵 아줌마가 점심반찬겸으로 한그릇 무쳐드시길래 혼자만 잡숫지 말고 나도 좀 달랬더니 이렇게 준다. 덕분에 쐬주 한잔 걸치고 단풍놀이로 막히는 고속도로를 한잠 푹 자며 올라올 수 있었다.

시금자(검은깨)묵 아줌마가 점심반찬겸으로 한그릇 무쳐드시길래 혼자만 잡숫지 말고 나도 좀 달랬더니 이렇게 준다. 덕분에 쐬주 한잔 걸치고 단풍놀이로 막히는 고속도로를 한잠 푹 자며 올라올 수 있었다. ⓒ 이덕은

▲ 시금자(검은깨)묵 아줌마가 점심반찬겸으로 한그릇 무쳐드시길래 혼자만 잡숫지 말고 나도 좀 달랬더니 이렇게 준다. 덕분에 쐬주 한잔 걸치고 단풍놀이로 막히는 고속도로를 한잠 푹 자며 올라올 수 있었다. ⓒ 이덕은


일반적으로 선지에 열을 가하면 단단해지거나 보드랍더라도 별맛이 느껴지지 않는데, 피순대는 보드라우면서도 혀로 누르면 속이 비지처럼 입안에 퍼지는 느낌이 나고 구수하면서도 텁텁하다. 다시 소주를 털어넣어 입안을 세척한 후 한 점 더 넣는다. 역시 순대는 머리고기와 같이 먹어야 궁합이 맞는다. 아줌마가 점심으로 혼자 먹는 시금자(검은 깨)묵을 몇점 얻어 먹으니 입안이 개운해진다.

 

더 많은 사진보기 http://yonseidc.com/2007/chunju_01.html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닥다리즈 포토갤러리(http://yonnseidc.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주맛잔치 #남부시장 #시장통맛잔치 #쭉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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