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개산속, 절집에서 키우는 목줄도 묶여있지 않는 개를 만났어요. 틀림없이 사람 다니는 길인데, 이 놈(?)과 마주 서서 얼마나 떨었는지 모른답니다. 개 때문에 시달린 생각을 하면 지금도 화가 나요. 더구나 절집엔 틀림없이 사람소리도 들렸는데….
손현희
"아니, 이 사람들은 우리가 개한테 당하는 걸 즐기는 거야 뭐야!"아무리 산 속이라도 사람이 다니는 길이 있고, 또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면 개를 치우든지 묶든지 해야 합니다. 자기는 기르는 사람이니 개가 물 리가 없겠지요.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은 어디 그런가요. 커다란 개가 발 앞에서 이빨을 드러내고 짖고 있으면 어찌 겁이 안 나겠습니까?
더구나 여긴 절집이니 찾아오는 사람도 있을 터인데, 또 우리는 그 길로 다만, 지나갈 뿐인데 한낱 개 때문에 이렇게 애를 먹어야 하는지…. 이보다도 더 괘씸한 건 절집 안에 있으면서도 내다보지도 않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머리끝까지 화가 나고 짜증이 치솟아 오르는데 못 견디겠더군요.
하는 수 없이 자전거를 앞세워 끌면서 개 앞을 지나갔어요. 허연 이빨을 드러내고 더욱 사납게 짖어대는 소리를 듣고 보면서 뒷걸음으로 산에 올라갔어요. 제 앞을 지나가자마자 또다시 다가오는 녀석을 얼마만큼 거리를 두고 뒷걸음질을 쳐야 했어요. 산모퉁이 하나를 다 돌아갈 때까지 슬금슬금 다가오면서 짖는데, 참말로 두렵고 화가 나서 미치겠더군요. 뒤돌아서서 가면 와서 다리라도 냅다 물 것 같아서 정말 무서웠어요.
모퉁이를 돌아 나와서는 자전거를 타고 얼마나 빨리 내뺐는지 몰라요.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가까스로 마음을 놓았는데, 돌이켜 생각하니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한낱 짐승인 개한테 당한 걸 생각하니 더욱 화가 나고 개와 그 절집임자가 괘씸스럽기 짝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