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단일화 결렬이면 대선은 게임 끝

[유창선 칼럼] 범여권, 예정된 패배의 길로 가려나

등록 2007.11.20 09:44수정 2007.11.2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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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각 당 대표와 대선후보가 1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합당과 후보단일화 논의를 하기 위해 4인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민주당 박상천 대표, 이인제 후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오충일 대표.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각 당 대표와 대선후보가 1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합당과 후보단일화 논의를 하기 위해 4인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민주당 박상천 대표, 이인제 후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오충일 대표. ⓒ 남소연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각 당 대표와 대선후보가 1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합당과 후보단일화 논의를 하기 위해 4인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민주당 박상천 대표, 이인제 후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오충일 대표. ⓒ 남소연

 

범여권세력은 결국 공멸의 길로 가는가.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통합협상이 일단 결렬되었다. 두 당은 지분과 전당대회 개최시기 문제를 갖고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지분문제에 대한 입장차이로 협상은 깨지고 말았다.

 

신당은 민주당에 협상 결렬을 통보했다. 민주당은 오늘 '통합합의 파기 규탄대회'를 개최하기로 했고, 이인제 후보는 독자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두 당 사이의 통합과 후보단일화 합의는 없었던 일이 되고, 통합무산에 따른 책임공방으로 범여권 내부의 분열상만 부각되게 되었다.

 

협상결렬, 무모한 치킨게임

 

물론 막판 대타협의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 이대로 대선을 치르면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두 당은 아직 협상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합당을 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 없고, 합당없는 후보단일화에 대해서는 이인제 후보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내일(21일)까지 합당에 따른 법적 절차를 밟지않으면 두 당 사이의 통합은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이렇게 범여권의 후보단일화 작업은 무모한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민들에게 통 큰 결단의 모습으로 다가가야 할 후보단일화 논의가 왜 이렇게 지분다툼으로 비쳐지게 되었을까.

 

일차적으로 신당측의 책임이 크다. 정동영 후보는 조급한 나머지 당내 조율조차 거치지 않은 채 민주당측의 무리한 요구를 덜컥 받아들였다. 통합협상의 결렬은 대선을 앞둔 정 후보에게는 커다란 상처로 자리하게 되었다. 정치적 판단과 정치력에서의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후보단일화를 후보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며, 강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신당 내부의 모습도 문제이다. 이미 많은 의원들이 대선은 사실상 포기하고 내년 총선으로 관심이 가있는 광경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또한 지분문제에 관해 과도한 욕심을 부려 협상타결을 어렵게 만들었다. '140대 8'의 비율이 '50대 50'으로 바뀌는 것은 누가 보아도 지나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지분문제를 둘러싼 다툼이 모두를 추하게 만들다면, 차라리 통합은 대선 이후로 미루고 우선 정책연합을 통한 후보단일화만 하는 결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또한 범여권 분열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문 후보는 진보개혁세력의 대선 참패가 가져올 재앙적 결과에 대한 고려없이, 자기중심적인 시야에 갇혀 독자행보를 고집하고 있다.

 

범여권의 후보단일화 실패는 이번 대선에서 진보개혁세력의 궤멸을 낳을 것이고, 대선 이후 보수양당체제의 등장을 가져올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그렇게 되면 당분간 우리 정치에서는 보수와 진보개혁 사이의 균형이 무너지고, 보수 독식의 정치시대가 전개될 것이다. 그런 마당에 정동영과 문국현의 '가치의 차이'를 따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를 문 후보는 직시할 필요가 있다.

 

후보단일화 실패하면 이번 대선은 끝나

 

범여권의 각 세력이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라 치자. 그러나 자기들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할 수 있는 문제까지도 이렇게 방기하고 있는 모습은 납득하기 어렵다.

 

범여권세력이 후보단일화에 실패하는 상황은 이번 대선이 사실상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BBK 의혹 수사결과에 따라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하락하는 경우가 있다해도, 후보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는 범여권세력이 역전극을 펼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설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상황이 있다 하더라도, 그 수혜자는 이회창 후보가 될 것이다. 보수진영에게는 이회창이라는 '스페어 후보'가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보수세력에 의한 정권교체에는 이상이 없다.

 

범여권 정치세력 누구도 이러한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공멸의 길을 택하고 있다. 이미 마음들이 이번 대선에서 떠나고 내년 총선으로 가있기 때문이다. 각자가 이미 알량한 기득권을 구축하고 있는 세력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그동안 그래도 자신들에게 애정을 갖고 지켜본 사람들에 대한 도리는 더더욱 아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패배하면 그래도 위로와 격려의 말은 들을 수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예정된 패배의 길을 가는 사람들은 그런 말을 들을 자격조차 없다.

 

세 후보의 마지막 결단을 촉구한다

 

범여권 세력분열의 참담한 대가는 이번 대선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대선이 끝나면 곧 바로 총선이 예정되어 있다. 이번 대선에서 무너진 범여권세력은 공황상태 속에서 내년 총선을 맞게될 가능성이 크다.

 

다같이 무너졌는데, 그때 어디 혼자서 살아날 수 있겠는가. 정동영, 이인제, 문국현이 뭐가 다르게 비쳐지고 뭐가 다를 수 있겠는가.

 

후보단일화를 한다고 이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지 말라. 승패를 따지기 이전에, 그것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기본적인 의지의 표현이다. 우리 정치에서 보수와 진보개혁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과정이다.

 

12월 대선과 내년 총선을 거치며 들어설 '2008년 체제'의 모습이 보수양당체제라는 퇴행적 귀결로 나타나지 않기 위해서는, 범여권 정치세력의 일대 각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마지막 남은 짧은 시간동안 세 정당과 후보들의 결단이 있기를 촉구한다.

2007.11.20 09:44ⓒ 2007 OhmyNews
#단일화 #후보단일화 #범여권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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