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오름 기슭 청미래넝쿨돌오름 기슭에서 만난 청미래넝쿨
김강임
신이 숨겨 놓은 기생화산, 분화구 식별 어려워
적당히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조화를 이룬 숲길은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길과 같았다, 그래서 더욱 걷는 재미가 쏠쏠했는지 모르겠다. 표고버섯 재배지를 지나 30분 후, 계곡에서 보이는 돌오름이 나타났다.
숲 속에 이런 오름이 있었다니. 신이 숨겨놓은 기생화산이 아니던가? 돌오름은 돔형 형상을 띠고 있었으나 도무지 몸체를 드러내 보이지 않았다.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산 1번지 돌오름. 표고 865m, 비고 71m의 나지막한 기생화산이지만 돌오름은 많은 비밀을 안고 있다. 화구가 없지만 원추형 오름은 남성을 상징하는 오름으로 꼭 산방산처럼 생겼다. 정상에 바위가 있어서 돌오름 즉 석(石)오름이라 부른다. 또한 신이 서 있는 모습 같아서 신선오름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다.
분화구능선을 따라 걸어보았다. 그리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아서인지 가시덤불과 구상나무, 삼나무, 청미래넝쿨의 빨간 열매가 인상적이었다. 분화구의 모습을 식별하기 어려웠다. 그 깊은 숲 속까지 들어온 묘지가 눈에 띄었고, 암굴을 볼 수 있었다. 이 깊은 산골까지 제주 역사의 아픈 흔적이 자리 잡고 있다니. 그래서 사람들은 돌오름을 마법의 성이라 불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