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수매현장, 얼어붙은 농심

추곡수매가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 농민이 설 자리는?

등록 2007.11.22 13:41수정 2007.11.2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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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올해 첫 추곡수매 올해 첫 추곡수매가 열린 충남 계룡시의 엄사농협창고. 등급을 메기고 있는 농산물 품질관리원 검사원과 이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농민의 모습이 대조적입니다.

올해 첫 추곡수매 올해 첫 추곡수매가 열린 충남 계룡시의 엄사농협창고. 등급을 메기고 있는 농산물 품질관리원 검사원과 이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농민의 모습이 대조적입니다. ⓒ 김동이

▲ 올해 첫 추곡수매 올해 첫 추곡수매가 열린 충남 계룡시의 엄사농협창고. 등급을 메기고 있는 농산물 품질관리원 검사원과 이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농민의 모습이 대조적입니다. ⓒ 김동이

“올해도 여전히 춥네요. 몸도 춥고 마음도 춥고...”

 

22일 오전 충남 계룡시의 엄사농협 창고. 농민들이 한 해 동안 땀 흘려 거두어들인 벼를 매입하는 추곡수매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자식처럼 정성껏 보살펴 온 벼를 수매하는 농민들의 얼굴은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올 처음으로 추곡수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이지만 요란 법석했던 예전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한숨소리만 더 커져갑니다.

 

a 등급 검사를 기다리고 있는 벼가마 아직 등급검사를 받지않은 벼가마가 가지런히 쌓여 있습니다. 올해 추곡수매가는 지난해와 같은 가격으로 동결되었습니다.

등급 검사를 기다리고 있는 벼가마 아직 등급검사를 받지않은 벼가마가 가지런히 쌓여 있습니다. 올해 추곡수매가는 지난해와 같은 가격으로 동결되었습니다. ⓒ 김동이

▲ 등급 검사를 기다리고 있는 벼가마 아직 등급검사를 받지않은 벼가마가 가지런히 쌓여 있습니다. 올해 추곡수매가는 지난해와 같은 가격으로 동결되었습니다. ⓒ 김동이

올해는 비록 지난해와 같은 가격(벼 40Kg 기준 특등품 5만50원, 1등품 4만8450원, 2등품 4만6300원, 3등품 4만1210원)으로 추곡수매가가 결정되어 그나마 마음의 안정을 찾았지만, 앞으로는 정부가 추곡수매가를 내리겠다고 방침을 정해 가뜩이나 얼어붙은 농심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습니다.

 

추곡수매가도 내리고 예전의 정겨운 모습도 찾아볼 수 없어

 

‘추곡수매’ 하면 떠오르는 정겨운 모습들이 있습니다.


추곡수매가 이루어지는 날이 되면 추곡수매 현장은 먼저 수매를 끝낸 어르신들이 한 데 모여 막걸리와 돼지고기, 김치를 깔아놓고 술판이 한판 벌어지곤 했었는데 이런 모습 또한 요즘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농민들은 수매를 끝마치면 곧장 각자 뿔뿔이 흩어져 수매한 돈으로 기분 좋게 정을 나누던 예전의 정겨웠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또한, 지금은 트럭이나 경운기 등을 이용해 나락짝(‘벼가마’의 충청도 사투리)을 옮기고 있지만 예전에는 리어카나 마차를 이용해서 옮기는 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추곡수매현장에는 항상 쇠똥이 깔려 있었고, 그 구수한(?) 냄새가 진동을 했던 기억도 납니다.

 

a 공공비축창고로 들어가기 전 등급검사를 마친 벼가마들. 앞으로 정부가 수매가를 인하한다고 밝혀 농민들의 마음은 꽁꽁 얼어붙고 있습니다. 농심을 녹여줄 정부의 따뜻한 정책을 기대합니다.

공공비축창고로 들어가기 전 등급검사를 마친 벼가마들. 앞으로 정부가 수매가를 인하한다고 밝혀 농민들의 마음은 꽁꽁 얼어붙고 있습니다. 농심을 녹여줄 정부의 따뜻한 정책을 기대합니다. ⓒ 김동이

▲ 공공비축창고로 들어가기 전 등급검사를 마친 벼가마들. 앞으로 정부가 수매가를 인하한다고 밝혀 농민들의 마음은 꽁꽁 얼어붙고 있습니다. 농심을 녹여줄 정부의 따뜻한 정책을 기대합니다. ⓒ 김동이

특히, 더 많은 돈을 만져보기 위해 수매량을 늘리기도 했는데요. 예전에는 만약 자신에게 30가마의 수매량이 배당되었다면 수매량을 더 늘리기 위해서 배당된 양을 채우지 못하는 이웃집에 찾아가 배당량을 더 받아와서 더 많이 수매하려고 안간힘을 썼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배당된 수량도 채우지 못하고 수매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 이유를 농민들에게 물어보니 이유인 즉 수익량이 적어서 그런게 아니라 요즘 하도 소비자들이 무농약, 유기농산물을 선호하다보니까 벼농사 또한 무농약으로 지어서 정부에서 실시하는 추곡수매로 매입되기에는 아깝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이로 인해 추곡수매 이외에 판로만 확보된다면 추곡수매를 하지 않고 그 판로를 통해 조금이라도 비싼 가격에 수매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게 대부분 농민들의 의견이었습니다.

 

추곡수매가 내리는 것은 농민도, 국민도 죽이는 꼴

 

a 시장이 농심을 헤아리려나? 최홍묵 계룡시장이 추곡수매가 열린 엄사농협창고를 찾아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과연 애타는 농심을 알고 있을까요?

시장이 농심을 헤아리려나? 최홍묵 계룡시장이 추곡수매가 열린 엄사농협창고를 찾아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과연 애타는 농심을 알고 있을까요? ⓒ 김동이

▲ 시장이 농심을 헤아리려나? 최홍묵 계룡시장이 추곡수매가 열린 엄사농협창고를 찾아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과연 애타는 농심을 알고 있을까요? ⓒ 김동이

상황이 이렇다보니 앞으로 정부에서 수매가를 내린다고 하면 농민들은 오히려 추곡수매에 응하지 않을 것이고, 또 다른 판로를 개척해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하려 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이렇게 되면 쌀을 사먹는 소비자들만 비싼 가격에 쌀을 구입할 것이므로 결국에는 우리 국민들만 피해를 입게 되는 꼴이 되는 것입니다.

 

농민도 살고 국민도 살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농심을 자극하는 정책은 삼가야 할 것이며, 점차 줄어들고 있는 농촌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추곡수매가는 인상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봅니다.

 

영하로 기온이 뚝 떨어진 가운데 올 처음으로 시작된 추곡수매! 날씨만큼 꽁꽁 얼어붙은 농심을 녹여주기 위한 정부의 따뜻한 정책이 시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과연 우리 농민들이 설 자리는 어디일까요?

2007.11.22 13:41ⓒ 2007 OhmyNews
#추곡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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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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