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삼성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대통령

삼성공화국을 민주공화국으로 거듭 태어나게 할 때가 되었다

등록 2007.11.23 13:05수정 2007.11.23 13:05
0
원고료로 응원

김용철 변호사와 이용철 전 청와대 비서관의 폭로가 이어지며 또 다시 삼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폭로의 내용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은 지금 매우 충격적인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국민의 주권이 삼성의 금권 앞에 무력화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주권을 지키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1. 삼성에 대한 끝없는 추문

 

삼성은 이미 대한민국의 기업집단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의 집합체이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들의 사업영역은 이미 세계화되었고, 규모도 세계적이다. 사실 여러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체의 정보력이나 분석능력이 이미 대한민국 정부를 능가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대단한 삼성이 지속적으로 한국사회에 추문을 뿌리고 있다. 사카린 밀수사건, 2세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법제도의 빈틈을 비집고 거의 세금을 내지 않은 채 증여 및 상속을 마친 사건, 대선 때마다 거액의 비자금을 제공하여 무리를 일으킨 사건들, 언론에 대한 영향력의 행사로 불리한 보도를 막은 사건들, 3세경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기상천외한 수법들, X파일 사건에서 보여준 불법로비의 수법들, 수 많은 법조인들에게 거액연봉을 주고 데려다 쓴 일들, 검찰에 대한 로비의혹, 청와대에 대한 로비의혹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건의 주역이었다.

 

문제가 노출돼서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때는 고개를 숙여서 사과하고 거액의 사회공헌을 약속하면서 무마해왔다. 사업자체로도 무리를 일으킨 일이 있다. 안되는 사업이었던 삼성자동차에 투자하였다가 거대한 규모의 부실을 유발하였다. 삼성자동차를 매각하면서 삼성이 약속한 사재출연등의 문제도 거의 이행된 것이 없다. 법적으로 피할 수 없는 최소한의 것만 겨우 이행한 정도이다.

 

우리사회의 모든 영역을 삼성이 관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이다. 청와대가 그렇다면 각 부처의 장차관들은 관련이 없을까? 검찰이 그렇다면 사법부는 그렇지 않을까?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광고주인 삼성인데 언론들은 과연 삼성에 대하여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을까? 점점 범위를 넓혀가는 상상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2. 아직 현안으로 남아있는 삼성의 문제들

 

지금 국회에서 특검법이 논의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해결이 난망한 일들이 많다. 과연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였는가? 어떤 수법으로 조성되었는가? 어디에 사용됐는가? 검찰총장 내정자와 대검 중수부장은 삼성이 관리하던 검사인가? 청와대의 어떤 인사들에게 얼마나 뇌물을 주었는가? 정부관료들에게는 또 얼마나 손을 댔는가? 모두가 철저히 조사를 해서 밝혀야 할 일이다.

 

검찰과 정부관료들의 문제도 있다면 철저히 정리하고 넘어갈 일이지만 특히 주목할 것은 청와대이다. 청와대의 참모들이 삼성의 연구보고서를 베껴서 사용했다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과거의 정부들도 삼성의 정보력과 분석력에 의존하여 정책에 참고한 일은 종종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책을 수립하는 데 삼성의 로비를 받고 삼성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하였는가 하는 점이다.

 

청와대는 국정의 중심이다. 국민의 주권이 가장 농축적으로 위임된 기구가 바로 대통령이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의 참모들이기 때문이다. 이 곳에 특정재벌을 옹호하는 세력이 일방적으로 득세한 일이 있다면 국민의 주권이 침해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생긴다. 바로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의 요체는 청와대에 대한 영향력의 유무로 대변될 수 있다.

 

편법상속의 문제는 이미 재판이 진행중이다. 문제는 삼성측이 제시한 증거들이 조작되거나 왜곡된 것인지이다. 조작된 증거로 인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인지를 반드시 밝혀서 올바른 판결이 나올 수 있도록 처결해야 할 것이다. 만일 증거조작이 있었다면 판결을 달리하는 데 그칠 일이 아니다. 새로운 형사범죄가 드러나는 것이다. 이 또한 단죄하지 않을 수 없다.

 

3. 대통령의 태도

 

삼성에 대한 민감한 문제들이 돌출되면 대통령이 납득하기 어려운 반응이 나온다. 대통령은 국가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무리 높더라도 국법질서를 수호할 의무가 있다. 삼성의 편을 들어서는 안된다. 설혹 대통령의 참모들이 삼성에 철저히 볼모된 상태라 하더라도 그들을 모두 쳐내는 것이 옳은 일이다. 기업은 법질서 안에서만 영리활동에 열중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지난 번 이상호 기자의 X파일 사건 때부터 대통령의 발언은 이상했다. 삼성이 불법자금으로 로비를 모의하는 현장을 국정원이 불법으로 녹취하였다. 그런데 대통령은 삼성의 불법로비 보다는 국가기관의 불법도청이 본질이라고 하였다. 사실 국가기관에 의해 저질러지는 불법이 본질인 것은 맞다. 그러나 재벌의 불법행위도 증거가 드러난 이상 사건의 본질이다. 오히려 더욱 중요한 본질일 수 있다. 도청이 본질이라는 발언은 삼성의 불법행위는 문제가 안된다는 주장으로 보여질 소지가 충분한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대통령의 반응은 의외다. 직접 불법행위에 가담했던 김용철 변호사가 형사처벌을 감수하고 폭로에 나섰다. 그런데 폭로내용에서 로비의 대상이었다는 검찰총장 내정자를 그냥 밀고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아직 명확히 증거가 나와서 내정자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을 확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검찰은 우리사회의 법적 안정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다. 검찰총장이 삼성에 의해서 관리된 인물이라면 사실상 삼성에 대하여 객관성을 가지고 수사에 임하기는 어렵다.

 

특검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논의하는 것부터 문제가 있다. 수사의 범위와 기간 등은 사건의 본질에 따라서 국회와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으며, 검찰의 기능에 대한 염려도 이해한다. 그러나 이미 삼성의 로비가 청와대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는 의혹 속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것은 마치 참모들의 비리를 감추고 싶어서 취하는 태도처럼 보여질 우려가 높기 때문에 논의조차 하기에 부담되는 일이다. 국회가 통과시킨다면 공포를 하는 것이 옳다.

 

사실 정권이 출범할 때 희망을 걸었던 것은 청와대에 이정우나 정태인 같은 사람이 포함된 점이었다. 그들의 진보적 관점이 청와대의 우편향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런데 일종의 파워게임이 있었고, 그들이 밀려났다는 주장도 나온다. 삼성과 유착된 참모들만 남았다는 주장까지 떠돌고 있다. 매우 걱정이다.

 

진대제의 정통부 장관기용은 크게 문제가 없었다고 본다. 다만 그가 자신의 친정인 삼성의 편에서 정책을 펼친 것이 있었는지 의구심이 좀 생겨날 뿐이다. 그러나 처음에 고건씨를 총리로 임명하였다. 차후의 일이지만 이헌재씨를 경제부총리로 임명하였다. 매우 실패한 인사의 전형이다. 결정적으로 정권의 보수색채를 강화한 인물들이 아닌가? 여기에 삼성의 영향력 행사가 있었다면 끔찍한 일이다.

 

무능력한 정치인들을 경력쌓기용 장관으로 기용한 사례보다 더 심각한 것이 재벌의 권유나 추천이 있었는지의 문제이다. 대통령 본인의 발언처럼 권력이 이미 시장으로 넘어간 마당에 그나마 시장에 대한 견제기능을 할 수 있는 정부의 인사조차 시장의 지배자가 간여해선 국민의 주권은 무력화되는 것이다.

 

4. 어떻게 할 것인가?

 

또 다시 사회적인 이슈가 된 삼성이다. 이번에는 대강 넘어갈 수 없다. 반드시 깨끗한 정리가 필요하다. 이미 정권의 임기도 다 되어간다. 삼성이 이렇게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국민의 주권까지 침해하는 상황은 종결시켜야 한다.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이다.

 

각 정당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면 지금 논의되는 특검법도 누더기가 될지 모른다. 그러나 안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범위가 좀 포괄적이고 넓어도 큰 문제는 아니다. 이미 검찰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마당에 검찰이 수사를 그리 잘할 것으로 기대하는 국민은 없다. 특별 수사팀을 꾸린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이미 의혹의 대상일 뿐이다. 특검의 활약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한다.

 

특검도 역시 적절한 감시가 필요할 것이다. 온 국민이 관심을 기울이고 감시해야 그나마 사건의 실체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다. 삼성의 로비능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은 이미 어렴풋이 알려진 일이다. 특검도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격려가 없이는 삼성을 수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될 것이다. 특검의 활약에 박수로 격려하는 국민이 많아질수록 삼성에게 포위된 국민의 주권이 회복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모두 국민의 것이어야한다.

 

공수처의 신설을 특검의 전제로 할 것이 아니라 별도로 떼서 얼마든지 논의가 가능하다. 이미 검찰은 신뢰를 받기 어려운 처지이다. 특검과 별도의 논의속에 공수처가 만들어질 토양도 갖춰진 셈이다. 정치인들의 야합으로 무산된다면 그 역시 국민의 질타가 있어야한다. 순서상 특검을 먼저 실시하고 후에 공수처나 고비처를 만들어도 얼마든지 일의 진행이 가능하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당연히 법적으로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대통령의 권한 자체가 바로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것이다. 주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거부권이 남용되어서는 안된다. 부디 거부권 행사없이 특검의 수사가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다. 건전하고 능력있는 좋은 기업으로 삼성이 다시 태어나는 일은 삼성이 기술개발과 혁신경영에 매진하는 데에서 시작될 것이다. 대통령이 그 것을 지금 도와주는 것이 삼성을 위하고 대한민국을 위하는 길이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7.11.23 13:05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삼성특검법 #삼성 #대통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봉 천만원 올려도 일할 사람이 없어요", 산단의 그림자
  2. 2 은퇴 후 돈 걱정 없는 사람, 고작 이 정도입니다
  3. 3 '라면 한 봉지 10원'... 익산이 발칵 뒤집어졌다
  4. 4 구강성교 처벌하던 나라의 대반전
  5. 5 기아타이거즈는 북한군? KBS 유튜브 영상에 '발칵'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