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기회 노렸으나, 통합 무산으로 '오리무중'

[이인제 출사표] '서민.중산층이 잘사는 새나라'

등록 2007.11.26 17:02수정 2007.11.2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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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로 예정된 17대 대선은 유례없는 다자구도 속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후보등록 마감일인 26일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 3% 이상을 기준으로 하면, 현재의 판세는 1강(이명박) 2중(이회창-정동영) 2약(문국현-권영길) 구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당에 여론조사를 처음 도입한 '비례대표 4선'의 김종인 의원(민주당)은 "(후보 등록한) 지금 사실상 똑같이 출발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실제로 1위 주자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 의혹 등 아직도 '외생변수'가 산재해 있다.

이제 남은 기간은 23일. 후보들에게는 피를 말리는 긴 시간이지만 국민들이 심사숙고하기에는 짧은, 이 기간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갈린다. 대통령을 꿈꾸는 주자 6인(의석수 5석 이상 혹은 지지율 5% 이상)의 출사표를 들어보았다(6인의 게재 순서는 기호순). <편집자주>
a  이인제 민주당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노동자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이인제 민주당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노동자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이인제 민주당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노동자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민주당 이인제(59) 후보의 대표 메시지는 ‘서민․중산층이 잘사는 새나라’와 ‘중산층 강국’으로 요약된다.

 

이 후보에게 이번 대선은 10년만의 세 번째 도전이다. 97년에는 ‘경선불복’이라는 오명을 무릅쓰고 국민신당 후보로 나서 끝까지 완주해 500여만표를 획득하는 저력을 과시했지만 2002년에는 민주당 당내 경선 도중에 중도하차했다. 이 후보 개인에게도 지난 10년은 풍찬노숙과 와신상담의 세월이었다.

 

이 후보가 25일 대선후보 등록후 밝힌 출사표의 제목부터가 ‘빼앗긴 민주당정권, 이인제가 되찾겠습니다’였다. 그만큼 한이 서려 있는 제목이다. 2003년 분당의 한에다가 2007년 11월 통합 무산의 한이 겹쳐 있다. “빼앗긴 민주당 정권을 되찾기 위해 지구를 몇 바퀴라도 돌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10년은 희망(김대중 정부)과 절망(노무현 정부)이 교차한 세월"

 

이 후보는 이어 “저는 오늘 민주당이야말로 이 땅의 진정한 야당임을 선언한다”면서 선명 야당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은 지방자치를 싹쓸이 한 배부른 정당으로 고난의 세월을 견뎌온 민주당에 비하면 야당이라 할 것도 없다”고 말해 차별성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차별성은 지난 10년에 대한 평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민주당과 이 후보에게 ‘지난 10년은 희망과 절망이 교차한 세월’이었다. 국민에게 전반 5년은 IMF을 극복하고 정보화로 앞서나간 시기였던 반면에 나머지 5년은 고통과 절망으로 추락한 세월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후보는 ‘잃어버린 10년’을 주창하는 한나라당과는 달리 ‘국정파탄 5년’을 내세운다.

 

이 후보는 여론조사 지지율 1, 2, 3위를 달리는 한나라당 이명박, 무소속 이회창,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겨냥해 “부패세력과 국정파탄세력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며 싸잡아 비판했다. “이명박 후보는 치사하고 파렴치한 각종 비리의 복마전이고 이회창 후보는 천문학적 차떼기 부패의 주범”이기 때문에 “둘 다 대통령이 되어서는 아니 되는 불가(不可)후보”라는 것이다.

 

통합 및 후보단일화가 무산된 정동영 후보에 대해서는 “국정실패에 대한 진솔한 사과는 고사하고 이를 계승하겠다고 외치는 오만한 후보”라면서 “결코 대통령이 될 수 없는 불능(不能)후보”라는 저주를 쏟아부었다.
 
이 후보가 출사표에서 내세운 공약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 경제성장률의 7% 이상 달성 등을 포함한 ‘10대 민생공약’이다. 그는 “국정파탄 5년을 청산하고, 서민과 중산층에게 희망을 주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10대 민생공약’으로 이 ‘불가후보’, ‘불능후보’를 깨끗이 물리치고 반드시 중도개혁정권을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신당과의 통합으로 '경선불복' 꼬리표 떼는 듯했으나

 

39세에 처음 정계 입문해 4선 의원과 노동부장관, 경기지사 등 정치행정을 두루 경험한 이 후보는 장점이 많은 정치인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그에게는 늘 ‘경선 불복’이라는 낙인과 ‘철새정치인’이라는 불명예스런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절치부심한 그는 올해 민주당 경선에서 조순형 후보를 물리치고 대선후보 티켓을 거머쥠으로써 불명예의 꼬리표를 떼고 재기의 기회를 얻는 듯했다. 이때만 해도 이명박 후보를 제외하고 올해 정치인 중에서 가장 ‘행운아’라는 얘기도 나왔다. 특히 신당과의 통합 및 후보단일화에 합의했을 때는 ‘최대의 수혜주’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러나 ‘길에서 주운 행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 후보는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뒤 “그동안 차가운 얼음 속에 갇혀 있었으나 얼음만 녹으면 지지율이 폭발할 것”이라며 의욕적인 대선행보에 나서 신당과의 통합 및 후보단일화도 추진했으나, 통합이 무산된 지금 여전히 지지율 1~2%의 차가운 민심 속에 갇혀 있다.

2007.11.26 17:02ⓒ 2007 OhmyNews
#이인제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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