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를 찾아주세요>연변가무단의 특별소품 공연 중
최종명
또 하나의 소품은 <오줌싸개>. 옌볜 사회에서 꽤 유명한 국가1급 배우인 리옥희와 김미화(국가3급)가 출연하며 극본 김정권(국가1급 작가), 연출 최인호(국가1급 연출)이다. 설날이 다가오는데 고향인 농촌에서 늙은 어머니는 도시에서 사업하는 큰 아들네 식구가 오기를 기다린다. 아이큐가 차(差 낮다)한 딸 역시 오빠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전화를 건 아들이 이 핑계 저 핑계로 오지 못한다고 하자 크게 어머니는 상심한다. 그래도 효성스러운 딸로부터 마음의 괴로움을 달랜다는 내용이다.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감동적인 연기와 함께 '못 생긴 나무 산을 지키고 있구나'라는 멘트가 가슴을 찌른다. 현장에서 볼 때는 평범한 스토리의 소품이구나 생각했는데, 지금 보고 또 보니 아주 섬세하고 진한 디테일이 느껴진다. 잔잔하게 감동을 샘솟게 하는 힘이 느껴진다. 두 번 세 번, 맛 볼 때마다 더 깊어지는 장국 같다. 잘 생기고 큰 거목은 다 장작이 되었겠지만 '못 생긴 나무 산'이야말로 꿋꿋하게 큰 산의 생명 줄이 되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우리 포럼 일행을 위해 일부러 열정적인 무대를 꾸며주니 정말 고맙다. 세련된 무대는 아니지만 소박하고 진솔한 연기, 감칠 맛 나는 대사가 오히려 푸근해지는 듯하다. 대화가 통하고 인정이 교류하며 말하지 않아도 동포였다.
6월 2일 새벽 5시. 우리는 백두산을 오르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백두산 박사님'으로 통하는 연변과기대 최창흡 교수님께서 발굴하신 백두산 가는 길은 기존 관광객들이 안도현과 이도백하를 거쳐 가는 코스 대신에 용정, 화룡, 남평, 숭선, 광평을 거쳐 가는 코스이다. 두만강 바로 옆 비포장 군사도로를 따라가는 길이다.
시간은 6시간 이상 걸리지만 바로 코 앞에서 북한 땅을 볼 수 있으며 백두산 옆 발원지에서 시작한 두만강 줄기를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셈이니 그 감회가 새롭다 하겠다. 점점 좁아지는 물줄기를 따라 적막한 도로이지만 우리 일행은 교수님들의 백두산과 북한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