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화면 캡쳐
배영경
엿보고 싶은 욕구와 감추고 싶은 욕구하지만 사생활 공개를 통해 정체성을 드러내는 이런 미니홈피 성격 때문에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4월에 발생한 모 아나운서 사진 유출 사건은 아나운서로서의 명예에 치명적 상처를 남겼고 다른 아나운서의 경우 결혼식을 앞둔 시점에 전 연인과의 사진들이 유출되어 곤란을 겪기도 했다.
이 모두가 사생활 공개라는 미니홈피 성격과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고 싶어하는 대중들의 욕구가 빚어낸 사건들이다. 이렇듯 미니홈피에 대한 엿보기 피해 사례가 늘어나면서 싸이월드 측에서는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한 여러 가지 기능들을 추가시켰다. 방명록 비밀기능이나 그루핑 기능 등을 통해 미니홈피 개인자료 공개 수위를 세분화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능들을 반드시 바람직한 조치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2001년 설립 당시부터 싸이월드가 기초하고 있었던 가장 핵심적인 슬로건은 '사이좋은 나라' 였다. 그만큼 회원간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관계형성과 친목도모에 그 가치를 두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싸이월드는 홈페이지를 통해 봉사활동이 필요한 곳을 광고하여 봉사단을 모집하거나, 사회공헌단체들이 올리는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한 실명 온라인 서명을 벌이거나, 싸이월드 안에서 통용되는 사이버머니인 도토리 수입의 일부를 기부활동에 사용하는 등 커뮤니티와 휴머니즘에 기초를 둔 여러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싸이월드의 핵심 서비스인 '미니홈피'에서는 회사가 추구하는 커뮤니티나 휴머니즘의 정신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사진과 자료의 세분화된 비공개 기능이나, 타인에 대한 방명록 차단 등은 회원의 사생활을 지켜주기에는 충분하지만, 함께 소통하고 편안하게 관계를 맺자는 회사의 애초의 지향점과는 어긋난다.
미국의 싸이월드, 페이스 북 (facebook)한국에서 싸이월드 열풍이 부는 것처럼, 미국에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페이스북'이 바로 그것이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와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에 가입하게 되면 자신의 이름으로 된 개인 홈페이지를 갖게 되고, 싸이월드 '일촌맺기'처럼 'add' 기능을 통한 관계 맺기가 가능하다.
일단 '페이스북'에서 관계를 맺게 되면, 서로의 홈페이지에 있는 자료들을 감상할 수 있다. 자료의 종류로는 동영상, 사진, 글, 방명록(wall) 등 싸이월드의 그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싸이월드는 관계형성이라는 측면에서 결정적인 차이점을 보인다. 페이스북의 경우, 대부분의 기능들이 회원간의 관계형성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다.
싸이월드 방명록 기능과 유사한 'wall'은 개방되어 있어 누구든지 친구의 페이스북에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파티나 모임이 있는 경우, 행사의 주최자가 초대 (Invitation) 기능을 통해 친구들을 불러 모을 수도 있으며, 사진첩에는 태그(Tag) 기능이 있어 같은 사진을 다른 친구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