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자태실(국가지정 사적 444호)세종대왕의 왕자 태실이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에 있답니다.
손현희
"세종대왕…. 뭐라고?"
"세종대왕자태실…. 성주에 있는…."
"그런데 태실이 뭐야?"
"옛날 사람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태’를 따로 보관했다고 하네."
"아, 그럼 세종대왕 태가 있는 데야?"
"아니, 세종대왕이 아니고, 세종대왕의 아들, 그러니까 왕자들의 태가 있는 데래."
"아아~!"지난봄 우리 부부가 경북 성주군 월항면 '세종대왕자태실'에 가려고 계획을 세울 때 나눴던 얘기예요. 사실 그때만 해도 '태실'이 뭔지 잘 몰랐거든요. 또 낱말을 다닥다닥 붙여서 '세종대왕자태실'이라고 하니 세종대왕의 태가 묻힌 곳인 줄 알았어요. 차라리 '세종대왕 왕자태실'이라고 했더라면 더욱 좋았을걸….
지난봄에 성주에는 어떤 문화재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찾던 가운데 미리 맛보기로 이곳에 다녀왔었습니다. 그런데 컴퓨터 하드가 망가지는 바람에 그때 찍었던 사진과 함께 그 많던 사진 자료를 몽땅 날리고 말았어요. 글을 쓸 때 썼던 한두 장을 빼고는 말이지요. 이참에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고 사진도 새로 찍자는 생각에 지난 일요일(25일)에 다시 다녀왔어요.
사촌동생 탯줄을 곱게 싸서 따로 두시던 할머니
세종대왕의 아들들 |
제5대 임금이 되는 문종, 제7대 임금이 되는 세조 그리고 안평대군, 임영대군, 광평대군, 금성대군, 평원대군, 영응대군 이렇게 8명입니다.
그리고 첩의 자식으로는 화의군,계양군,의창군,밀성군,익현군,녕해군,담양군,한남군,수춘군,영풍군 이렇게 10명, 모두 18명이 있습니다. 세종대왕자태실에는 이 열여덟 왕자들의 태실과 세종대왕의 왕손인 단종의 태실까지 모두 19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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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혹시 태어날 때 자기 탯줄을 따로 보관해둔 걸 본 적이 있나요? 난 어렸을 때, 사촌동생이 태어난 며칠 뒤에 아기 배꼽에서 떨어져 나온 탯줄을 한지에 곱게 싸고 명주실로 꼼꼼히 묶은 뒤에 안방 벽, 가장 높은 곳(고모님 집에서는 사진틀이 걸린 못에 걸어두었어요)에 걸어둔 걸 봤어요.
어린 마음에 그게 궁금해서 할머니한테 물었더니, 아기 탯줄은 이렇게 잘 싸서 모셔놓아야 한다고 했어요. 그 뒤로도 아주 오랫동안 고모님 집에 드나들 때마다 사진틀에 걸려있는 탯줄을 봤지요.
요즘 사람도 이렇게 아기 탯줄을 소중하게 다루어 모셔(?)두는지 모르겠어요. 지난날에는 여염집에서도 이렇게 집안에 아기가 태어나면 '태'를 소중하게 여겼는데, 하물며 왕의 자식들이야 오죽 귀하게 모셨을까 싶어요.
세종대왕 왕자들의 태가 묻힌 곳구미에서 시원하게 뻗은 찻길을 뒤로하고, 약목면 무림리 산길로 올라가서 꼬불꼬불 재미난 길을 따라 칠곡군과 성주군이 나뉘는 월항면에 들어섰어요. 지난주만 해도 맞바람이 불고 영하 5도나 되는 궂은 날씨 때문에 몹시 힘들었는데, 오늘은 포근하고 맑아서 자전거 나들이를 하기에 딱 좋은 날씨라서 무척 기분이 좋았어요.
지난봄, 태실 들머리에 한창 댐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큰 덤프트럭 여러 대가 연방 흙을 퍼 나르고 있었어요. 세종대왕의 왕자 태실은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 서진산 기슭 태봉 꼭대기에 있어요.
때마침 '2007 경북 방문의 해'를 맞아 경북에는 요즘 관광지마다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요. 우리가 갔을 때에는 벌써 부산에서 왔다는 산악회 모임 식구들이 한 삼십 명쯤 와 있더군요. 안내하는 곳에도 지난번과는 달리, 안내원 아주머니가 자리를 지키기도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