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튀김 먹을까, 맛탕 먹을까

고구마 요리 오늘은 어떻게 만들까요?

등록 2007.11.30 18:11수정 2007.12.0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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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고구마 를 시골에서 보내왔습니다. 오늘도 그 사랑을 먹고 삽니다...

고구마 를 시골에서 보내왔습니다. 오늘도 그 사랑을 먹고 삽니다... ⓒ 이명화


해마다 이맘 때쯤이면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보내신, 사랑이 담긴 고구마 택배가 도착합니다. 자식은 부모님께 무심한 날이 많건만, 부모님의 자식 사랑은 끝없이 주어도 모자란가 봅니다.


얼마 전부터 우리집 식탁에는 거의 매일 고구마를 이용한 간식이 오릅니다. 처음엔 거의 삶아 먹었습니다. 밤고구마인지라 얼마나 보푼지, 막 쪄서 먹노라면 그 맛이란, 안 먹어 보면 정말 모른답니다.

a 고구마 튀김 을 합니다. 거의 매일 빼놓지 않는 간식입니다.

고구마 튀김 을 합니다. 거의 매일 빼놓지 않는 간식입니다. ⓒ 이명화


맛있는 고구마는 식어도 맛있습니다. 한동안 쪄서 먹던 고구마를 이젠 튀겨서 먹습니다. 먹을 것이 없던 어린 시절, 질리도록 고구마를 먹은 터라, 커서는 고구마를 절대로 먹지 않겠다고 장담했던 남편도 내가 삶아주거나 튀김해주는 고구마는 게눈 감추듯 잘 먹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난 더 신이 나서 자주 만듭니다. 시골에서 자랐고 어릴 적에도 고구마를 많이 먹었지만 아직도 고구마를 좋아하는 나와는 달리 수십 년 동안 고구마를 안 먹었다는 사람도 있네요.

a 고구마튀김... 을 막 해냈습니다. 사진이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았네요...

고구마튀김... 을 막 해냈습니다. 사진이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았네요... ⓒ 이명화


그런 사람조차 고구마에게 반하게 만들었으니, 나는 역시 요리를 잘 하는 게 틀림없나 봅니다. 음식에 조금 까탈스러운 편인데도 제가 만든 된장국, 김치 하나도 다 맛있다고 감탄을 하니, 저도 가끔 '내가 하는 모든 요리는 맛있다'고 즐거운 착각을 합니다. 하기야 우리 언니, 동생들도 저보고 요리를 아주 잘한다고 칭찬했던 적이 있답니다. 그렇다면? 자칭, 요리 잘한다고 말해도 되는 건가요?

고구마 튀김은 만드는 방법이 간단하고 맛이 있어 더 자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튀김가루에 물을 적당량 부어서 적당히 걸쭉하게 만들고, 고구마는 잘 씻어 준비한 다음, 껍질을 벗겨 얇고 납작하게 썰어놓습니다. 그리고 반죽한 것에 적셔서 맑은 식용유의 온도가 적당해지면, 튀기면 됩니다. 되도록이면 고구마는 두껍게 하는 것보다 조금 얇게 써는 것이 좋습니다. 먹을 때 과자를 먹는 것처럼 바삭한 느낌이 나거든요.

고구마를 찔 땐, 다 익고 나서 김을 빨리 빼면 고구마가 더 밤고구마가 되어 더 맛있다는 사실. 고구마 맛탕도 빼놓을 수 없죠. 고구마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기름에 튀겨내 기름을 빼고, 넓은 냄비나 오목한 프라이팬에 물엿과 설탕을 적당히 넣고 불에 달군 다음 끕니다. 그리고 거기에 튀겨놓은 고구마를 넣고 잘 섞어준 후 통깨가 있으면 같이 넣어줍니다. 그러면 달콤하면서 맛이 좋답니다. 생고구마를 납작하게 혹은 길게 썰어서 가을볕에 말려서 죽을 쑤어 먹어도 좋습니다.


a 말린 고구마..일명 부자 옥상에서 햇볕을 잘 받아 꼬들꼬들하게 잘 말랐습니다...

말린 고구마..일명 부자 옥상에서 햇볕을 잘 받아 꼬들꼬들하게 잘 말랐습니다... ⓒ 이명화


삶아 먹고 남은 고구마는 어렸을 적에 어른들이 하던 방식대로 해 보았습니다. 도마 위에 올려놓고 납작하게 썰어서 소쿠리에 담아 옥상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놓고 말렸습니다. 며칠 지나서 보니 꼬들꼬들하게 잘 말라 있었습니다. 이걸 일명 ‘부자’라고 불렀죠. 어릴 적에 학교 오가는 길, 특히 방과 후 출출할 때 길을 걸으며 호주머니에서 하나씩 꺼내서 먹곤 했는데 꼬들꼬들한 것이 입안에서 살살 녹으면서 단물이 우러나와 입안을 즐겁게 만들어줬습니다.

a 고구마가 옥상 햇볕에  잘 말라 먹음직스럽습니다...햇발이 참 곱죠...

고구마가 옥상 햇볕에 잘 말라 먹음직스럽습니다...햇발이 참 곱죠... ⓒ 이명화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들 가운데 정말 믿고 먹을 음식이 얼마나 있을까요. 고구마는 그 가운데 농약을 하지 않은 땅 속에서 나는 구황 식물로 탄수화물, 칼슘, 칼륨, 인, 비타민 A의 전구체인 베타 카로닌과 비타민 C 등이 들어 있어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 중 하나라고 하죠? 항암작용을 비롯해서 변비치료와 예방, 위를 튼튼하게 하고 체력을 증진시키며 성인병예방에 좋을 뿐 아니라 노화를 막으며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합니다.


고구마의 이름의 기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 하나는 쓰시마에서 효자가 이를 길러 부모를 공양했다하여 '고고이모'라 부른데서 비롯되었다고 하기도 하며, 또 하나는 고구마를 처음 들여왔을 때 고금도 땅이 알맞아 그곳에서 많이 길렀기에 '고금마'에서 비롯됐다고도 한답니다.

a 고구마... ...

고구마... ... ⓒ 이명화


고구마는 남미 멕시코가 원산지로 1600년 경 중국에 전해진 후에 유구(오키나와)에 전해졌고,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수입된 것은 1760년 쯤 이라는 군요. 조엄이 영조 39년(1763년)에 일본 통신사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쓰시마에서 고구마 재배법을 묻고 이를 몇 말 사서 부산에 갖다 심었다고 합니다. 서기로 따라갔던 김인겸의 기행가사 '일동장유가'에 고구마를 입수하는 구절이 이렇게 나옵니다.

'섬이 토박하여 먹고 살기 가난하니/효자 하나 토란을 심어 그로써 구황했다 하거늘,/쌀 서되 보내 그 토란 바꿔 먹으니/모양은 하수오요, 그 맛은 극히 좋다/산마처럼 무른데 달기는 더 낫도다/이 씨앗 받아다가 우리나라에 심어 두고/ 가난한 백성들 흉년에 먹게 하거던...'

점점 추워지는 겨울, 고구마로 간식을 만들어 먹으며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려 보고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면 어떨까요. 저에겐 추억이 있습니다. 비록 가난했던 시절이었지만 돌아보면 참으로 가슴 따뜻하게 해주는 추억들이 숨 쉬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점점 추워지는 것 같죠? 막 구워낸 군고구마, 아니면 막 쪄낸 고구마, 혹은 고구마튀김 등으로 즐거운 간식으로 추억 만들기 어떠세요?
#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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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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