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 외기만 하면 무슨 소용인가

<욕망하는 천자문>을 읽고

등록 2007.12.03 12:05수정 2007.12.0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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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천자문> ⓒ 삼인

<욕망하는 천자문> ⓒ 삼인

한자를 익히는 데 가장 기초 글이 '천자문'이다, 중국이 성장하면서 한자, 중국어에 대한 지식이 요구되면서 '천자문'은 <00천자문>이라는 만화가 나와 출판계를 선도하고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만화를 통하여 천자문을 쉽게 익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천자문을 학교 성적과 연관시켜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천자문을 통하여 더 깊은 중국 고전 세계로 들어가고자 하는 길목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별 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글 전용이냐, 한문 병용이냐 논쟁은 여기서 하지 않겠다. 문제 천자문을 배우려고 하면 바로 배우자는 것이다. 천자문을 다 읽을 수 있다고 해도 한 자 한 자가 가지는 깊은 의미를 깨닫지 못하면 배운 것이 허망할 뿐이다. 많은 천자문을 소개한 책이 나왔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지만 <욕망하는 천자문>은 한 번 읽어 볼 만한 책이다.

 

<욕망하는 천자문>은 제목 자체가 우선 눈에 들어온다. 단순히 천자문 한 자 한 자를 풀이한 책이 아니다. 천자문은 중국 고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텍스트다. 글자 천 개가 전부가 아니다. 중국 주요 고전의 요점과 핵심을 담았다. 가장 먼저 배우는 책이기 때문에 아이들 뇌리에는 강하게 자리 잡는다.

 

"천자문은 빼놓을 수 없는 중국 고전의 핵심들을 모아서 짧은 시적 언어로 표현한 일종의 서사시다. 따라서 이 책 한 권을 읽는다면 주옥 같은 중국 고전의 지혜를 섭렵하는 셈이 될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의 표현과 문화 코드를 읽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7쪽)

 

중국과 우리 선조들이 왜 천자문을 맨 처음 터득하게 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가장 먼저 읽는 책이기 때문게 가장 쉽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가장 쉬운 책이라면 오히려 한 일, 두 이자를 가르쳐야 한다. 천자문은 중국인이 중국을 이해하는 가장 기초적인 중요한 코드라는 말이다. 우리나라가 중국을 이해하기 위하여 천자문을 가장 먼저 가르쳐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욕망하는 천자문>은 총 9부로 되어 있다. 1부 다시 만들어지는 하늘, 땅, 인간의 진실. 2부 오상(五常)은 변하지 않는 인간의 도리인가. 3부 권위는 어디서 오는가. 4부 지식인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5부 문명의 한계선인 중국의 변방. 6부 소외, 이를 견디는 지혜. 7부 일상의 이데올로기. 8부 재주, 오락의 경지를 넘어서. 9부 허(虛)로의 귀결, 그 속에 진실이.

 

각 부 제목 하나 하나를 보면 천자문이 범상치 않은 책임을 알 수 있다. 한 자 한 자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천자문을 다 깨운친다면 인간과 사회, 국가와 하늘과 땅의 이치를 알 수 있께 된다.

 

천자문 가장 앞에 나오는 '천지현황(天地玄黃)하고 우주흥황(宇宙洪荒)이라'를 살펴보자. 천자문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하늘 천 따지, 검을 현 누를 황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구절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어딘가 이상하다.

 

이 구절은 <주역> [곤괘]의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를 다시 쓴 것이라고 한다.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말 하늘이 검은가? 땅은 누른가? 자연현상을 보면 아니다. 아무런 의심 없이 인정하기는 석연치 않다.

 

'현(玄)'은 실을 허공에 걸어 놓은 모양에서 따왔다고 한다. 실이 오래 시간이 되면 검게 된다. 중국인들은 하늘을 구체적인 사물로 보지 않았고 형이상학적 사물로 여겼기 때문에 그 형상을 흔히 '그윽하고 아득하다'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누를 황자도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은 황하는 누렇다. 황하 중심 사고가 땅 색깔까지 결정했다. 황토색이 아니면 주변색깔로 보았다. 우리나라는 암갈색을 옥토라고 생각했다. 천자문 첫 구절에서부터 우리는 중국 사상에 매몰되었고, 중국이 주입한 사상속으로 들오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천자문에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천자문 한 구절 한 구절을 읽어가면서 중국인의 철학과 사고, 우리 조상들이 천자문을 통하여 공부하면서 자연이치와 전혀 다른 현상을 발견할 때 얼마나 고뇌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천자문은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중국 사상계의 기초를 읽는 것이며, 우리선조들이 천자문을 통하여 어떻게 사고체계를 형성했는지 알 수 있다. 비판적 읽기 필요한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욕망하는 천자문> 김근 지음 ㅣ 삼인 ㅣ  25,000원

2007.12.03 12:05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욕망하는 천자문> 김근 지음 ㅣ 삼인 ㅣ  25,000원

욕망하는 천자문 - 문자속에 숨은 권력, 천자문 다시 읽기

김근 지음,
삼인, 2003


#천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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