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사시…." 신용불량 로스쿨

설문조사 결과 사법고시 준비하는 대학생 절반 넘어

등록 2007.12.07 20:53수정 2007.12.1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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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기자는 서강대학교에 재학중입니다.

2007년 12월, 로스쿨 법안이 통과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많은 학생들이 아직 로스쿨 제도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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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통과 이후, 법조인이 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서울내 7개 대학교 대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법고시를 준비하겠다고 한 학생이 59.3%였다. ⓒ 이지수

▲ 로스쿨 통과 이후, 법조인이 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서울내 7개 대학교 대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법고시를 준비하겠다고 한 학생이 59.3%였다. ⓒ 이지수

 

 사법고시 준비하는 학생, 59.3%

 

로스쿨 법안이 통과되기 전 법조인을 꿈꾸던 서울 내 7개 대학의 대학생 300명을 상대로 ‘로스쿨 법안 통과 이후 법조인이 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절반이 넘는 59.3%가 ‘아직 유지되고 있는 사법고시 공부를 하겠다’고 응답했다.
 
사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여태까지 사시를 계획하거나 준비해왔기 때문에(43.2%)’였다. 이 중 로스쿨 법안이 통과되기 전 사시를 최대 1년 미만으로 준비했던 학생이 70.1%에 달했다. 로스쿨보다는 수십 년 동안 안정적으로 실시된 제도인 사시를 준비하는 것이 법조인이 되는 더 안전한 방법이라는 생각에서이다. 내년에 사시 공부를 시작하는 Y대 2학년 이승원(20)양은 “교수님들도 학생들이 로스쿨보다 사시를 빨리 준비하도록 부추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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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 한 학생이 열람실에서 법학서적을 펼쳐 공부하고 있다. ⓒ 이지수

▲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 한 학생이 열람실에서 법학서적을 펼쳐 공부하고 있다. ⓒ 이지수


그 다음 이유로는 ‘로스쿨 등록금이 너무 비싸서(23%)’, ‘현재 로스쿨 제도가 너무 모호해서(18%)’등이었다. 사시를 준비하는 K대 2학년 고명수(20)군은 “국민들에게 저렴하고 질 좋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로스쿨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어떤 사람이 로스쿨을 다니기 위해 억 단위의 학비를 쉽게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라며 로스쿨 제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두 번째로 많은 19%의 대학생은 법조인이 되기 위해 사시를 봐야 할지, 로스쿨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이들은 사시 합격생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로스쿨 제도의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길을 택해야 할지 망설였다. 설문조사에 응했던 E대의 한 대학생은 “사시를 준비하던 법대생에 대한 보호가 너무 없다”며 “아직도 로스쿨이 잘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S대 2학년 조성희(20)양은 “제도가 막연한 한국 로스쿨의 개척자가 되고 싶지 않다”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로스쿨 법안이 통과된 뒤 아예 법조인의 길을 포기한 학생은 약 5.7% 정도였다. 이들 대부분은 ‘비싼 등록금’을 그 이유라고 했다. S대 법대 2학년에 재학 중인 Y모 양(20)은 "사시를 준비하기엔 너무 늦었고, 로스쿨 등록금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그동안 공부하여 쌓은 법적 지식을 활용할 다른 분야의 직업을 찾아볼 것"이라고 답했다.

 

로스쿨을 준비하는 대학생은 12%에 그쳤다. 그 이유는 ‘사시 합격자 인원이 줄어들고 있어서(33.3%)’, ‘자신의 조건이 로스쿨 진학에 유리해서(22.2%)’, ‘사시 준비기간이 없어서(16.6%)’등이었다. 이들은 그 준비 방법으로 ‘영어 공부, 학원 강의 수강, 학점 관리’를 내세웠다. 첫 해 한국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는 S대 3학년 박주윤(21)양은 "로스쿨 제도가 불확실해서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능동적인 공부를 하고 싶어 로스쿨을 선택했다"며 "영어 공부와 봉사 활동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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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을 준비하는 학생들 서울 강남의 어느 한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로스쿨 입학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지수

▲ 로스쿨을 준비하는 학생들 서울 강남의 어느 한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로스쿨 입학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지수


 
 로스쿨 제도, 신뢰를 높이기 위한 대책은?
 

이미 로스쿨 법안은 통과됐다. 이전에 한참 논의되던 로스쿨 찬반 토론은 더 이상 실익이 없다. 수많은 대학교에서는 2008년 1월 로스쿨 인가를 받기 위해 서둘러 준비 중이다. 학생들은 ‘설마...’했지만 지난 여름 갑작스럽게 통과된 로스쿨 제도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법조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이 여태까지 듣도 보도 못한 한국 로스쿨의 성공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로스쿨 법안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전 집회에 참여했던 S대 2학년 한지수(20)군은 “졸속 처리된 로스쿨 제도를 학생들이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면서 로스쿨 제도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로스쿨 제도의 대한 학생들의 신뢰를 높이는 방안은 없을까. S대 2학년 조경진(20)양은 “로스쿨 등록금이 상당히 비현실적”이라면서 “더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 혜택을 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대 1학년 석재현(19)군은 “비법대전공자들이 로스쿨 3년 안에 법학전공자들과 함께 법학과목을 통달하기엔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면서 “대학교에서 법학교양과목들을 많이 개설하면 비법대전공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교육부의 향후 로스쿨 추진 일정에 따르면 2008년 9월에 로스쿨 설치인가 대학이 확정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2009년 3월에 로스쿨이 시행될 예정이다. 교육부에서는 로스쿨을 선택하는 학생들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지 않아야 한다. 교육부는 학생들을 위해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하여 로스쿨 제도를 현실적인 기준에서 확정하고 준비할 것이 요구된다. 


 

덧붙이는 글 제가 얼마 전 송고한 기사 중 이와 같은 제목의 기사가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처음 쓰는데 사진을 올리는 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첫 기사에 사진을 싣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제목의 사진이 없는 기사를 삭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사법고시 #사시 #로스쿨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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