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학번이세요?" 고졸 10명중 8명이 대학가는 세대

비대학생이 받는 각종 '차별대우'와 '편견'

등록 2007.12.07 19:10수정 2007.12.1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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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학번이세요?"

올해 21살인 정연화씨는 병원에 근무하면서 이런 질문들을 수없이 많이 듣는다고 한다. 올 해 수능을 보고 내년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는 그녀는 고등학교 졸업 후 입학한 대학에서 자기의 적성과 맞지 않는 학과에 회의감을 느끼며, 대학에 굳이 가지 않아도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자퇴를 했다.

그러나 간호조무사로 일한 지 1년 반이 되어가는 그녀는 “사회적으로 고졸과 대졸은 차별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주위 친인척분들도 대학을 안간 이유가 공부를 못해서라는 편견을 갖고 있어서 불편하다. 주변 시선들 때문에라도 대학을 갈 수 밖에 없었다”라며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2007학년도 고등 교육기관 통계 조사 결과에서 보면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 중 82.8%가 대학과 전문대 등 고등교육 기관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고졸자 10명중 8명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의무교육처럼 대학을 가는 것이 당연해진 지금 사회에서 채 20%가 되지 않는 비대학생들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을 내몰고 있는 문제들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각종 행사나 공모전등이 참가자격이 대학생으로 한정되어 있어 비대학생들의 참여를 막고 있다는 점이다. 각종 대학생 공모전, 대학생 국토대장정, 해외봉사단 등 등 굳이 대학생이란 타이틀을 붙이지 않아도 될 각종 분야의 참가자격을 대학생으로 제한하여 비대학생들의 참여를 막고 있다.

또한 이동통신사의 지역할인 요금제 할인은 대부분 대학교 캠퍼스를 위주로 할인이 되고 있으며, 각종 편의시설 등지에서도 대학생만 할인혜택을 주는 경우가 많아 같이 간 무리에서 누구는 할인이 되고 누구는 할인이 되지 않는 난처한 경우도 종종 생긴다.

게시판에 붙혀있는 각종 공모전 포스터 이 공모전들의 대부분의 참가자격이 대학생으로 한정되어있다.
게시판에 붙혀있는 각종 공모전 포스터이 공모전들의 대부분의 참가자격이 대학생으로 한정되어있다. 진영진

두 번째로는 남자들의 군입대 문제이다. 대학생의 경우 학교에 다니고 있는 동안은 계속 입영 연기가 가능한 반면에 비대학생의 경우 입영연기를 2년으로 제한해놓고 있어 취업준비를 해야하는 비대학생들에겐 여러모로 큰 문제를 끼친다. 대학생들과 달리 당장 사회에 나가게 되는 비대학생 남자들에게 2년이란 시간은 자기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엔 충분치 못한 시간이다.


특히 대부분의 비대학생들은 가정형편 등의 이유로 대학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당장 일을 해 생계유지를 해야하는 비대학생들에겐 입영연기가 더욱 절실하다. 게다가 예비군 훈련도 대학생은 재학기간 중에는 하루만 받으면 되지만 비대학생은 2박3일의 훈련을 모두 받아야 한다.

21세 박아무개씨는 “취업걱정에 막막하다. 지금 군대에 다녀오면 24살 정도에나 취업준비를 할 수 있는데 그 때가 되면 너무 늦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경우 24살이면 아직 학생이라 그 부담이 덜하겠지만 나 같은 경우 제대 뒤 학생이 아닌 사회인으로 나왔을 때 과연 취업준비를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비대학생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과 차별대우다. 비대학생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의 인식은 ‘공부를 못해서 대학에 못갔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 제도적으로도 불리한 처지에 놓여있는 비대학생들에게 더욱 소외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22세 성태석씨는 “제도적인 문제로 인한 어려움보단 주위 사람들의 편견으로 인해 더욱 힘들다. 한국사회에선 어쩔 수 없이 체면 때문에  대학 졸업장이 필요한 것 같다”며 통과의례처럼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현실의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에 대해 ‘학벌없는사회’의 하재근 사무처장은 “대학진학률이 80%를 넘다보니 대학에 가지않는 소수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라며 이는 “전공이 아닌 간판을 따기 위해 들어가는 병적인 학벌사회의 폐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는 잘못된 몇몇 제도를 교정하는 것으로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학력 피라미드 구도를 깨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대학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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