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 모든 게 문국현 때문인가

[반론] '식스 센스'의 대반전만이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

등록 2007.12.10 12:45수정 2007.12.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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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된 7일 대전을 방문한 문국현 후보가 중앙시장 입구에서 후보단일화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후보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된 7일 대전을 방문한 문국현 후보가 중앙시장 입구에서 후보단일화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과연 이 모든 게 문국현 때문인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길 확률보단 질 확률이 훨씬 높아진 선거를 열흘 남짓 앞두고 화풀이 대상이 필요한가 보다. 온통 문국현 때리기다. 저쪽에 이명박이 있다면 이쪽에 문국현이 있다고 할 만큼 그 정도가 심하다고 느꼈다면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이 ‘문국현’이기 때문일까.

 

선거에 패한다면 이 모든 게 문국현 때문이란 댓글이 사방 천지에 널려있다.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라는, 협박 아닌 협박도 있다. 과연 그럴까. 정말 이 선거에 진다면 그 책임이 오직 문국현에게 있는 것일까.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문국현은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일까.

 

단일화 안하면 패한다는 '분열 콤플렉스'

 

잠깐 과거로 돌아가 보자.

 

1987년 양김의 분열은 분명 80년대 민주화 세력에게 엄청난 좌절을 안겨주었다. 정치에 대한 혐오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극대화된 계기가 바로 두 사람의 반목이었다. 이후 세 번의 대선이 더 있었다. 한번은 추악한 권력욕에 사로잡힌 세력의 배신으로 이겨 볼 엄두도 내 보지 못한 채 완패했고, 나머지 두 번의 선거는 모두 단일화 내지는 ‘어설픈 연합’의 형태로 ‘겨우’ 이겼다.

 

지난 20년 간 흔히 말하는 이 땅의 ‘민주화 세력’은 콤플렉스 아닌 콤플렉스와 함께 영원불멸의 깨지지 않는 ‘승리의 법칙’을 터득했으니, 그건 바로 나누어지면 무조건 패배한다는 ‘분열 콤플렉스’와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상대진영에 맞서 ‘무조건’ 단일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칙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강요되고 있다.

 

하지만 분열의 책임소재와 단일화에 대한 압박은 완전한 일방향이다. 오직 문국현만을 향해 있다. 그 근거는 단 하나, 지지율이 낮다는 것이다. 그러니 무조건 양보하라는 것이다. 이젠 지지율도 얼마 되지도 않는 주제에 위세는 이명박이라는 비아냥까지 서슴지 않는다. 참 대단하다. 아니, 무섭다. 그리고 참 아프고 서럽다.

 

묻고 싶다.
과연 문국현에게 돌 던질 자 누구인가. 문국현에게 분열의 책임을 물을 자 그 누구인가. 분열이란 원래 하나였던 것을 대상으로 사용해야 할 말이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문국현이 하나였던 시간이 잠시라도 있었던가.

 

그런 그에게 민주세력의 분열의 책임을 고스란히 떠넘기는 근거는 과연 무엇이며, 대통합민주신당으로는 도저히 이명박을 이길 수 없으니 당신이라도 나와 달라고 부른 사람은 또 누구인가. 대통합민주신당이 못 가진 새로운 무언가를 가진 당신이 뛰어야 한다고 해 놓고 이제 와서 두 후보가 별 정책적 차이가 없다고 우기는 근거는 또 무엇인가.

 

또 묻는다.
문국현이 언제 단일화 하자고 했던 적이 있던가. 이명박에 맞설 수 있는 단일 후보로 누가 적격인지 서로 겨뤄보자고 했을 뿐이다. 그래서 ‘진검승부’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물리적 통합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으로 생각한다고 수십 번이나 말했었던 그였다.

 

절차만 보장해주면, 서로 승부를 겨눌 수 있는 절차만 담보된다면 패하더라도 상관없다던 그였다. 공정하게 국민의 심판을 받을 수 있는 과정이라도 밟고 싶고, 그 과정에서 선택받지 못한다면 깨끗하게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사람이 문국현이다. 대체 언제 문국현이 오락가락했단 말인가.

 

'토론회' 개최 여부까지 위임하라고 해서야

 

문국현이 원래부터 단일화 의지가 없었다고? 맞는 말이다. 단일화 의지 없었다. 단일한 후보로 이명박에 맞서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선거에 나오면서, 양보할 결심을 먼저 하고 출마하는 사람은 없는 법이다. 단, 일합을 겨뤄 이기면 더 큰 상대와 맞서는 것이고, 진다면 깨끗하게 승복하고 물러나는 것이다.

 

선거라는 것이 원래 해당 후보가 외치는, 지향하는 ‘가치’로 평가받는 공간이 아니던가. 누가 얼마나 많은 세력을 확보하고 있느냐, 누가 얼마나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느냐로 승부를 낼 거면 선거는 왜 하는가. 과정을 완전히 생략한 채 결과만 만들자는 주장에 동의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기자회견에서 분명히 ‘토론’을 통해 승부를 내자고 제안했다. 지지율의 차이, 조직의 약세, 자금력의 부족을 안고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떨어졌음에도 결단한다고 했다. 단, 절차만 밟게 해 달라, 후보 본인은 물론 지지자들이 심정적으로 온전하게 승부 결과를 인정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을 뿐이다.

 

그런 그에게 ‘토론회 개최 여부’까지 모두를 포괄적 위임해 달라고 하면 어쩌란 말인가. ‘국민에 의한 단일화’야말로 유일한 길이었는데, 그 절차가 모두 무산된 상태에서 남은 건 오직 ‘밀실속의 단일화’ 밖에 남지 않았는데, 우리보고 그 죽음의 길을 가란 말인가. 

 

참여정부 들어 온라인에서 ‘이 모든 게 노무현 때문이다’는 댓글이 유행할 때 참 서글펐다. 요즘 이른바 개혁진영엔 온통 ‘이 모든 게 문국현 때문이다’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역시 ‘탓’에 강하다. 과연 이 선거판이 이렇게 된 게 모두 문국현 때문인가. 단일화하지 않으면 거짓 민주세력으로 규정하겠다는 말에 분노한다. 민주와 반민주의 갈림길이 후보단일화인가. 이인제 후보는 민주세력이고, 권영길 후보는 반민주 세력인가.

 

필자는 개인적으로 그런 것이 기준이라면 민주세력임을 단호히 거부한다. 문국현 후보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몇 차례 토론을 통해 ‘경제인에겐 좌우가 없다. 나는 미래 세력이다’고 공공연하게 말한 바 있다. 세상은 변했다. 지금도 변하고 있다. 민주세력이라는 분들과 제가 함께 공부했던 변증법적 유물론 제 1조가 무엇이었나. 바로 ‘세상 모든 것은 늘 변화 발전한다’는 것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20년 전 논리로, 20년 전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단 말인가. 언제까지 우리 ‘민주’ ‘반민주’로 살 것인가.

 

동의하지 않겠지만 필자는 지난 참여정부 5년은 분명 정치적으로 과잉민주화 된 시기였다고 단언한다. 그런데 또 민주인가. 문국현은 끊임없이 경제민주화를 외친다. 그 민주와 문국현의 민주가 변증법 제 2조, ‘세상 모든 것은 연관되어 있다’는 것처럼 따로 떨어진, 별개의 것은 아니겠지만 그 기준이 어찌 후보 단일화란 말인가.

 

문국현에게 가해지는 ‘탓’이 이 정도라면 대통합민주신당에게 쏟아져야 할 비난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그 모든 것을 생략한 채, 아니 없애버린 채 여론조사에서 낮은 후보가 무조건 양보하는 것이 옳다고 밀어붙인다면 그걸 받아들일 문국현 지지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이기기 위해 단일화하자고 주장한다면 문국현 지지자가 동의할 수 있는, 양보할 수 있는 무언가-그걸 문국현은 ‘토론’이란 절차라고 했다-를 던지고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문국현 표가 오롯이 정동영 표가 될 것 아닌가. 그렇지도 않다면, 두 후보의 표가 모이지 않는다면, 시너지가 생기지 않는다면 단일화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필자가 가장 분노한 것은 지지율도 얼마 되지 않으면서 위세는 이명박 급이라는 기사 내용이다. 아무리 ‘취중진담’이라지만 취해도 너무 취한 것 아닌가. 필자가 기자를 향해 구독률은 얼마 되지도 않으면서 위세는 조선일보급이라고 하면 어땠을까. 그게 바로 재벌의 논리이고, 소수 특권층의 논리가 아니던가. 잘 살지도 못하면서, 힘도 세지 않으면서 할 말은 다 하려고 한다는 것 하고 뭐가 다른가.

 

감동 없는 단일화 압박은 마이너스 효과 자초

 

정리하자. 지금 두 진영에 필요한 건 더 많은 국민의 지지다. 더 많은 지지를 확보해야 저들의 집권을 막을 수 있다. 감동 없는 단일화 압박은 마이너스 단일화만 자초할 뿐이다. 두 후보의 단순 지지율 합산보다 단일후보를 상정했을 때 지지율이 더 빠지는 모든 여론 조사 결과가 단적으로 그 사실을 증명해 준다.

 

두 후보가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한 쪽은 그간의 실책과 국민의 분노를 어떻게 풀 수 있을 지 고민해야 할 것이고, 한 쪽은 자신이 가진 해법을 얼마나 많은 국민에게 전달해야 할 지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만나도 그런 다음에 만나야 한다. 그게 바로 해원의 씻김굿이다. 정말 이기고 싶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기고 싶다. 그러나 이길 수 없는 공멸의 길을 갈 순 없지 않은가.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상관없이 필자는 개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원칙 있는 승리’에 100% 공감하는 사람이다. 더구나 이길 수도 없으면서 원칙까지 무작정 양보할 순 없지 않은가. 이 사람, 저 사람, 이 세력, 저 세력 마구 섞으려 하면 안 된다. 자꾸 섞다 보면 검은 색 된다.

 

생각을 거꾸로 해 보자. 문국현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것인가. 다수는 드라마를 원한다.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는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할 수 없다. 예측할 수 없어야 드라마가 된다. ‘식스 센스’의 대반전이 있다. 그래야 온전하게 이길 수 있다. 우리에게 아직 희망이 있다면 그건 바로 문.국.현.이다.

덧붙이는 글 | 김갑수 기자는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대변인입니다. 

2007.12.10 12:45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김갑수 기자는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대변인입니다. 
#문국현 #단일화 #희망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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