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이명박이 대통령 되면 '삼성 수사' 어떻게"

[현장] 연세대 강연 '삼성은 어떻게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가?'

등록 2007.12.10 22:24수정 2007.12.1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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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10일 오후 연세대학교를 찾아 '삼성은 어떻게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10일 오후 연세대학교를 찾아 '삼성은 어떻게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박정호

"삼성의 전근대적인 1인 지배체제를 개선해야 합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10일 오후 연세대학교를 찾아 '삼성은 어떻게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연세대 언론출판협의회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강연회에서 노 의원은 삼성의 비자금과 지배체제 구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삼성의 정상화를 위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 의원이 "시험에 안 나오는 문제인데 와주셔서 긴장이 된다"고 말문을 열 정도로, 기말고사 기간의 캠퍼스 강당에는 빈 자리가 많이 보였다. 하지만 강연은 노 의원의 열강과 참석자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이날 강연에는 삼성이라는 '메인 메뉴'에 인생 충고까지 곁들여졌다.

"삼성이 잘못 되면 나라가 멍든다"

노 의원은 삼성 비자금 문제 등의 해법이 나라 경제에 중요하다면서 비리 근절을 위해 전근대적인 총수 지배체제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에 특검이 수사하게 될 삼성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의 숙제다"며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식회계를 해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회사에 누가 투자하겠나, 그 기업을 위해서도 이대로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삼성의 문제를 드러내고 치유하는 것이 삼성에 도움이 되는 일이고 기업의 신인도를 높이는 길이다. 그것을 통해서 더욱더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는 일부 재계에서 삼성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주장하고 있는 '경제위기론'에 대해서는 "삼성을 들쑤시면 국가경제가 어려워진다고 하는데, 설사하고 있는데 설사약 먹으면 설사 더 한다고 아픈 사람에게 약 주지 말라는 거냐"고 일축했다.

이어 노 의원은 "1~ 2%의 지분을 가지고 회사를 지배하는 전근대적인 방법으로는 안 된다, 경제민주화가 중요하다"며 "1인이 지배하는 삼성은 비자금 조성을 위해 계열사들이 수백억 손실을 보게 하고, '총수의 취미가 자동차'라고 만든 자동차 회사는 망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제5공화국이다. 민주화가 안 된 독재자가 군림하는 5공화국이다. 전근대적인 1인 지배체제를 개선해야 한다. 삼성을 투명한 건실한 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된 권리가 기업에서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검은 특검대로 가더라도 이 자리에 온 사람들이 눈을 부릅뜨고 삼성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삼성 문제를 봐야 한다"며 "삼성이 잘못되면 나라가 멍들 수 있다, 그래서 삼성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은 독재자 군림하는 제5공화국"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의 강연 모습.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의 강연 모습. 박정호
노 의원은 김용철 변호사 폭로로 밝혀진 삼성비자금 문제를 ▲비자금에 관련된 내용 ▲비자금으로 로비한 의혹 ▲삼성 에버랜드 경영권 편법 승계로 분류해 마치 대학 강의하듯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은 구체적"이라며 "행정기관·언론사·사법기관 등 거의 모든 곳이 오염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삼성에서 벌어진 문제를 따지기 위해서 이건희를 비롯한 간부를 증인 신청하면 채택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지난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에 담긴 이른바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노 의원은 "'도둑이야'라고 외치니까 피해 조사는 하지도 않고 '왜 큰 소리 질러서 국민을 놀라게 했냐'고 죄를 주고 있다"면서 "로비 문제는 심각한 범죄다, 그 자체가 불법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썩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특검을 제대로 해서 수사해야 한다, 그러면 삼성의 불법적인 과거 모습이 드러날 것"이라면서 "이제까지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고, 잘 파헤칠 수 있는 소신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 특검에 임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삼성 수사가 제대로 될지 걱정이 앞선다"며 "그 분 선거캠프를 들여다보니까 삼성증권·삼성전자 사장도 그리로 갔다, (챔프가) 삼성으로 가득차고 있다, 삼성이 과거에는 돈만 뿌렸는데 이제는 사람도 뿌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머릿속만큼은 진보를 향한 불타는 열정을 가져라"

한편, 강연을 마친 뒤 학생들의 질문을 받은 노 의원은 '토론의 라이벌' 유시민 의원과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에는 "여러 번 목욕탕에 같이 가서 '볼 것 안 볼 것 다 본 사이'"라고 정리했다.

또한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은 국회의원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은 피한 채 "휴대폰은 삼성 것만 쓰는데 삼성이 저한테 준 것은 없다, 고발당한 것밖에는 없다"고 웃어 넘겼다.

취업이라는 현실과 사회 정의라는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학생에게는 "모든 길에는 다 이유가 있다"면서도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머릿속만큼은 진보를 향한 불타는 열정을 갖고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 어떤 권력·불의 앞에서도 무릎을 꿇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양심과 이성에 입각해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자유인이다, 자유인이 될 것인가 아닌가가 중요한 것이다, 하루를 살더라도 스스로 떳떳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그것은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노회찬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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