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한 후보라도 정말 상관없나요?

[주장] 감동 만들지 못한 2007년 대선의 희망찾기

등록 2007.12.15 14:03수정 2007.12.1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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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에 독일에서 무턱대고 비행기타고 인천국제공항 도착한 것이 지난 월요일 오후다. 공항버스를 타자마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이명박 후보의 압도적 지지 여론조사보도가 나온다. 앞자리에 앉아 버스출발 전 기사에 물었다.

 

기사 "이명박이 빼고 뽑을 사람이 있나요."
"위장전입, 위장취업, 탈세, 선거법 위반, 재산은닉 의혹, 또 도…."
기사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덕이 밥 먹여줍니까. 죄없는 사람 있나요. 경제 살릴…"

 

버스가 출발하면서 대화는 자연스레 멈추었다. 더 들어보지 않아도 우리 내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이후 나름으로 민심파악에 나섰다. 택시를 타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기사들은 한결같이 위의 버스기사 말이 '공식'이었다. 한편 한 택시기사는 "국민들이 속고 있다"며 "이명박이 되면 내 주머니 채워줍니까, 경제가 어렵다는데…, 주말이면 한번 보세요. 다들 자가용 타고 먹거리 찾아 나서고, 외곽에 차 막히는 것 보면…"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명박이 할아버지가 와도 우리 소비문화를 고치지 않으면 가망없다, 그리고 IMF(외환위기) 이후 더 잘사는 사람들이 경제 어렵다고 아우성치고 있다"며 쓴소리를 하는 기사도 있었다.

 

친분이 있던 언론사 기자들도 만나 보았다. 다들 한 목소리다. 이번 대선은 재미없단다.

 

일방적으로 이명박 후보가 독주하는 대선을 보는 심판(?)들의 입장은 그랬다. "정권 바뀌고 고생도 해 보면서 국민들이 더 성숙해지지 않을까"라며 나름으로 대선 이후를 전망하는 이도 있었다.

 

대선도 끝나지 않았는데 "낙법이 중요하다, 잘못하면 뼈 부러져"라며 범여권의 패배를 전망하는 한겨레 성한용 기자의 기사도 도마에 올랐다. 아무튼 대선을 취재하는 심판들은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호각을 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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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의 지지자들이 13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협의회가 개최한 부패청산과 진실규명을 위한 촛불기도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의 지지자들이 13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협의회가 개최한 부패청산과 진실규명을 위한 촛불기도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13일 목요일 저녁 광화문에서 열린 시국집회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심판들의 호각소리에도 불구하고 뒤집기를 외치며 유권자들에 쉰목소리로 호소하고 있었다. 청와대 춘추관장으로 있다 최근 정동영 후보 캠프에 합류한 서영교 여성위원회 본부장은 촛불을 들고 집회 참여자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옆에 앉아 슬쩍 물었다. 지금까지 민주신당 전략이 없어 보인다며 앞으로 전략이 있는지, 한 방이 있는지.

 

"검찰이 한나라당 선대본부장이 되어버린 지금, BBK검찰수사의 부당성을 알리는 방법밖에 없다. 국민들이 밝혀진 이명박 후보의 각종 불법사례에도 끔쩍 않는 것이 답답할 뿐이다"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경선이 민주적인 방법인 것 같은데, 이번 경선을 통해서 서로 많은 상처를 받았다. 더 뭉쳐서 열심히 뛰어야 하는데…"


정당민주주의 국가에서 "4개월이면 충분하다"며 대선에 뛰어든 문국현 후보가 정동영 후보 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서 본부장에 물었다. 대답에 앞서 '제 남편은 지금 문국현 후보한테 가 있어요, 장유식 대변인이요"라는 의외의 말이 돌아온다. "안타깝죠. 같이 함께 해야 되는데…"

 

정-문 단일화 실패가 범여권 지지자들만 갈라 놓은 것만이 아니라, 정치에 몸담고 있는 부부도 갈라놓고 있다는 생각에 이번 대선의 아이러니가 아니 아픔의 끝이 어딘지, 돌아오는 길에 혼자 웃고 말았다.

 

2002년 돼지만들던 친구 "확 이회창 찍을까"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부터 대통령선거까지 열심히 마음으로 또 돼지저금통 성금모으기에 앞장섰던 친구와 후배가 근무하고 있는 여의도 회사 근처에 갔다. 회사 내에서도 이명박 지지가 대단하단다.

 

찍을 사람이 없단다. "노무현 때문에 열 받아서 확 이회창 찍을까" 싶다고 농담반 진담반 말한다. 한 마디 했다.

 

"한국사람들 절박함이 없다. 그냥 정권 바뀌면 너희들이나 나는 사는데 지장 없겠지. 2002년 그 정신들은 어디로 갔냐. 연봉 5000이 넘고, 집사고 투자 잘하고 좋은 차 타고… 너희들도 벌써 기득권세력이 되어서 누가 되어도 상관없다고 하냐."

 

웃으며 직격탄을 날렸다. 효과가 있었다. 정신차린단다.

 

친구가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한 방(?)을 귀띔해 준다. 여의도 회사 직원들끼리 하는 소리란다. "노무현 대통령이 내일 당장 이명박 지지선언을 하면 이명박 후보 지지율 한 20%는 빠진다"는 것. 함께 웃었다. 실컷.

 

외국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에서는 저평가되는 것이 옳고 그른 것을 떠나 한국 민심이 그랬다. 정동영 후보에 참여정부를 확실히 안고 가라고 몇 번의 글을 통해 압박(?)했던 내가 미안해지는 대목이기도 했다.

 

며칠 한국에 와서 파악한 민심과 지금까지의 상황을 진단하고 또 유권자들에 꼭 하고 싶은 말이다. "법이 바로서야 한다"며 법을 제대로 적용, 집행하지 못하는 검찰, 정부를 비판하던 시대에서 지금은 오히려 더 퇴행하여 "양심이 바로서야 나라가 선다"는 원칙을 강조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부도덕해도 상관없다. 무조건 성공해라. 내 아들, 딸들아, 아빠는 엄마는 2007년 12월 19일 부도덕한 후보. 법을 어기는 후보 알면서 뽑았단다"라고 말하는 부끄러운 우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싹수가 노랗다"는 말이 있다. 가망없거나 부도덕한 짓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싹수가 노란데 거기서 싱싱한 과실을, 열매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보았으면 좋겠다.

 

우리 스스로 감동을 만들어야 한다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 자녀위장취업, 선거법위반, 탈세 등을 보면서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도덕적 기준에 대해서 우리 모두 판단 불가의 양심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검찰이 처벌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면, 국민들이 나서서 12월 19일 한 표 행사를 통해 처벌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정치인들이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 스스로 감동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화가 난 것이 있었다면 풀고, 우리 서로 뭉쳐야 한다. 정치인들이 못해낸 단일화 이제 국민들이 이루어야 한다. 한표 한표 행사해서 단일화하자. 앞으로 5년이 중요하다. 정치인들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 자식들 미래를 생각하고 투표하자. 우리 스스로가 감동을 만들자. 그 감동에 동참하기 위해서 독일에서 온 내 희망이 꺾이지 않았으면….

덧붙이는 글 | 남경국 기자는 독일쾰른대학교 '국가철학 및 법정책 연구소' 객원연구원입니다.

2007.12.15 14:03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남경국 기자는 독일쾰른대학교 '국가철학 및 법정책 연구소' 객원연구원입니다.
#정동영 #국민에 의한 단일화 #화풀자 #대선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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