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말 손질 (6) '몸 바쳐' '헌신'?

[우리 말에 마음쓰기 168] "몸 바쳐 헌신", "생각과 판단", "실제로 실감"

등록 2007.12.17 11:59수정 2007.12.1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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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몸 바쳐’ ‘헌신했다’

 

.. 엘리노어는 이 같은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한편,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사회주의 운동에 몸 바쳐 헌신했다..  <스즈키 주시치-엘리노어 마르크스>(프로메테우스출판사,20060 12쪽

 

 “이 같은 충돌(衝突)을 해결(解決)하기 위(爲)해”는 “이 같이 부딪히는 일이 없도록 하려고”나 “이 같은 부딪침을 풀어내려고”로 다듬을 수 있어요. ‘노력(努力)하는’은 ‘애쓰는’으로, “태동(胎動)하기 시작(始作)한”은 “꿈틀대고 있는”이나 “싹트고 있는”으로 고쳐쓰면 한결 낫습니다.

 ┌ 헌신(獻身) : 몸과 마음을 바쳐 있는 힘을 다함
 │   - 헌신의 노력 / 사회봉사 활동에 헌신하다
 │
 ├ 사회주의운동에 몸 바쳐 헌신했다
 │→ 사회주의운동에 몸을 바쳤다
 │→ 사회주의운동에 몸바치며 싸웠다
 │→ 사회주의운동에 온몸을 바쳤다
 └ …

 ‘헌신’이라는 말이 ‘몸바치다’를 한자로 옮긴 말일 뿐임을 몰랐겠지요. 그러니 이처럼 썼겠지요. 아마 엘리노어 마르크스라고 하는 사람이 어떤 일을 얼마나 애써서 했는가 힘주어 말하고 싶었을 텐데, 이렇게 힘주어 말하고 싶다면 “몸바치며 싸웠다”라든지 “온몸을 바쳤다”처럼 쓰면 됩니다. 그냥 ‘몸바쳤다-몸을 바쳤다’로 써도 되고요.

 

 

ㄴ. ‘생각’하고 ‘판단’하는 일

 

.. 제가 짐작하기에는 남쪽이나 북쪽이나 학생들 스스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상대편의 교육 전반에 관한 자료를 보여주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이유진-나는 봄꽃과 다투지 않는 국화를 사랑한다>(동아일보사,2001) 250쪽

 

 “상대편의 교육 전반에 관한 자료”는 “맞은편이 어떻게 가르치는가 하는 자료”나 “맞은편이 가르치는 현실을 두루”쯤으로 손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 판단(判斷) : 사물을 인식하여 논리나 기준 등에 따라 판정을 내림
 │   - 상황 판단 / 판단 기준 / 판단 착오 / 판단 능력 / 정확한 판단을 내리다 /
 │     사람은 자기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자기의 일을 결정한다
 ├ 판정(判定) : 판별하여 결정함
 ├ 판별(判別) :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판단하여 구별함
 │
 ├ 자유롭게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1)→ 자유롭게 생각하고 돌아볼 수 있도록
 │(1)→ 자유롭게 생각하고 따질 수 있도록
 │(1)→ 자유롭게 생각하고 살필 수 있도록
 │(2)→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 …

 

 ‘판단’은 ‘판정’하는 일이고, ‘판정’은 ‘판별’하는 일이며, ‘판별’은 ‘판단’하는 일이라 하네요. 이것 참, 알쏭달쏭입니다. 이렇게 쓸 바에는 (2)처럼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이라고만 쓰는 편이 낫구나 싶어요. 학생들이 어떤 자료를 보고 ‘한 번 생각한’ 다음, 저마다 생각하고 나서 ‘이렇구나 저렇구나 하고 마무리를 짓는다’는 뜻에서 쓴 보기글이라면 (1)처럼 쓰고요.

 

 국어사전에 나온 “자기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는 “자기 생각에 따라”로 다듬으면 한결 단출합니다. “상황 판단”은 “상황 살피기(보기)”로, “판단 기준”은 “생각 잣대(생각하는 잣대)”로, “판단 착오”는 “잘못 생각함(생각을 잘못함)”으로, “판단 능력”은 “생각하는 힘(생각힘)”으로, “정확한 판단을 내리다”는 “올바르게 생각하다”나 “올바르게 살피다”로 고쳐서 쓰면 좋다고 봅니다.

 

 

ㄷ. ‘실제로’ ‘피부로 실감’하다

 

.. 가짜 영어가 실제로 우리 생활에서 얼마나 넘쳐나는지를 독자로 하여금 피부로 실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  <안정효-가짜영어사전>(현암사,2000) 8쪽

 

 ‘실제(實際)로’를 써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참으로-참말’이나 ‘있는 그대로’를 즐겨써요. ‘생활(生活)’은 ‘삶’으로 고치면 좋아요. “독자(讀子)로 하여금”은 “(이 책을) 읽는 분들이”나 “(이 책을) 읽는 분한테”로 다듬을 수 있고, “하기 위(爲)해서였다”는 “하고 싶어서였다”로 손볼 수 있어요.

 

 ┌ 실감(實感) : 실제로 체험하는 느낌
 │   - 실감이 가다 / 실감을 느끼다 / 실감을 주다 / 실감이 있다
 │
 ├ 실제로 얼마나 넘쳐나는지 피부로 실감할
 │→ 실제로 얼마나 넘쳐나는지 살갗으로 느낄
 │→ 참말 얼마나 넘쳐나는지 살로 느낄
 └ …

 

 “실제로 느끼다”를 뜻하는 ‘실감’인 만큼, 앞에 ‘실제로’를 쓰겠다면 뒤에서는 ‘실감’이 아닌 ‘느끼다’를 써야 알맞습니다. 아니면, 앞에 쓴 ‘실제로’를 ‘참으로’나 ‘참말로’로 다듬거나 아예 덜면 됩니다. 한편, 앞에 쓴 ‘실제로’를 다듬거나 빼고, 뒤에 나오는 ‘실감’도 좀더 쉽게,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 알아듣고 나눌 수 있는 말로 다듬으면 더 좋아요.

덧붙이는 글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2007.12.17 11:59ⓒ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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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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