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앞을 지나가는 떡값 차량. 여의도도 떡값 안전지대는 아니다.
조호진
20분 동안 3회에 걸쳐 삼성본관을 탑돌이 한 탑차들은 각각 4대씩 2개조로 나뉘어 강남과 강북으로 향했다. 꽁초가 수북한 작가의 지휘차량에 동승, 강북행 탑차들을 뒤쫓았다.
오전 11시 10분께 강북행 탑차 4대가 주한 미대사관 방면 교보빌딩 앞에 도착했다. 이순신 장군 동상 인근에 차량들이 정차하고, 퍼포먼스의 주요 참여자인 운전사들이 담배 한 대씩 피운다. 지나는 행인들이 폰카를 꺼내들고 촬영에 나서고, 어떤 행인들은 즐겁게 웃는다.
"어! 돈, 돈이네. 저 돈! 나 주면 좋겠다." 어떤 행인은 돈 욕심을 부려보기도 하지만 권력없는 자에게 돈욕심은 어림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돈과 권력의 유착을 선도해 온 삼성의 뇌물을 ‘떡값’으로 명명하며 관용하는 이 시대에 지친 듯했다. 심지어 무기력해지고 있거나 부화뇌동하며 용인(容認)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강북행 탑차들이 여의도에 점심시간 무렵 도착했다. 국회의사당을 거쳐 뒷길로 들어서자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국민캠프가 나타났다. 국민캠프 빌딩에는 '국민여러분 성공하세요'라는 구호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부착돼 있다. 탑차 하단부에 두른 '떡값'전 천의 바탕색과 한나라당 대형 플래카드 바탕색이 동일하다.
떡값 퍼포먼스의 모티브는 한나라당 차떼기이다. 차떼기로 뇌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한나라당, 들통 나고도 또 뇌물을 줄 수 있는 재벌 삼성, 떡값 수수를 부인하는 국민 협박기관 검찰 등 트리오를 조롱하기 위해 연출한 것이다.
탑차를 유심히 바라보던 나모(61 명예퇴직자)씨는 삼성의 뇌물을 풍자하기 위한 예술행위라고 설명하자 "설마 대기업과 검찰이 그랬을라고…"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 개인택시를 받았다는 60대 택시운전사는 "뭘 모르고 BBK 어쩌고저쩌고 하는데…"라며 이 후보를 신봉했다.
강북 차량은 삼성본관, 광화문, 여의도, 신촌, 장충동 등을 돌고, 강남 차량은 목동, 수서, 테헤란로 등을 돈 뒤 최종 목적지인 서초동 대검찰청에 오후 5시께 도착했다. 이들 차량들은 검찰청사 진입을 두 번이나 시도했으나 검찰의 차단에 막혀 진입하지는 못했다.
자본의 공룡 '삼성'과 권력의 공룡 '검찰'과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차떼기당 '한나라당'을 농락하기 위한 '떡값'전은 막을 내렸다. 국민과 시대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교미(交尾) 해온 두 공룡의 뇌물연대를 까발린 행동주의 작가는 "통쾌하고 흐뭇한 개인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가들이여, 불의한 시대에 침묵하지 말고 거리로 뛰쳐나오라